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2-08 오전 11:47:40

며칠 전, 한 아동센터의 재롱둥이들이 “설날에 세배할게요. 세뱃돈 주실 거지요?” 라면서 저의 팔에 매달리며 귀여움을 부렸습니다. 세뱃돈도 주거니와 어떤 덕담을 해주면 좋을까 생각하면서 문득 저의 어릴 적 생각이 났습니다.
제가 어렸던 그 시절에는 아이가 무엇을 대견하게 잘 하면 어른들이 “큰 아~ 다!” 라고 칭찬 말씀을 하셨지요. 즉, “너는 참으로 큰 아이로구나” 라는 말을 경상도 말로 하면 “큰 아~ 다!” 입니다.
저의 아버지께서는 “큰 아~ 다!” 라는 칭찬 말씀을 제가 아주 어릴 때부터 꽤 성장할 때까지 항상 해주셨습니다. 그 시절에는 이 칭찬 말을 예사로 사용하기도 했지만, 저로서는 “큰 아~ 다!” 라는 언어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이 말을 수시로 듣지 않으면 뭔가 잘못하고 있나 싶어 저의 언동을 한번 더 살피곤 하였습니다. 요즘에 생각해보면, 오랫동안 몸이 편찮으셨던 아버지의 심중으로서는 두 살 터울로 총총히 자라고 있는 오남매의 맏이인 저에게 특별한 맏이 의식을 키우시려고 그러셨던 것이 아닌가도 싶습니다.
아버지께서 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큰 아~ 다!” 라는 말씀을 하실 때마다 저는 제가 정말로 의젓하고, 생각이 커서 판단을 넓고도 깊게 잘 할 줄 알고, 멀리 내다보면서 미래지향적으로 계획을 잘 잡을 줄도 알고, 마음이 커서 동생들을 두루두루 잘 보살필 줄 아는 ‘큰 아이’로서의 자긍감과 사명감에 도취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큰 아~ 다!’ 의식이 너무 각인되어서인지 작은 계산에 연연하지 않고 세세한 허물에 관심을 가지지 않아서 저로서는 심적으로 매우 편하게 살고 있습니다. 작은 손해는 보더라도 큰 손해는 보지 않고, 작은 이득은 별로 생기지 않더라도 큰 이득이 어느 날 갑자기 대박처럼 터지더군요. 어떤 구상을 할 때는 언제나 십년 또는 이십년을 내다보면서 여럿이 함께 득을 볼 수 있도록 계획을 잡으니까 마음도 느긋하고, 다소 과대망상에 가깝도록 포부가 커서 저의 내면에 항상 희망이 살아 움직이고, 언제나 미래를 내다보는 꿈을 키우므로 괜스럽게 행복하고, 사소한 스트레스는 저절로 사라지고, 좌우 사방으로 통합적인 상황판단을 하니까 웬만한 실수는 거의 하지 않는 셈입니다.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벗어나 보더라도, “큰 아~ 다!” 라는 언어는 대단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큰 아~ 다!” 라는 말은 ‘네가 이처럼 멋있게 행동하니, 과연 너는 크게 마음먹고, 크게 생각하고, 크게 자라서, 큰 세상에서 크게 살만한 아이로구나’ 라는 의미를 담은 매우 좋은 말입니다.
원래 우리나라의 국호는 ‘大韓民國’ 으로서, ‘크고도 큰 사람들이 모여 사는 큰 나라’ 라는 의미입니다. 우리나라의 고조선 시대부터 춤춰왔던 ‘강강술래’도 ‘크고도 큰 수레’ 라는 의미로서 농경민족인 우리네가 농산물을 크게 수확하여 큰 수레에 그득히 실어온다는 주문어로 쓰였던 것입니다. 우리 민족은 ‘큰 것’을 지향해 왔습니다. 우리 민족은 우주의 삼라만상을 아우른 天地人사상을 모든 생활문화에 품어 왔었습니다. 일상생활의 평범한 옷이며 이부자리며 복주머니며 음식이며 노래에도 거대한 우주자연을 담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한테도 큰 태양과도 같은 ‘큰 아이가 되라’ 는 말을 후손 만만대로 써 왔던 것입니다.
서양 문물이 들어오면서부터 언제부터인가 우리 전통의 아름답고도 의미심장한 언어들이 사라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요즘 아이들한테 주로 사용하는 칭찬 언어는 “참 잘하는 구나” “정말로 똑똑 하네” “와! 일등 하겠다” 등이더군요. 이러한 언어는 주로 기능에 대한 칭찬에 속합니다.
오늘날의 아이들은 무언가 잘 하지 않으면 인정받을 수도 없는 존재가 되어 버렸습니다. 초등학교 성적표에 등수를 없애버렸다 하더라도, 아이들은 스스로 친구와 비교해서 더 잘하고 더 못하고를 분명하게 파악합니다. 그래서 못하면 기죽고 자괴감에 빠져버립니다. 숫자로 모든 판단을 해버리는 아이들은 눈앞에 드러나는 상황에 집착하게 되고 더 이상의 이면을 추리하거나 미래에 대한 설계는 필요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현실을 전부로 받아들이게 된 것입니다. 오늘날에, 아이의 ‘심성’과 ‘영혼’을 키울 수 있는 칭찬 언어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키울 수 있는 큰 마음과 큰 기개를 심어주고 싶습니다. 이 세상은 엄청 넓어서 우리의 할 일이 엄청 많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지금은 비록 부족하더라도 언젠가는 더 잘 해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노력하고자하는 각오와 힘찬 열정이 필요하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설날에 “큰 아이가 되라” 고 덕담하겠습니다.▣
(대구인터넷뉴스 제공)

효성여자대학 기악과 졸업, 피아노 전공
계명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음악교육 전공
대구대학교 대학원 수료, 유아교육 전공
대구산업정보대학 유아교육과 교수
맑고푸른 대구21 추진위원회 위원
한국코다이음악협회 연구위원
리트미 유아음악연구소 자문위원
대구광역시 수성구 보육정책위원
대구생태유아협의회 회장
대구광역시 보육정보센터 운영위원
한국유아교육보육행정학회 이사
저서
김정화 동요작곡집 <봄오는 땅 속에는> : 세광음악출판사, 1981.
유치원 기악 합주곡집 : 보육사, 1985.
초등학교 새교과서에 따른 피아노반주곡집 1-6권 : 동서음악출판사, 1992.
유아음악교육 : 형설출판사, 1993.
피아노 반주의 이론과 실제 : 형설출판사, 1995.
유아교육을 위한 피아노 율동곡집 : 동서음악출판사, 1996.
유아음악놀이지도의 이론과 실제 : 학문사, 1997.
유아용 피아노 교본 <동서음악캠프> 1-18권 : 동서음악출판사, 1998.
유아전래동요지도 : 양서원, 1999.
아동학 : 교육과학사,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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