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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0-10-23 오후 5:45:00

두 번째 고향
[I LOVE 경산] 조정이 작가

기사입력 2020-09-29 오전 9:10:53





비가 세차게 창문을 두드리고 촉촉해진 대지는 마음을 가라앉힌다. 경산으로 이사 올 때도 비가 많이 내렸다. 어머님은 우리를 위로하듯 비 오는 날 이사하면 잘산다고 하셨다. 불편하긴 해도 이삿짐을 정리하고 우리 가족은 낯선 곳에서 생활이 시작되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이곳에 둥지를 튼 이유는 순전히 남편의 사업 때문이다. 아이들은 친한 친구들과 헤어졌고 인간관계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걱정과는 달리 아이들은 학교에 잘 다니고 친구들을 집에 데려오기도 했다. 정작 적응을 못 하는 사람은 나였다.

 

원래 낯을 가리는 데다 사람들과 쉽게 친하지 못한 성격이라 더 힘들었다. 그래도 적응하기 위해 애를 썼다. 아는 사람도 하나둘 생기고 안정을 찾았다. 아이들 학교 보내고 경산여성회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생활영어, 독서논술, 한자 등 여러 가지 배우면서 아이들 키우는 데 도움을 많이 받았다. 경산은 교육 도시답게 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얼마든지 배울 수 있어 좋다. 공부하면서 만난 인연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타향에서 외로웠는데 서로 위로하며 정을 나누며 지낸다.

 

고향을 떠나 가장 오랫동안 산 곳이 경산이다. 여기서 아이들이 자랐고 사업은 자리를 잡았다. 내 인생에서 가장 왕성한 시기를 경산과 함께했다. 도농복합도시라 복잡하지 않고 과수원이 많아 사시사철 맛있는 과일을 먹을 수 있다. 싱싱한 과일을 먹고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주말에 가까운 곳으로 드라이브 가기에도 좋다. 사계절 다른 느낌을 주는 반곡지는 사진 찍기 좋은 곳이며 삼성현역사문화공원은 옛 성현을 생각하며 산책하기에 그만이다. 주말이면 가족 단위로 많이 놀러 온다.

 

아이들은 이제 대학생이 되었다. 이사를 하자고 하면 경산을 떠나기 싫다고 한다. 친구들이 여기에 있고 추억도 많이 생긴 탓이다. 서울로 여행을 갔다. 풍경은 뒷전이고 복잡한 서울이 답답해서 빨리 경산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공기도 좋지 않고 앞만 보고 걷는 사람은 표정이 없다. 바쁘게 살다 보니 옆을 돌아볼 여유가 없나 보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인지 복잡한 곳은 불편해진다. 경산에 도착하니 공기부터 다르다. 거리는 한적하고 사람들은 여유롭게 보인다.

 

어느새 이사 온 지 강산이 한 번 변하고 몇 년이 흘렀다. 삼십 대 중반이었던 나는 지천명이 되었다. 그동안 부모님은 세상을 떠나고 많은 변화가 있었다. 돌아보면 시간이 참 빨리도 지나갔다. 아이들 키우고 어른들 신경 쓰느라 바쁘게 살 때는 시간이 어찌 가는지도 몰랐는데 지금은 남는 것이 시간이다. 이런 시간이 그리웠던 적이 많았는데 막상 많은 시간이 주어지니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행복했던 시간이 더 많았다. 잘 살았고 앞으로 잘 살아가야 할 곳이다.

 

낯선 곳도 정들이고 살면 고향이 되는 것 같다. 경산이 안태고향은 아니지만 이제 떠나고 싶지 않다. 우리 가족에게 이곳은 두 번째 고향이 되었다. 경산서 살면서 아이들에게 고향을 지켜주고 싶다. 살다가 힘든 일이 생기면 생각나는 곳이 여기가 될 테니까. 현대인에게 고향이라는 것은 그리움이다. 직장 따라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곳에 머무는 삶이 허락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래서 인간은 더 외롭고 고독한지 모른다.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사람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릴 때도 우리는 잘 견뎌냈다. 정부의 지침을 잘 따르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마스크도 잘 쓰고 다닌다. 살기 좋은 곳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 같다. 낯선 곳이 두 번째 고향이 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 시간이 헛되지 않았고 노년의 삶도 어떻게 꾸려야 할지 고민할 나이다. 매일 걷는 남천은 힘들 때 위안이 되고 아는 사람들과 나이 들어가는 것이 편안하게 다가온다. 내리던 비가 그쳤다. 앞날도 좋은 날이 더 많을 것이라 기대해본다.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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