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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0-10-30 오후 5:33:00

지역의 자생 발전을 위한 제도틀 모색
어느 주변도시(경산시)의 관점

기사입력 2020-01-03 오전 9:08:40


 

< 기고 : 한국은행 선임연구위원 김희식 >


경산시는 인구가 증가하는 많지 않은 지방도시로 경제도 성장하고 있습니다. 제조업 기반이 성장하는 데다, 다수의 대학과 연구기관도 사람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반산업인 제조업 근로자 1인당 부가가치와 임금 수준을 보면 전국 평균을 하회합니다. 생산성이 낮고 영세하거나 지역 청년 및 기업과의 연관성이 낮은 업체, 대학, 연구기관이 다수 입지하고 있습니다. 한편, 자녀양육을 위한 교육환경 등 정주여건은 인근 대구 수성구에 비해 크게 열악합니다. 그래서 일과 공부는 경산에서, 거주는 대구에서영위하는 인구가 많습니다. 2018년 거주인구는 26만명이지만, 주간 활동인구는 약 40만명에 달합니다. 경산에서의 생산 증가에 따른 임금과 이윤 증가의 상당부분은 대구에 거주하는 가계로 귀속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경산의 생산 증가가 수성구 등 대구 거주 가계의 소득 증대와 집값 상승에 기여하는 구조입니다. 소득의 단지 일부가 유출되지만, 이에 따른 저축의 유출은 클 수 있습니다. 유출된 소득중 일부가 경산의 부동산이 아닌 수성구의 부동산에 투자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직주불일치에 따른 생산 지역과 소득 창출 지역의 불일치는 비단 경산과 대구 사이에 뿐 아니라, 시도지역과 수도권간에 일반적으로 존재합니다 (조성민 2010). 2015년 시도지역 1인당 개인소득과 1인당 GRDP 간 상관관계가, 울산, 충남, 서울을 제외할 경우, 마이너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허문구, 이상호, 김낙현 2015). 경북의 경우, 1인당 GRDP3.5천만원(17개 시도중 4)인데 비해 1인당 개인소득은1.5천만원 (16)에 불과합니다. 두 지표 간의 격차가 다른 시도보다 두드러진 점이 직주불일치의 심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더욱이, 경산의 인구가 전체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에도, 30대 인구만큼은 감소추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인적자본 축적을 마친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혹은 자녀 교육을 위해 대구 등지로 이주하고 있음을 나타냅니다 젊은 사람이 일자리가 있는 지역으로 이사하는 것은 거주이전의 권리에 따르는 자연스런 현상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지역의 주민과 기업들이 지역의 차세대들이 지역과 지역기업에 대한 충성심을 갖도록 하는 데 실패한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한국에 있는 어느 비수도권 지역도 이 메커니즘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대구마저도 대학을 마친 청년들을 모두 대구에 끌어안지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들은 가능하면 수도권에 취업을 원합니다. 왜 그럴까요? 그 이유를 좇아가보면, 돈과 기회가 중앙에 몰려 있기 때문입니다. 공공행정, 금융 및 기업 등 각 부문 주요 조직들의 본부가 서울에 있습니다. 국세는 중앙정부에게 집중되고 자본시장과 대기업들의 본부는 서울에 있습니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중앙집권화는 산업화 과정에서 요구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규모의 경제 기술을 구현하는 데 기회가 있으니, 국가의 총력을 모아야 되고 그러자니 중앙정부가 주도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 불균형성장전략은 나중에 중국이 선부론이라며 차용해서 성공한 바로 그 전략입니다. 이렇게 국민의 총력을 한 곳에 모을 수 있었던 경기의 규칙은 현행 헌법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현행 헌법은 국가주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에게는 법령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만 스스로 정하는 규칙 즉 조례를 제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법령이란 국회가 정하는 법률과 중앙정부 소관부서의 장관이 정하는 시행령을 말합니다. 그래서 지방정부는 속수무책입니다. 스스로 자기 지역의 차세대를 끌어안기 위하여 지역공공재(local public goods)를 생산해서 제공할 능력이 없습니다. 헌법이 그 여지를 거의 남겨두지 않았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젊은 사람이 일자리를 찾아 타지역으로 이주하면, 현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젊은이를 얻는 지역은 좋겠지만, 그와 그녀를 잃는 지역은 어떻게 될까요? 승자독식의 패러다임이 유지되는 한 그들을 얻는 지역도 기업의 성장과 쇠락 혹은 부동산 붐의 형성과 붕괴를 겪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결코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일찌기 경제학자 Baumol(1967)은 각 지역이 서로 자기 지역에 기업과 사람을 유치하려고 경쟁할 경우 경제가 장기적으로 침체에 빠질 것으로 전망하였습니다. 인구의 수도권 집중에 따른 경제의 장기 침체는 이미 일본이 경험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그 초입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이 과정을 멈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일본경제가 겪은 것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입니다. 일본의 지역에는 혁신을 창출하는 지역 중소기업중심 산업생태계가 있지만 한국의 산업단지는 그저 대기업공장과 그 하청업체들을 끌어모은 지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뇌기능이 없기에 내부에서 혁신을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그래서 글로벌화하여 떠나는 대기업과 관계를 이어갈 끈이 없습니다.

 

과연 경산시가 나아가 한국의 각 도시가, 지역산업생태계를 길러낼 수 있을까요? 있다면 그것은 읍면동수준 혹은 시군수준의 분권화(devolution)와 사람중심 자유시장경제(social market economy) 체제를 위한 제도틀이 갖추어질 때 가능할 것입니다.

 

이것이 갖추어졌다고 가정해봅시다. 지역의 정부와 기업은 무엇을 하게 될까요? 기업은 중앙정부차원의 중소기업신용보증을 기대할 수 없어 지방정부가 제공하는 금융, 교육 및 고용서비스에 의존하게 됩니다. 세계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역내 근접 입지한 기업들이 상호 협력하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함께 일본 박람회에 견학가는 일 등을 할 것입니다. 다른 기업보다 더 좋은 품질을 달성하기 위해 노사는 협력하게 될 것입니다. 이 기업이 혁신에 성공할 경우, 중고등 학교 졸업후 기업에서 일을 배우려는 젊은이들이 늘어날 것입니다. 지역의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등지는 일이 줄어들 것입니다. 현장 가까이 있는 지방정부는 지역기업이 혁신을 달성하기 위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아내서 도와주고자 열성일 것입니다. 그것이 차세대를 지역에 머물게 하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지역에서 축적한 저축은 시립은행 등 지역은행이 흡수하여 지역기업에 투자합니다. 이것이 지역에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뿐 아니라 교육여건을 향상시킵니다. 도시화는 승자독식형에서 포용형으로 진화할 것입니다(the shift from winner-take-all urbanism to a more inclusive urbanism, Florida 2017).

 

종국에는 자기가 태어난 지역에서 학교를 다니고, 직장을 얻고, 자녀를 양육하고, 세계시장을 무대로 생산하며, 자산을 축적해갈 것입니다. 지역의 중소기업들이 스마트공장의 구축을 통해 일자리의 질을 높일수록 청년들이 지역에 정주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지역커뮤니티가 활성화됨에 따라 차세대의 인성교육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건전한 문화와 전통이 저절로 만들어질 것입니다. 꿈 같은 일입니다. 하지만, 그 꿈을 꾸는 사람이 많아지면 실현 가능성도 높아지지 않을까요?

 

참고문헌

 

조성민(2018.10), “지역소득 역외유출의 결정요인과 시사점산업연구원 산업경제분석.

 

허문구, 이상호, 김낙현 (2015), “지역소득 역외유출경로 추적과 생산분배소득 격차요인 분석: 경남지역의 생산분배소득을 중심으로,” 한국은행 경남본부 2015-12.

 

Baumol, William J. (1967), “Macroeconomics of Unbalanced Growth: The Anatomy of Urban Crisis,” The American Economic Review, 57(3), pp. 415-426.

 

본 기고문은 지난해 102, 경산인터넷뉴스 창간 13주년 기념 심포지엄(경산, 부자도시로 가는 길)에서 저자가 토론자로 참석하여 발표한 내용을 논문으로 작성하였는데, 그 논문의 도입(Introduction) 글임을 알립니다.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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