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화 교수의 엄마육아기]
아이와 함께 자라는 엄마

2007-01-24 오전 11:59:58

 

‘바이엘’ 콤플렉스

  

저는 요즘 실험음악교실을 진행하면서 아이들한테 다중지능 개발을 위한 음악프로그램과 피아노 수업을 하고 있는데, 느낀 바가 큽니다. 피아노 수업에 국한하여 이야기하자면, 출판사마다 초보자를 위한 여러 종류의 피아노 교본을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지만 피아노에 대한 어머니들의 정서가 ‘바이엘’ 이라는 울타리에서 거의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바이엘 교본은 독일의 피아노 지도자였던 바이엘 (Ferdinant Beyer, 1803~1863)이 제자들에게 피아노를 체계적으로 가르치기 위하여 개발한 책의 이름입니다.

이 교본은 이미 170 여년 전에 유럽에서 만들어진 교본입니다. 170 여년 전이라면, 고전주의의 절정기를 거쳐 낭만주의가 익어가는 시대입니다. 세월이 너무나 많이 흘러서 그 시대와 오늘날의 문화사조는 엄청난 차이가 있으며 독일과 한국이라는 차이는 서양과 동양이라는 차이ㆍ자연환경의 차이ㆍ생활 및 사고의 차이 등 무수한 차이를 안고 있습니다.

바이엘 교본은 그 시대에서는 매우 훌륭한 교본이었으나, 오늘날 우리나라 유아들의 음악적 정서와 문화적 풍토에 적절하다고 하기에는 여러 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이엘 교본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경로를 보자면, 일본을 거쳐 들어왔다는 설도 있지만, 120 여년 전에 프랑스의 신부님이 우리나라에 종교를 전파하러 와서는 미사를 올리기 위한 성가 반주가 필요하기에 프랑스에 연락하여 오르간 한대와 피아노 교본을 보내달라고 하였고, 그때 바다 건너 저 멀리서 오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어쨌든,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사용한 피아노 교본이 바이엘 입니다. 이 바이엘 교본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피아노 음악의 뿌리 역할을 해오는 가운데, 피아노 음악발전에 공로가 대단히 컸던 것입니다.

  

바이엘 교본은 짧은 기간에 피아노 실력을 한꺼번에 끌어올리기에는 매우 효과적인 교본입니다. 120여년 전의 그 시절에, 프랑스 신부님이 미사를 드리기 위한 성가 반주자 한 명을 재빨리 연습시키기 위해서는 바이엘이 가장 적절하였겠지요.

단 기간에 높은 피아노 실력을 쌓을 수 있다는 바이엘 교본의 장점은 우리나라 아이들의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음악성과 빠른 시간에 많은 효과를 보고 싶어 하는 우리나라 어머니들의 열성 넘치는 심정에 잘 어울리는 바가 있답니다. 

  

그러나, 아이가 피아노를 배우는 이유는 피아노연주를 통하여 음악을 좋아하고 예술적 감성을 기르고 그로 인하여 아이의 생활과 사고와 언어와 몸짓과 얼굴표정에 음악문화성이 함양되도록 하기 위함이 아닌지요? 

단지 피아노를 잘 친다면 예술성 넘치는 아이가 아니고, 손가락이 잘 돌아가는 기능인이 될 수 밖에 없답니다. 남보다 피아노를 더 잘 친다는 것은 자랑꺼리가 될 수 없습니다.

아이가 피아노 연주하기를 좋아하는지, 피아노 연주를 통해서 음악을 좋아하는지, 음악을 즐기면서 인생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지, 아이한테 기분이 언짢은 상황이 일어났을 때 피아노를 치면서 더 나은 상황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정신적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등이 중요하지요.

  

시대의 변화에 따라 교육사조가 발전하여왔고 음악교육면에서도 세계 곳곳에서 획기적인 진화가 일어났습니다. 훌륭한 피아노 연구가들에 의하여 다양한 피아노 교본들이 출간되어 여러 가지 목적과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초보자를 위한 피아노 교본은 수없이 많습니다. 대체로 바이엘 교본은 피아노연주 실력을 수직적으로 쌓는다고 보면, 오늘날에 개발된 여러 교본들은 입체적으로 다양한 음악 경험들을 함께 길러줍니다.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노래도 부르고 다른 악기도 두드리고 관련있는 음악감상이나 음악놀이도 하면서 아이가 즐겁고도 쉽게 배우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음악예술미를 체득할 수 있도록 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바이엘 교본은 단 시일에 피아노 실력을 능률적으로 향상시켜주나 하면 타 교본들은 피아노 연주를 통하여 다양한 음악경험을 융합시켜주므로 피아노 실력을 빼어나도록 하자면 시일이 오래 걸립니다. 

  

오늘날에는 바이엘 교본을 아이들의 성향에 맞도록 변형하거나 다른 교수법과 접목하여 가르치는 경우도 있지만, 어머니들께서는 아직도 ‘바이엘’이 아니면 아니 된다는 강박감이 심하더군요.

어머니께서 아이와 손을 잡고 피아노 학원의 문을 두드릴 때는 나름대로의 희망사항이 있겠지요. 아이의 음악예술적인 감성을 기르기 위해서, 학교 노래를 피아노로 잘 치기 위해서, 언젠가는 성가대 반주를 하기 위해서, 피아노를 다루다보면 인생이 왠지 즐거워 질 것 같아서, 교양으로 피아노를 치다가 잘 치게 되면 전공을 시키고 싶어서 등의 기대가 있을 겁니다.

피아노 선생님에게 아이가 피아노를 배우려고 하는 이유를 말씀해 주시길 바랍니다. 피아노를 배우는 목적에 따라서 피아노 교본도 달라집니다. 아이도 피아노 공부의 지향점을 가지고 배우게 되면 훨씬 적극적으로 연습하게 될 겁니다.

아이가 눈을 빛내며 피아노 치는 그 순간에 아이는 음악과 예술과 인생을 더더욱 사랑할 수 있는 심미안을 갖추게 됩니다. 그런 아이를 기르시는 어머니께서는 정말 행복하실 겁니다. ▣

 

 


 

 

 

 

 

 

 

김정화 교수


효성여자대학 기악과 졸업, 피아노 전공

계명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음악교육 전공

대구대학교 대학원 수료, 유아교육 전공


대구산업정보대학 유아교육과 교수

맑고푸른 대구21 추진위원회 위원

한국코다이음악협회 연구위원

리트미 유아음악연구소 자문위원

대구광역시 수성구 보육정책위원

대구생태유아협의회 회장

대구광역시 보육정보센터 운영위원

한국유아교육보육행정학회 이사


저서


김정화 동요작곡집 <봄오는 땅 속에는> : 세광음악출판사, 1981.

유치원 기악 합주곡집 : 보육사, 1985.

초등학교 새교과서에 따른 피아노반주곡집 1-6권 : 동서음악출판사, 1992.

유아음악교육 : 형설출판사, 1993.

피아노 반주의 이론과 실제 : 형설출판사, 1995.

유아교육을 위한 피아노 율동곡집 : 동서음악출판사, 1996.

유아음악놀이지도의 이론과 실제 : 학문사, 1997.

유아용 피아노 교본 <동서음악캠프> 1-18권 : 동서음악출판사, 1998.

유아전래동요지도 : 양서원, 1999.

아동학 : 교육과학사, 2006.         

 

(대구 박현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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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사랑 (2007-01-24 오후 2:08:20)   X
    우리아이들한테도 바이엘 책으로 스트레스 많이 줬겠군요 ㅋㅋ
  • 민들레 (2007-01-24 오후 1:58:05)   X
    저도 어릴때 바이엘교본 늘 품고 있었는데...ㅋㅋ벌써 30년이 지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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