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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시민 명주 씨, 꾼들을 물리치다!
기사입력 2023-02-20 오후 4:38:51
평범한 가정주부인 이명주 씨(50세)가 중산자이 아파트 입주예정자협의회(이하 입예협) 회장이 되어 공용부 시설을 변경하는 등 공동체를 위한 큰일을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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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주 씨(중산자이 아파트 2단지 입주예정자협의회 회장)
특히 깨어있는 시민의식과 정의감 하나로 전문 꾼들을 상대하여 입예협을 정상화하고 입주민들의 이익을 지켜낸 이야기는 한 편의 무용담이다.
“우리가 많이 웃고 행복하려면 우리가 속한 공동체도 웃고 행복해야 합니다. 입예협 활동을 하면서 세상에 비리가 이렇게 많은 줄 처음 알았습니다. 제가 정의의 사도는 아니지만,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습니다.” 우리 이웃인 아줌마 명주 씨가 입예협 활동을 하면서, 좌충우돌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말이다.
‘아파트는 작은 정부’라는 말이 있다. 선분양 후시공이 일반적인 현실에서 수분양자들은 입예협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시행사나 시공사를 상대로 자신들의 권익을 지키는 다양한 활동을 한다. 입주 후에는 입주자대표회의체를 구성하여 각종 시설물 관리규약과 운영규정을 만드는 등 주민자치로 아파트라는 주민공동체를 꾸려간다.
입예협의 활동은 주로 아파트 주민편익시설의 변경, 보완 요구 등 시행·시공사의 이익을 줄여 입주자의 편익을 높이는 일이다. 그러다 보니 시행사나 시공사의 협조를 받기가 어렵고 목적한 바를 관철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지식과 끈질긴 투쟁이 필요하다.
더욱이 이익이 있는 곳에는 꾼들이 활개를 치기 마련,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건립되는 곳에는 전문 꾼들이 입예협을 만들어 입주자를 위해 일하는 척하면서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세상 물정을 전혀 몰랐던 명주 씨가 어떻게 입예협 활동을 하게 되었을까?
백천동에 거주하는 명주 씨는 2020년 연말 아들과 함께 중산자이 아파트 분양신청을 했다. 아들은 떨어지고 본인은 당첨됐다. 피를 받고 팔까 하는 생각도 했으나, 환경이 더 좋은 새 아파트에서 살고 싶은 생각과 계속 아파트 가격이 상승할 거라는 막연한 기대로 입주를 결심했다.
입주 관련 정보를 검색하다가 입주예정자 카페가 개설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580여 회원이 열심히 활동하고 있었고 리더로 보이는 M은 아파트 관련 법규, 세무, 부동산 정보 등 모든 방면에 해박한 전문지식을 가지고 회원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해주는 등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었다. 다들 참 열심히 사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 명주 씨는 입예협 구성을 위해 모델하우스 앞에서 위임장을 받는다는 공지를 보고 도와주려는 마음으로 나갔다가 오랫동안 백화점 골프샵을 운영하며 체득한 고객응대 실력을 발휘했다. 능숙하고 매너있게 당첨자들에게 위임장을 받아내는 모습을 보고 입예협 결성을 주도하던 사람들이 입예협 가입과 임원을 맡아 줄 것을 권유했다.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고사했지만, 강권에 승낙하고 부대표로 선출됐다.
문제는 입예협 결성 이후의 활동에서 불거졌다. M은 자신은 재능기부를 하는 것이라며 임원을 맡지는 않았지만 활동을 주도했다. 그런데 회의내용을 공개하지도 않고, 제안서 등 처리해야 할 일들은 차일 피일 미루기만 했다. 회원이 따지거나 공개를 요구하면 M의 패거리 여럿이 집단공격을 하여 회원들이 아무 말도 못하게 하는 등 명주 씨가 보기에 이상한 구석이 많았다.
당시 입예협 운영진은 중산자이 1,2단지가 중산교로 인해 각각 사업승인이 따로 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1개의 사업승인으로 본다며 이를 단톡방에 공개하지 못하도록 했다. 나중에 보니 1,2단지 1,450세대 전체에 대한 입예협 구성과 회비나 활동비를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
명주 씨는 사업승인에 대한 회원들의 문의가 많자, 1,2단지가 각각 사업승인이 났음을 단톡에 올렸다. 운영진과 마찰이 생겼고 부대표에서 짤렸다. 불의를 참지 못하는 명주 씨가 투쟁에 돌입했다. 장장 2주간의 조사 끝에 자칭 약사라던 M이 약사도 아니고 대구지역 대단위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 입예협 활동을 하는 꾼임을 밝혀냈다.
명주 씨는 단톡방에 이러한 사실을 알렸다. 이후 M을 비롯한 꾼들과 치열한 전쟁이 벌어졌다. 명주 씨는 이들과 싸우기 위해 밤낮없이 인터넷 검색과 유관기관에 질문과 확인으로 좌충우돌했다. 마침내 진실이 승리를 거둬 운영진 전체의 해임과 비대위 체제를 관철해냈다.
비대위를 구성하고서도 6개월을 더 싸워 전 운영진으로부터 1,2단지 입주민들의 위임장 전부를 돌려받았고 2단지 입예협 회장으로 선출됐다.

▲ 명주 씨가 입예협 회원들의 의견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듣고 있다.
회장이 되어 309세대인 2단지 건축계획과 공용부 등의 시설을 주민의 입장에서 꼼꼼히 따져보기 시작했다.
사우나 시설이 가장 큰 문제로 보였다. 309세대 단지에 남탕 여탕이 각각 2개씩이나 있는 사우나가 공용부 시설로 설계되어 있었다. 시행사에 관리비 시뮬레이션을 해보았느냐고 따졌다. 회원들의 의견을 모아 스크린골프장으로 변경을 요청했다.
시행사에서는 입주민들의 동의서를 100% 받아오라고 했다. 감독관청인 경산시에 물었더니, 동의서를 100% 받아야 되고, 부지를 워낙 비싸게 매입했기 때문에 비용이 추가되는 변경은 어려울 것이라는 둥 오히려 시행사 편을 들었다.
시행사와 치열한 협상 끝에 입주민 95%의 동의와 입주민들에게 안내 우편물을 한 번 보내주기로 하는 협상을 이뤄냈다. 우편물에 자세한 설명과 명주 씨의 전화번호를 넣었다.
시행사에서는 95% 이상의 동의를 받아내지 못할 줄 알고 양보를 했으나, 명주 씨는 집요한 노력으로 95%의 동의를 받아냈다. 몇 달간 밤낮없이 전화기를 귀에 붙이고 살았다.
뒤에 국토부로 부터 80%의 동의만 받으면 된다는 질의회신을 받고는 허탈함과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고 했다.
이후 각 동 벽면에 로고 조명 설치, 미세먼지 신호등 설치, 주민회의실, 남여샤워시설 설치 등 입주민들의 편익을 시공에 반영했고, 현재에는 중산교 하부를 문화공간으로 만드는 일과 법무사 등기업무대행 수수료 문제에 매달리고 있다.
명주 씨의 입예협 활동으로 공용부를 변경한 일은 GS건설이 아파트 분양사업을 시작한 이래 최초의 사례라고 한다.
명주 씨는 입예협 활동에 이리 비리가 많은 줄 몰랐다며, 입예협과 연계된 운영비, 등기수수료 등은 투명한 공개와 비교분석이 필요하다고 했다. 자신은 입예협 운영비를 입주민들로부터 회비로 거두지 않고 뜻있는 회원들의 후원금으로 충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찍 결혼하여 종가집 맏며느리가 된 명주 씨는 22년간 시어른을 깍듯이 모시면서도 백화점에서 자신의 골프샵을 똑소리 나게 운영했다. 2011년 살던 대구집이 재개발에 들어가 경산으로 이주해 경산사람이 됐다.
어른들을 모시지 않게 된 4년 전에 백천동 아파트로 이주해 전업주부로 살고 있다. 건강을 되찾고 시간적인 여유가 생긴 명주 씨는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중산자이 입예협, 상록회, 경산시안전모니터, 경산사람들... 참여하는 단체에서 마다 똑 부러지는 처신을 한다. 옳은 것은 옳고, 틀린 것은 틀린 것이다. 라며.
남들에게 싫은 소리 안 하고 모 안 나고 그저 둥글둥글 처신하는 것을 좋아하는 세태에 그래도 바른 소리 하고 비리에는 투쟁하는 명주 씨가 아름답다.
경산에 10년을 넘게 살아보니 생활에 불편함이 없다며 남들은 대구로 다시 나가기도 하지만 자신은 불편함이 많은 대구로 나갈 생각이 전혀 없다고 했다. 경산인이다.
물수제비 하나가 고요한 호수에 파랑을 일으키듯, 명주 씨가 던지는 돌직구 하나가 지역사회 곳곳에 선한 파랑을 일으키길 기대한다.
아자 경산인 이명주 화이팅!
최상룡(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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