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08 오전 8:28:16
오늘 내원한 환자 두 분이 어려운 형편 때문에 제때 치료를 받지 못했다. 공기가슴증(기흉)이란 병으로 입원 치료가 필요했지만, 아주머니는 예식장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잃게 될까봐 주말을 지나서 다시 오기로 하셨고, 할아버지는 이혼 소송 공판 때문에 미루셨다.
아주머니는 지난 주말에도 시어머니의 간병 때문에 일을 못나가서 이번에는 빠지면 안 된다고 울음을 터뜨리셨다. 할아버지는 IMF 이전까지만 해도 남부러울 것 없이 사셨단다. 건설장비 부품 공장이 부도로 넘어간 뒤 살림이 어려워지고 가족들과 헤어져 살다가 급기야 일흔넷의 연세에 이혼까지 당하게 되었다.
공기가슴증이란
공기가슴증은 가슴에 공기가 차는 병이다.
축구공을 생각해 보자. 축구공은 물렁한 고무공을 질긴 가죽으로 싸고 있는 구조이다.
축구공의 겉을 싸는 가죽이 피부와 갈비뼈가 있는 흉벽이고, 그 안의 고무공이 폐라면 무리 없이 이해가 될는지. 축구공에 바람이 빠지면 축구공은 쭈그러든다. 그러나 사람의 흉벽은 단단한 갈비뼈로 지지되어 폐가 줄어들더라도 가슴이 일그러지지는 않는다.

대신 폐와 흉벽 사이의 공간 - 이를 흉강이라고 하는데 여기에 공기가 차게 된다.
공기가슴증은 코로들이 쉰 공기가 폐 표면의 찢어진 구멍으로 새어 나가 폐가 쭈그러드는 상태이다. 새어 나오는 공기의 양이 많으면 굉장히 위험해 질 수도 있다. 숨을 쉴 수가 없어진다. 그래서 진단이 되는 즉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원인
폐에 구멍이 나는 경우는 바깥에서 뚫는 경우를 먼저 생각해 볼 수 있겠다.
교통사고로 갈비뼈가 부러진다면 그 부러진 갈비뼈의 뾰족한 끝이 폐를 찌르고, 찢겨진 폐를 통해 공기가 새어 나오는 경우가 한 예이다. 이처럼 외상에 의해 생기는 경우를 외상성 공기가슴증이라고 한다.
공기가슴증은 저절로 생기기도 한다.
폐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약한 부분이 있으면 그 때문에 공기가슴증이 생길 수 있다.
통계를 보면 10대의 키가 크고 야윈 남자에서 잘 생기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청소년기에 키가 불쑥 크면서 폐의 길이 성장이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 폐의 끝부분에서 부실한 부분이 나타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가능하다.
자발성공기가슴증의 원인으로 결핵이 있다.
결핵은 폐 조직을 망가뜨리는 질환이다. 살이 없고 얼금얼금한 껍질만 남기는 성질 때문에 폐는 약해질 대로 약해져서 저절로도 구멍이 날 정도가 된다.
요즘 청소년들의 체력이 약해지고 스트레스가 많아짐으로 해서 결핵이 지속적으로 말썽을 일으킨단다. 당장은 결핵은 치료하면 된다지만 그 후유증의 하나로 공기가슴증이라는 시한폭탄을 안게 되니까 또한 안타깝지 않은가.
그 외에도 폐렴이나 악성 종양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폐암으로 대표되는 흡연 또한 폐실질을 파괴하므로 이 질환과의 연관성을 얘기하곤 한다. 광우병에 비교도 할 수 없이 분명한 해악을 끼치는 흡연에 대해서도 청문회를 열고 촛불을 들고 청와대를 찾을 일이다.
증상
새어 나온 공기가 흉막을 자극하여 우선은 가슴에 통증을 느끼게 된다. 갑자기 어깨 쪽으로 통증이 있으면서 기침이 나고, 호흡곤란까지 있다면 한 번쯤 의심해 볼 만하다.
임상에선 심장병을 먼저 의심해 본다. 이 통증은 시간이 지나면서 무뎌질 수 있다. 계속해서 공기가 샌다면 호흡곤란이 나타날 것이다. 정말 몇 시간동안 계속 공기가 샌다면 병원에 도착할 때쯤엔 거의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위험해져 있을 수도 있다.
호흡곤란의 정도는 평소 개인의 폐활량과 관계가 있다. 건강한 젊은이의 경우엔 한쪽 폐가 완전히 없어져도 별로 숨이 차지 않는데 결핵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 천식 등을 앓고 있는 경우엔 소량의 공기만 새어 나와도 엄청 숨이 찬다.
진단
가슴 엑스레이를 찍어 보는 것이 가장 빠르고 손쉬운 진단 방법이다. 굳이 진료과를 가릴 필요 없이 가까운 병원이나 보건소에 가면 금방 확인이 된다.
애매하거나 정확한 상태를 평가하기 위해서 컴퓨터 단층 촬영(CT)을 하기도 한다.
치료
진단이 되면 가슴에 고인 공기를 빼주는 것이 급선무이다. 공기가슴증의 정도에 따라 주사 바늘이나 볼펜심 굵기의 가는 관에서 손가락 굵기 만 한 관을 이용할 수도 있다.
가슴 앞이나 옆구리 쪽에 구멍을 내고 관을 가슴 흉강 안으로 밀어 넣는 순간 증상의 호전은 정말 ‘드라마틱’하다. 숨이 턱에 까지 차올라 헐떡이던 환자가 금세 휴 하고 평안해진다.
공기가슴증 때 흉관을 넣는 시술은 치료의 시작이면서 마지막일 수 있다.
응급처치로서의 의미뿐만 아니라 흉관을 빼는 순간 치료가 종결되기도 한다.
공기가슴증은 폐에 구멍이 뚫리는 병이라고 했다. 타이어가 펑크 나면 오천 원을 주고 땜질을 한다. 그런데 타이어와는 달리 폐는 구멍을 막아주는 시술이 필수적이지는 않다. 왜냐면 우리 폐는 저절로 재생하기 때문이다. 구멍 난 주위 폐조직이 자라 나와 구멍을 메워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흉관을 넣어 죽은 공기를 빼주고 폐를 원래대로 펴 주면 며칠이 지나면서 저절로 아물게 되고 공기가 더 이상 새지 않으면 흉관을 빼는 것으로 치료가 끝나는 것이다.
그런데 구멍이 너무 크거나 구멍 난 곳이 살이 제대로 잘 살아나오지 못하는 곳, 즉 결핵 같은 병이 있는 자리나 껍질만 남은 자리에서 탈이 난 경우엔 몇 날 며칠을 기다려도 공기가 계속 새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땐 수술을 한다.
헤진 옷을 꿰매듯 직접 구멍 난 자리를 수선해야 한다. 예전엔 옆구리를 한 뼘이나 열고 수술을 해야 했지만 요즘은 흉강경으로 하고 전신마취 또한 훨씬 안전해져서 부담되는 수술은 아니다.
예후
흉관만으로 치료했을 때 자발성 공기가슴증의 재발률은 50%나 된다. 구멍 난 자리를 찾아 손보는 흉강경 수술을 했을 때 재발률은 5%이하로 떨어진다. 교과서에는 언제 수술을 하고 언제 흉관으로 치료를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만 수술의 용이함과 이 질환의 재발율, 개인의 성향 들을 고려하여 질환의 초기에 수술을 고려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앞서의 두 분의 경우 원칙적으로 치료를 미룰 수는 없다.
공기가슴증은 언제든지 악화될 수 있기에 선뜻 다음에 오셔도 됩니다라고 말해드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선의의 잔정이 환자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고, 그로 인한 진료의사로서의 법적인 책임문제를 걱정하는 얄팍함이 있다.
아무런 탈 없이 다음 주에 두 분을 뵐 수 있어야될텐데.
사족
처음엔 다한증이나 하지정맥류에 대해서 얘기해 보려고 했었다.
겨드랑이가 푹 젖어 입고 싶은 옷 맘대로 못 입는 것이나, 다리에 울퉁불퉁 혹은 시퍼렇게 불거진 혈관으로 치마도 반바지도 입지 못하는 고민에 대한 얘기가 계절을 봐서도 시의적절한데 수많은 포털에서 혹은 블로그에서 끝도 없이 검색되는 얘기라 피하게 되었다.
더군다나 모두들 전문가이고 내용들도 반듯한데 또 하나 더한들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 칼럼이란 것이 자신과 가족, 이웃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을 끌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하는 것이고 모든 결론은 병원에 들러서야 얻는 것이지 않는가.
생각이 여기에 미치다 보니 오늘 진료실에서 만난 두 분이 지금까지도 눈앞에 어른거려 이 얘기를 꺼냈다. 요즘은 그래도 의료보험 덕분에 누구라도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치료비만으로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나라에서 지원되는 걸로는 밀리는 방세 하나 제대로 해결이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조만간에 민영보험이 도입되면 아무래도 의료서비스에 차이가 날텐데하는 불안감도 있다.
한 술 밥에 배부를 수 없고 어제보단 오늘이 낫기에, 분명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을 거라 기대해 본다.
<천종록 과장>

▲ 천종록 과장
▲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 경북대학교 병원 흉부외과 전문의
▲ 경북대학교 대학원 의학과 수료
▲ 현 경상병원 흉부외과 과장
▲ 대한 노인병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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