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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1-12-04 오후 6: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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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현역사문화공원
[경산곡곡 스토리텔링]

기사입력 2021-05-27 오후 12:58:09

전통과 문화, 놀이가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

 

▲ 경산시 남산면 인흥리 소재 삼성현역사문화공원

 

 

삼성현역사문화공원은 여유시간이 있으면 자주 찾는 곳이다. 잘 가꾸어진 정원에는 계절마다 다양한 꽃이 피고, 곳곳에 설치된 정자에서 내려다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성현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산책을 하거나 쉴 수도 있다. 경산시 남산면 인흥리, 아름다운 자라지와 포도밭, 복숭아밭, 대추밭으로 둘러싸인 264천여규모의 큰 구릉지에 2015430일 문을 열었다.

 

▲ 삼성현역사문화관

 

 

역사문화관은 삼성현의 생애와 업적을 다양한 콘텐츠로 전시한 상설전시실, 기획전시실, 어린이들의 학습장으로 꾸며진 온가족실, 영유아 놀이터, 삼성현 관련 도서 및 자료를 보관하는 아카이브실로 구성되어 있다. 국내외에 흩어져 있던 세 분 성현의 관련 자료들을 모아 전시해놓았다. 지난해부터 하양 육영재 특별전이 전시 중이지만 코로나로 인해 멈추고, 유튜브로만 보여준다.

 



 

 

문화관 안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야외 곳곳에서 민족 문화를 꽃피운 경산 출신 세 분 성현의 일화와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공원은 성현의 훌륭한 정신을 계승하고, 가치와 의미를 느낄 수 있도록 꾸민 전통과 문화, 놀이가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이다.

 

▲ 삼성현 국궁장

 

 

레일 썰매장, 국궁 체험장, 삼성현 이야기 정원, 야외공연장, 어린이놀이터, 미로 정원, 연못, 바닥 분수대, 무궁화동산, 둘레길이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할 수 있어 가족 방문객이 많다. 인근에 사직단이 있고, 최근에는 멀지 않은 곳에 동의 한방촌이 조성되어 한방체험도 할 수 있다.

 

 

공원에서 성현을 만나다

 

▲ 삼성현역사문화공원 정문

 

 

삼성현역사문화공원이라 쓴 현판이 걸린 고찰 일주문 같은 기와지붕과 단청이 된 정문을 지나면 오른쪽에 초상화가 그려진 안내판이 세 분 성현이 누구인지 알려준다. 삼성현은 한국 불교의 첫 새벽을 열고 대중화한 화쟁국사 원효, 유학을 우리 화하고 이두를 집대성한 설총, 삼국유사 집필로 우리 민족 역사관을 세운 보각국사 일연이다. 삼성현 안내판을 지나면 좌우로 그네와 널뛰기, 굴렁쇠, 투호와 바닥에 큼지막한 윷판이 그려져 전통놀이를 할 수 있는 곳이 나온다. 중앙광장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바닥 분수대를 지나 연못과 꽃밭을 거쳐 역사문화관에 이른다.

 

▲ 이야기정원

 


정문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이야기 정원이다. 삼국유사 모형과 염주 모양의 조형물이 있고, 돌 판에 삼국유사, 화왕계, 원효의 일심, 화쟁, 무애 사상과 몰가부 설화 등이 적혀있다. 측백나무로 조성한 미로 정원과 어린이 놀이터를 지나면 유아 숲 체험원으로 오르는 길이 나타난다. 이곳에서부터 둘레길로 접어든다. 소나무 숲과 이팝나무, 허브 동산을 거치면서 곳곳에 정자와 평상, 벤치, 세 분 성현의 일화가 적힌 안내판을 만난다. 무궁화동산 위쪽의 높다란 정자가 전망대 노릇을 톡톡히 한다. 이 전망대 아래 무덤이 있는데 안으로 들어가면 원효대사 깨달음의 체험장이다.

 

▲ 무궁화동산 정자

 

 

부처님오신날 찾아간 이곳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풍경이 풍성하다. 산책 나온 어르신들이 연못가 꽃밭을 거닐고, 야외공연장에는 중년의 여인들이 둘러앉아 있다. 휴일을 맞아 나들이 나온 가족들이 그늘막과 잔디 위에 텐트를 치고 아이들과 엄마 아빠가 도란도란 나누는 소리도 들려온다. 비눗방울을 날리며 까르르 웃는 아이, 염주 모양의 조형물 위로 비틀거리며 걸어 다니는 아이, 미로 정원에서 길을 찾고 종을 울리는 아이, 그네 타고, 굴렁쇠 굴리고, 자전거 타고 제각각 바쁘다. 원효대사는 무엇에도 방해받지 않는 자유로움을 무애(無碍)라 했다. 마스크를 쓰고도 오월의 푸른 하늘 아래서 맘껏 뛰노는 아이들의 몸짓에서 무애무를 추던 원효대사의 모습을 떠올린다.

 

 

원효대사의 깨달음

 



 

 

역사문화관 오른편에 있는 체험장으로 가는 길에 원효, 의상 두 스님이 당나라로 유학길 떠나는 모습과 해골 물을 마시는 원효 모형의 동상이 있다. 체험실 안에는 원효대사가 깨달음을 얻었던 일화를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하여 보여준다. 의상과 함께 당나라로 유학을 하러 가던 원효는 도중에 날이 저물어 인적 없는 산속에서 바람과 한기를 피하려 무덤 사이에서 잠을 잤다. 밤중에 심한 갈증을 느낀 원효가 주변에 있던 바가지의 물을 마셨는데 이튿날 잠에서 깨어나 주위를 살펴보니 해골바가지만 보였다. 달콤했던 물이 해골 안에 고여 썩은 빗물이었다는 것을 알고 갑자기 메스꺼워져 토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문득 깨달았다.

 





아무것도 모르고 마실 때는 달콤하던 물이 해골에 고인 썩은 빗물임을 알자 온갖 추한 생각과 함께 구역질이 일어나다니!’

 

원효대사는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깨달음을 얻고 의상대사와 헤어져 신라로 되돌아와 중생들을 위하여 설법했다.

 

 

설총의 출생과 관련한 몰가부 설화도 해골 물 만큼이나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하루는 원효대사가 거리에서 큰 소리로 수허몰가부 아작지천주(誰許沒柯斧 我斫支天柱)’라는 노래를 불렀다. 누가 자루 없는 도끼를 주면 내가 하늘을 떠받칠 기둥으로 삼겠다는 뜻이다. 태종무열왕은 원효대사가 귀부인을 만나 나라에 큰일을 할 인재를 낳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백제와의 전투에서 남편을 잃은 요석공주를 원효대사와 맺어주려고 원효를 물에 빠지게 하고 옷을 말리라는 구실로 요석궁으로 안내했다. 요석공주와의 인연으로 낳은 아들이 바로 설총이다.

 



 

 

원효대사는 스스로 파계했다고 생각하고 그때부터 머리를 기르고 소성거사라 칭하며, 광대들이 굴리는 큰 박을 가지고 무애무를 추며 무애가를 지어 부르며 다녔다. 귀족 사회와 상류층에서만 믿던 신라의 불교를 널리 대중화시켜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쉽게 따를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성과 속을 넘나든 자유인이자 무애 실천자로서, 생을 마감하기까지 240여 권에 달하는 방대한 저서를 남긴 그를 우리는 한국 불교의 첫 새벽을 연 분으로 추앙하고 있다.

 

 

설총과 화왕계

 

▲ 삼성현 무궁화동산

 

 

원효대사 깨달음의 체험장 옆에는 지혜를 키우는 꽃동산이 자리한다. 5월에 접어들면서 장미가 한창 꽃을 피운다. 그 앞에는 꽃이 지고 잎이 무성한 모란과 할미꽃의 하얀 수염이 바람에 날린다. 설총의 화왕계에 등장하는 꽃들로 꾸며진 정원이다.

 



 

 

화왕계는 설총이 신문왕에게 들려준 이야기다. 부귀와 명예를 상징하는 꽃 중의 왕 모란이 처음에는 아름다운 장미를 사랑하였다가 뒤이어 나타난 할미꽃의 간곡한 충언에 감동하여 정직한 도리를 숭상하게 된다. 이야기를 통해 완곡하게 바른 도리로 정치를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화려한 겉모습보다 내면의 아름다운 지혜를 중요시해야 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신문왕은 설총의 이야기를 글로 써서 후세의 임금들에게 경계하도록 했고, 이로써 화왕계는 삼국사기 열전에 전한다. 우리나라 꽃의 역사를 알아볼 수 있기도 하고, 꽃을 의인화하여 인간 세계를 비유한 문학적 표현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일연선사와 삼국유사

 

▲ 삼국유사

 

 

삼국유사는 오늘날 한국 고대의 역사, 문학, 종교, 미술 등 문화유산의 보고로 평가받는 국보 316호다. 역사서이지만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다. 고조선부터 고구려, 백제, 신라의 여러 가지 설화를 소개한다. 단군신화와 고구려의 동명 신화, 박혁거세와 탈해왕, 알지왕 등 신라왕의 신화가 실려 있다. 우리가 잘 아는 백제의 무왕 서동과 선화공주, 연오랑과 세오녀, 김유신의 누이 문희와 김춘추, 임금님 귀는 당나귀 이야기도 삼국유사가 전하는 이야기다.

 

헌화가 같은 문학작품도 실려 있다. 순정공이 강릉 태수로 부임해 그의 아내 수로부인과 강릉으로 가는 길, 수로부인이 절벽 위의 철쭉꽃을 꺾어 달라고 하니 암소를 끌고 가던 노인이 헌화가를 부르며 꺾어주었다. 그리고 정자에서 점심을 먹는데 용이 나타나 수로부인을 납치해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이에 순정공은 노래를 부르며 막대기로 땅을 두들기니 용은 부인을 바다에서 내보냈다는 이야기와 함께 전한다.

 



 

 

충담사의 찬기파랑가, 안민가, 월명사의 도솔가, 제망매가 등 향찰로 기록된 향가 14수도 삼국유사에 전한다.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배웠던 제망매가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누이를 애도하는 서정시로 아직 기억에 남아있다. 죽은 누이를 위하여 '제망매가'를 지어 불렀더니 갑자기 광풍이 일어나 지전(紙錢)을 서쪽으로 날려 보냈다는 배경 설화와 함께 전한다.

 

 

생사(生死) 길은

예 있으매 머뭇거리고,

나는 간다는 말도,

못다 이르고 어찌 갑니까.

어느 가을 이른 바람에

이에 저에 떨어질 잎처럼,

한 가지에 나고,

가는 곳 모르온저.

아아, 미타찰(彌陀刹)에서 만날 나

도 닦아 기다리겠노라.

<월명사의 제망매가>

 

▲ 삼성현역사문화공원 둘레길

 

 

 

삼국유사에는 무애가를 부르며 가난한 백성들에게 불법을 전한 원효대사와 아버지 원효가 입적하자 유해로 인물상을 만들어 분황사에 모시고 때때로 그곳에 들러 슬픔을 표한 설총의 이야기도 실려 있다. 600여 년 뒤에 같은 고장에서 태어난 일연과 원효, 설총, 세 분 성현은 아마 시대를 건너 영혼으로 연결된 듯하다.

 



 

 

둘레길을 돌아 나오는데 스피크에서 나직하게 가야금 연주 소리가 들린다. 몇 해 전 이곳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공연이 생각난다.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신나는 퓨전국악 공연이었는데, 팔도 아리랑 배워 보기와 국악 연주에 맞춰 동요 부르는 시간도 있었다. 단순히 구경만 하는 공연이 아니라 함께 참가할 수 있어 더 재미있었고, 산책 나왔다가 뜻밖의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이 지긋지긋한 코로나 상황도 빨리 끝나서 전시실 개방과 공연도 다시 시작되었으면 좋겠다.
 


<글 / 천윤자 수필가>
< 사진 / 무철 양재완>




 

 

김진홍 기자(ksinews@hanmail.net)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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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경화
    2021-05-28 삭제

    이야기 정원 호기심이 들썩이네요 잘 읽고갑니다 ㅎ 다음편이 기다려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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