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오전 10:3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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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감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 제주 감귤나무의 뿌리가 한 때 모두 경산 탱자나무였다는 사실은 경산 묘목의 위상을 알려주는 재미있는 이야기이다.
정희진 경산묘목조합장은 1970년대에 제주 감귤나무 대목으로 경산 탱자나무 120만주를 공급했다. 당시에는 경산 묘목의 명성을 듣고 제주도 사람들이 무작정 경산 묘목단지를 찾아오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경산 묘목의 선구자인 조사현 씨는 제주도에 가서 감귤나무 접목 기술을 보급하며 현지에서 묘목 농사를 짓기도 했다.
제주 감귤의 뿌리가 경산 탱자이고 경산 묘목인의 접목 기술이 제주 감귤을 만드는데 기여했다. 경산 묘목의 자랑이요 경산 묘목인들의 자부심이다.
정희진 조합장(사진)으로부터 당시의 이야기를 들었다.
제주 감귤나무의 뿌리가 경산 탱자라는 이야기
“십대 후반에, 대략 열일곱 즈음이려나 하양역 바로 앞에 형님께서 농원을 경영하셨는데, 나는 묘목을 사러 오는 손님을 잡기 위해 매일같이 역 앞에서 기차 내리는 사람만 기다렸습니다. 행색만 봐도 ‘아 나무 사러 왔구나’, ‘저 사람은 아니구나’하고 알았어요. 그럼 나무 사려는 사람들하고 조율해서 원하는 묘목 취급하는 농원으로 데려가고, 가격 흥정도 해주고... 나는 덕분에 소개비 좀 받기도 하고 그랬지요. 1970년대까지만 해도 전국에서
우리 동네가 묘목 하나는 최고였고, 사실 다른 곳은 묘목 판매하는 일 자체가 거의 없었습니다. 하양역 앞에는 나무 사러 오는 사람들, 나무 사서 가마니에 묶고 기차나 버스 타려는 사람들, 나처럼 소개해주고 연결해주는 사람, 현금이 돌고 도는 큰 시장이니까 유흥에 꾀려는 사람까지... 매일매일이 장사진이었다니까요. 대단했죠.
하루는 제주도에서 농사꾼 세 사람이 탱자나무를 사러 왔습니다. 탱자를 대목으로 삼아서 귤 농사를 지으려고 한다 했습니다. 기차에서 내리는 세 사람을 본 순간 ‘앗 큰 손님이구나’ 직감했습니다. 세 사람이 시커먼 짐가방에 천 원짜리 현금을 가득 담아 갖고는 접목할 탱자나무를 120만 주나 사러 왔다는 겁니다. 상상하기 힘든 수량이었습니다. 가방에서 천 원짜리를 한 웅큼 꺼내 턱하고 안겨주면서 계약금이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120만 주 만들어 달라고 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라 어안이 벙벙했더랬습니다.
아무리 여기가 큰 나무 시장이라도 120만 주를 끌어모으는 건 여간 일이 아니었으니까... 당시 이 동네는 사과 농사가 대세를 이루었는데, 사실 탱자나무는 사과나무 밭에 울타리를 두를 목적으로 키우고는 했습니다. 탱자 자체가 무슨 부가가치가 있거나 한 건 아니었어요. 원체 묘목 시장이 크니까 사과나무 밭도 엄청 크고, 그 울타리에 필요한 탱자도 덩달아 농사지었던 것 뿐입니다. 어쨌든 탱자나무를 통째로 가져가는 것도 아니고, 감귤과 접목할 대목이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당시에 탱자나무 1주가 50~60원 정도 했는데, 그걸 싹싹 긁다시피 섭외해서 포장하고, 부산항까지 운송하는 일이 엄청났어요. 탱자 묘목을 구하는 데에만 보름이 걸렸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때 무슨 비닐이 있긴 하나요 천막이 있긴 하나요. 온 동네 쌀가마니 동원해와서 가마니마다 접목할 대목 그득그득 싸고, 요즘은 볼 수도 없는 쬐그만한 작업용 픽업 트럭에 싣고, 배에 또 옮겨 싣는다고 부산까지 배달하느라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각 농원에 값 치르고, 사람 사서 분류에 포장에 운송에 나중에 정산하고 보니까 남는 건 별로 없었습니다. 괜히 신나서 횡재한 줄 알았는데, 또 하나 크게 배웠습니다. 덕분에 묘목 중개하는 일이 이득이 클 수 있다는 걸 제대로 체감하였죠.
나중에 듣기로는 우리 묘목 산업의 선구자로 불리는 조사현 씨 같은 분들은 직접 제주도에 가서 접목 작업도 많이 하셨다고 합니다. 그게 수요가 많고 사업이 되니까 제주도에서 묘목 농사를 짓기도 하셨습니다. 제주도에서 이 곳 묘목 시장에 대한 소문을 듣고 무작정 찾아올 정도였으니 경산에서 판매하는 것보다는 직접 농사짓는 게 여러 가지로 이익이었겠지요.
여하튼 그 때를 계기로 경산의 탱자가 제주도 감귤의 뿌리가 되었다는 자부심을 한껏 가지고 일합니다.”
최상룡 (ksi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