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12 오전 10:42:34

본지 편집위원으로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을 연재하고 있으며, 무학중학교에서 선생님으로 재직하고 있는 전종대 시인(전 경산문협 회장)이 두 번째 시집 “새는 날아간 만큼 하늘을 품는다”(북랜드 간)를 출간했다.
곽재구 시인(순천대 교수)은 “이번 시집 속에 실린 「마더 데레사」를 읽는 동안 마음이 따뜻해졌다. 마더 데레사 수녀가 호주머니 속의 거울을 씻기 위해 강물에 적시는 순간 거울은 강물에 풀어져 흔적 없이 사라진다. 길을 걷다가 다시 호주머니에 손을 넣으니 거울은 여전히 호주머니 속에 있다. 데레사의 삶과 호주머니 속 거울의 비유가 산 능성 억새처럼 신선하다. 전종대 시인의 시가 꾸는 꿈 또한 그럴 것이다. 욕망의 세계를 벗어나 인간의 내면안에 깃든 오래된 거울을 기억하는 법. 그는 그 세계를 ‘나무는 자란 만큼 그늘을 지니고/ 새는 날아간 만큼 하늘을 품는다’고 노래한다. ’한평생 삼켜온 것들이 어찌 다 내 것이 되랴‘고 이야기 하며 ’함께 난다는 것/함께 춤춘다는 것‘의 의미를 추적한다. 시와 일상의 삶이 함께 날아가는 모습을 보는 따스함이 있다.“고 평했다.
「마더 데레사」와 「새를 꿈꾸며」두 편의 시를 싣는다.
마더 데레사
나는 한 번도 거울을 본 적이 없소.
그래서 나는 나의 얼굴을 잘 모르오
그러나 나는 나의 깊은 호주머니 속에 늘
나의 거울을 가지고 다니고 있소
길을 걸을 때마다 나는 그 거울을 만지고 또 만져보오
나무에 기대 잠들던 나의 청춘
땅과 한 번도 떨어져 본 적이 없는 나의 거룩한 밤
냇가에 앉아 발을 씻으며 내 호주머니 속에
깊숙이 든 나의 거울을 씻기 위해 꺼낸 적이 있소
아, 놀랍게도 그토록 애지중지했던 그 거울이
강물에 풀어져 그만 흔적 없이 사라지고 말았소
내 손에서 지문이 사라지듯이
손을 씻고 다시 길을 걸으며 습관처럼
호주머니 속에 손을 넣었소
아, 그런데 그 호주머니 속에 그 거울이 있지 않겠소
참 부드럽게도 매끈매끈해져 있었소
내 발바닥처럼 말이오
새를 꿈꾸며
척박하고 남루한 도리리 77번지
터를 닦고 집을 지은 지 반세기
이른 봄 햇살이 그래도 따뜻하여
돌을 고르고 흙을 다져 운동장을 만들고
나무를 심고 창문을 내고 칠판을 높이 걸었다
밤마다 별들은 내려와
모래알보다 더 많은 꿈들을 심어놓고 가고
아침이면 금호강을 거슬러 올라온 바람들이
거친 운동장을 가로질러 달리기를 한 번씩 하고는
무학산을 향해 올라가곤 하였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연은 날 수 없듯이
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비록 낡고 바랜 옷섶이지만 눈만은 형형하여
저 먼 대평원을 향하여 펠리컨은 그 큰 날개를 펼쳤다
난다는 것은 바람을 등지는 것이 아니라
바람을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것
나에게 날개가 있었던가 의심하지 말라
꿈꾼 만큼 날개는 자란다,
나무는 자란 만큼 그늘을 지니고
새는 날아간 만큼 하늘을 품는다
자유는 스스로의 힘에서 나오고 외로움을 견뎌내는 것
오늘도 남쪽 교정 아름드리 왕버들은 날개를 편다
최상룡 (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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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가슴아픈 시입니다. 동시에 감동을 안기기도 합니다. 시상이 아름다우신 분은 오랜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