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고장 자인

[경산곡곡 마을이야기] 자인면 편(1)

2023-03-14 오후 3:10:38

▲ 자인면 소재지 전경(드론 촬영 이홍우) 




사람과 마을, 그리고 이야기

 

사람에게 이름이 있듯이 사람들이 터를 잡고 사는 마을도 그 이름이 존재한다. 사람이 있어 마을이 생겼고, 사람과의 만남 속에서 마을에 걸맞은 이름이 정해졌다. 사람과 마을은 하나의 유기체다. 그러므로 사람이 바뀌면 마을의 정체성도 변하고, 마을 이름이 바뀌면 사람의 정체성도 변한다.

 

이러한 마을 이름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그 마을의 특징을 따서 지었다. 초기에는 순우리말로 지었다가 한자가 들어와 기록으로 남기는 과정에서 순우리말의 의미를 살린 한자식 마을 이름이 생겨났다. 그 과정에서 원래 마을의 유래를 알게 하는 이름이 사라지기도 했지만, 한자 속에 흔적이 남아 있어 마을 사람들의 정체성을 지탱해 주었다.

 

그런데, 1911년 일제가 전국의 행정구역을 재편할 때 이 마을 저 마을 연관도 없는 마을끼리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전혀 새로운 이름이 생겨나 원래 그 마을의 유래를 알 수 있게 하는 이름들이 많이 사라져 버렸다. 마을 이름을 잃음과 동시에 그 마을에 살던 사람들 또한 원래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새로운 정체성이 형성되어 살아가게 되었다. 그에 따라 삶의 모습과 이야기도 바뀌게 되었다.

 

한편,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삶의 과정에서 붙인 들판이나 골짜기, 시내, 고개, 산등성이 등 마을 곳곳에도 사연과 이름이 있었다. 마을 이름이 외면의 이미지라면 마을 속 곳곳의 이름은 내면의 메시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마을 곳곳의 이름과 사연도 현재 서서히 사라져 가고 있다.

 

옛 자인현에 속했던 자인, 용성, 남산면 지역의 마을 또한 이러한 변화의 바람 속에 놓여 있다. 그 과정에서 땅의 모습이 변하고 길이 생겨나고, 그 땅과 길 속에서 마을 사람들은 도시로 나가고 또 들어오면서 마을과 사람이 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세 지역은 그러한 바람이 약하다 보니 잃어버린 것도 적고, 얻은 것도 적다. 그러다 보니 다른 곳보다 전통문화와 갖가지 사연을 많이 간직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지역이다.

 

자인의 유래

 



 

 

자인은 옛 자인현 현청이 있던 지역이다 보니 용성·남산과 진량·압량·경산 일부 지역의 중심지였다. 면으로 행정 구역이 바뀐 지금까지도 사람들은 자인을 중심으로 생활권이 형성되어 있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자인의 옛 이름은 노사화(奴斯火)라 기록되어 있는데, 읽을 때는 눗벌이라고 향찰식으로 발음해야 한다. ‘눗벌이라는 이름이 자인으로 바뀐 시기는 8세기 경덕왕 때였다.

 

자인이라는 지명은 이 지역 출신인 원효의 불교와 관련한 ()’와 설총의 유교와 관련한 ()’에서 비롯되었다고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유래는 근거를 찾을 수 없는 민간어원설일 따름이고, 오히려 이 지역이 한때 자산군(慈山郡)’인산현(仁山縣)’이 있던 곳이라서 8세기 지명을 바꿀 때 영향을 미쳤다는 설이 더 설득력을 지닌다. 자산과 인산에 관한 언급은 조선 시대에 발행한 자인현읍지에 수도 없이 발견된다.

 

이러한 자인은 신라 때까지는 독립된 현이었다가 1018년 고려 현종 때 경주부의 속현이 되어 경주부 관원과 사족들로부터 수많은 핍박을 받았다. 그러다가 1584년 최문병을 필두로 한 복현 운동을 무려 50여 년간 다섯 차례나 일으킨 끝에 1637년 인조 때 비로소 현감이 파견되어 독립된 현을 이루었다. 그 후 1914년 일제가 행정 구역을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자인현 지역은 자인면, 용성면, 남산면으로 분할되고, 일부는 진량·압량·경산에 편입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 자인면 마을 현황(2022.12. 기준)

 

 자료 : 면적과 둘레는 국가공간정보포털 및 QGIS로 산출, 가구와 인구는 경산시 제공

 

▲ 자인면 관할 마을 분포도(제작 ; 이홍우) 

 

 

현재 자인면은 16개의 법정리와 21개의 행정리로 구성되어 있다. 마을의 규모가 큰 동부리·서부리·북사리·옥천리·계남리는 각각 1리와 2리로 나누었다. 동부리는 동부1동이 중심 촌락이었다가 마을의 규모가 확장되면서 동부2동을 새로 만들었다. 서부리 또한 마찬가지다. 북사리는 기존의 북사동을 북사1동이라 하였고, 오목천 주변에 조성된 새 각단 마을을 북사동으로 편입하여 북사2동으로 만들었다. 옥천리는 옥산동과 대천동을 합하여 옥천동이라 부르다가 옥천1동과 옥천2동으로 구분하였다. 계남리는 둔촌동과 선창동을 합하여 계남동으로 부르다가 이후 계남1동과 계남2동으로 구분하였다. 이들 마을은 모두 1988에서 로 명칭을 변경하였다. 마을 이름은 이렇게 시대의 흐름과 함께 바뀌고 있지만, 옛 조상들의 삶의 흔적과 사연은 고스란히 숨어 있고, 또 새로운 사연이 형성되고 있다.

 

 

삶의 터전

 

▲ 계정숲과 진충묘 

 

 

자인은 주산인 도천산을 비롯하여 삼천산, 금학산이 병풍처럼 서 있고, 도천산 줄기는 자인을 휘감아 계정숲(계림숲)에서 머무른다. 그 앞에는 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고, 가운데로 오목천이 휘감아 금호강으로 이어지는 형세 속에 위치하고 있다.

 

전형적인 배산임수형의 지리적 위치로 인하여 산, 골짜기, , 논 등에 각각의 이름과 사연이 있었는데 현재는 거의 잊혀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넓은 들판에 비해 큰 강이 없다 보니 저수지가 많은데 한장군과 누이의 애틋한 사연이 서린 버들못을 제외하더라도 현재 남아 있는 저수지는 무려 30개이다.

 

그리고 수령이 최소 200년 이상이 된 노거수가 동부리, 서부리, 교촌리 등지에 17그루가 있다. 이러한 저수지와 나무들에도 각각의 사연이 숨어 있다.

 

 

사회문화

 

▲ 자인향교 전경 

 

 

문화 유적은 북사리 일대 가야 시대 고분군, 단북리 도천산 아래 원효의 탄생지(추정), 계정숲(경상북도 기념물 123) 안에 한장군묘, 한장군과 누이를 배향하는 진충묘(한묘), 자인현의 정사당 건물인 시중당(使衆堂), 역대 현감의 공덕비 및 기타 비석을 한곳에 모아 놓은 비림(碑林), 그리고 교촌리에 한장군이 왜구의 목을 베던 검흔석(참왜석) 등이 있다.

 

전통적인 교육기관은 자인향교가 건재하며, 근대 교육기관으로는 자인초등학교, 자인중학교, 경북기계금속고등학교(구 자인농고), 경산제일중고등학교(구 자인여상) 등이 있으며, 도천산 자락 단북리에 대경대학교가 있다.

 

▲ 제석사 

 

 

사찰은 원효의 탄생 설화가 서려 있는 북사리의 제석사가 대표적이고, 인정사, 원효사 등 크고 작은 사찰이 산재해 있다. 기독교회는 자인교회(자인읍교회, 1898)가 제일 오래되었다. 자인성당은 1972년에 건립했다. 이외에도 각 마을에는 조상을 추향하기 위한 재실이 많은데, 원당리의 충현사, 신관리의 쌍괴재를 비롯하여 13개나 현존하고 있다.

 

그리고 자인의 수호신인 한장군과 누이를 추모하는 국가무형문화재 경산자인단오제, 자인 지역의 민요를 정리한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계정들소리 등 정부가 인정한 문화재가 2개나 존재하는 문화의 고장이기도 하다.

 

이러한 유적과 교육기관, 종교기관, 문화재 등에도 자인 사람들이 남긴 삶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현재에도 이야기되고 있다.

 

 

사람과 삶

 

▲ 계정숲 입구 비림 

 

 


신라시대 인물로는 한장군과 누이 그리고 원효 등이 있는데, 한장군과 누이는 왜구로부터 자인을 지켜 2천 년 가까이 자인의 수호신으로 추앙받고, 원효는 누구나 다 아는 고승으로 성사로 추앙 받고 있다. 조선시대 인물로는 임진왜란 때 의병으로 참여한 신관리의 이기업이춘암이억수·이춘함, 단북리의 박응기, 신도리의 최계종·최동립, 옥천1리의 김태현, 울옥리의 김우용·김우련·박몽량·박몽리·박춘, 원당리의 최문병·최희지·최경지, 읍천2리의 최결·최식·최항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의병들이 있었기에 임진왜란 당시 자인은 왜군이 들어올 수 없는 해방구여서 수많은 사람들이 자인으로 이주하였다.

 

자인현 복현 관련 인물로는 임진왜란 전 안량·권응형·허연수·임세진·이응기·최문병·최두성·이기업 등이 있고, 임란 이후에는 신관리의 백렴·백현룡, 울옥리의 김응명 등이 있다. 운문사를 크게 중창한 고승 연초대사는 신관리 사람이며, 효자로는 김경복, 동부리의 김몽룡이 있고, 효부로는 신관리의 박의인이 있다.

 

근대 이후 독립운동가는 교촌리의 백남채, 읍천1리의 배은희, 동부1리의 황기식, 서부2리의 서동일, 신도리의 박정환 등이 있다.

 

▲ 자인 팔광대 공연 모습 

 

 

문화예술인은 북사1리의 소설가 장덕조, 한장군제를 복원하여 문화재로 인정받은 석영봉·정우영·김도근, 자인의 문화예술을 집대성한 자인의 맥저술과 자인팔광대를 복원한 울옥리의 약사 이종대, 자인 지역 민요를 집대성하여 문화재로 인정받은 박도식·이공우·황화식, 전문 소재 만화가의 선구자인 신도리의 이명우 등이 있다.

 

체육인으로는 일양약품·진로·삼익파이낸스 씨름단 감독을 역임한 동부1리의 김학룡, 한국씨름연맹 부총재를 역임한 북사1리의 권석조 등이 있다. 언론인으로는 민족일보 창간인이며 복간추진위원장을 지낸 서부2리의 전무배, 매일신문 기자이자 시인인 동부1리의 최기호 등이 있다.

 

특히, 황기식은 자인현읍지를 편찬한 향토사학가이자 근대 서화가로도 유명하여 2021년 삼성현역사문화공원에서 그의 작품을 1년여 동안 전시하는 기획전을 열기도 하였다. 이러한 사람들도 각각의 마을에 살았거나 살면서 마을의 역사에 사연을 보태고 있다. (인물 선정은 그 인물이 어떤 유의미한 행적을 남겼는가를 기준으로 하면서 생존 인물은 제외함.)

 

 

현 상황

 

▲ 자인면 소재지 

 

 

현재 자인면은 농업, 상업, 공업이 혼재하는 복합적인 경제구조를 갖추고 있다. 동부리, 북사리, 서부리 등 흔히 읍내라 일컫는 지역 주민들은 주로 상업에 종사를 많이 하고, 그 외 각 마을 주민들은 복숭아와 포도 등 과수 농사에 종사하고 있다. 또 자인공단이 들어서면서부터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외국인들도 있어 서서히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수천 년을 살아온 자인이라는 삶의 터전에는 삶을 일궈온 사람들의 사연이 곳곳에 숨어 있어 찾아내기만 하면 자인의 미래를 밝혀줄 아름다운 이야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글을 마치니 흥이 일어나 한 편의 시로 마무리한다.


 

▲ 여원무 공연 모습 
 

 

 

자인 사람들

 

사랑과 어짊이라는 이름은

누구의 솜씨인지 몰라도

도천산이 낳은 계림숲을 아비로 삼고

삼천산이 낳은 오목천을 어미로 여겨

한장군 오뉘와 원효의 전설로

수천 년을 살아왔다.

 

밤하늘 별처럼 제석사의 종소리는

당산 마루에 걸리고

검흔석에 서린 한장군의 기개는

삼정지 말무덤에 멈춰 버려도

버들못에 잠긴 누이의 절개는

오롯이 버들개지에 맺혀있었다.

 

무애무 한 자락에 시름 잊은 외침은

불당골 우물 속 밤꽃 내음이 되고

김달문의 노승무 곡신무 절름발이 학춤은

팔광대의 너털웃음으로 되살아나고

한묘에 떠도는 누이의 못다 한 사랑은

여원화 송이송이 꽃봉오리로 피어나니

이천 년 취해 온 단옷날 창포주에

두둥실 덩실덩실 춤이나 추어 보자.

 

해마다 오월이면

소매소매 오색실로 맹세한

서울 간 그 사람 귀에 들리도록

희굉이 앞세워 날라리 꽹과리 움켜쥐고

동부리 북사리 서부리 한 바퀴 휘돌며

눈물 콧물 한숨 다 쓸어 담아

여원무 한바탕에

날려 보내자.

 

 

글 : 이홍우(자인의 역사저자)

 감수 : 이수우(자인면이장협의회 회장)
사진  : 양재완


 

<사진 자료>

 ▲ 문화의 고장 자인 관문
 
▲ 한장군의 말무덤이 있는 삼정지
 
▲ 계정숲 입구
 
▲ 한장군묘 
 
▲ 시중당
 
▲ 자인성당
 
▲ 자인교회
 
▲ 자인초등학교 
 
▲ 검흔석
 
▲ 자인향교
 
▲ 제석사
 
▲ 계정숲 





 

경산인터넷뉴스 (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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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롯이 (2023-03-14 오후 8:32:35)   X
    자인에 얽힌 전설을 시로 표현한것이 넘좋네요
  • 한장군ㆍ김봉석 (2023-03-14 오후 7:06:26)   X
    지역의어르신들과선배님들이지켜운 자랑스르운 전통문화를지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져가서안타까음이 큽니다!아무도 관심을가지지않는자인의역사와전통문화에너무나도 열정적인. 이홍우박사님께감사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고맙습니다!화 이. 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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