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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골찬’ 과일 주산지 경산
[경산곡곡 스토리텔링]

기사입력 2021-07-29 오후 4:55:16

옹골찬 과일 주산지 경산

 

▲ 경산농협 공판장에 복숭아, 포도 등 지역에서 나는 여름과일들이 한가득이다.

 

 

온통 복숭아 천지다. 태양 빛을 닮은 복숭아가 생산자와 수량이 적힌 이름표를 달고 농산물 공판장에서 선택을 기다린다. 일찍 출하된 포도, 자두와 아오리사과도 더러 보인다. 오후가 되니 상인들이 모이고 경매가 열린다. 이곳에서만 하루 1만 상자가 판매된단다. 신선도 유지가 최우선이라 당일 수확한 과일을 당일 판매한다. 마트나 전통시장에도 제철을 만난 복숭아와 여름 과일이 매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경산은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도농복합도시다. 예로부터 복숭아, 포도, 사과, 대추 등을 중심으로 과수 농업이 발달했다. 과수, 장미, 관상수를 주종으로 하는 전국 최대 묘목 생산지이기도 하다. 경산에서 지금은 대구로 편입되어 아파트 단지가 된 고산은 포도와 딸기밭이었고, 안심과 하양의 금호강변은 사과밭이었다.

 

지역 출신 원로 문인들의 시와 수필 속에서도 경산 사과밭은 자주 등장한다.

 

금호강 사과밭을 떠나지 못했다

햇살 감기는 고샅길이 있기에

국밥 말아먹는 하양 장날이 있기에

꼬리 긴 노랑 할미새랑

가슴 붉은 딱새랑

한 지붕 밑에 살고 있기에

따신 털 속에 먹이 숨겨뒀다가

버들 숲 갈대밭에 물새 발자국이 있기에

여름이 남기고 간 소나기구름이 있기에

고향 친구 구활

금호강 사과밭을 떠나지 못했다

 

도광의 시인의 시 <고향 친구 구활>

 

▲ 온통 사과밭이던 하양 금호강변은 아파트 단지와 대추밭으로 변했다 

 

 

 

금호강 사과밭을 떠나지 못한 구활 선생은 고향의 능금밭과 능금 맛을 수필에서 자주 그리운 추억으로 소환한다.

 

여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고향의 금호강변이다. 지금은 층수 높은 아파트가 줄지어 늘어서 있지만, 그때는 강변에 능금밭 밖에 없었다 다 익어도 푸른 색깔인 이와이를 한입 베어먹으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고, 홍옥은 암팡지게 생긴 꼴값에 색깔값까지 하느라 정말 달고 새콤하다. 그러나 국광은 맛이 깊고 점잖은 데다 이듬해 봄까지 저장할 수 있기 때문에 능금 중에서 최고의 대접을 받는다.

 

<구활의 고향의 맛-홍옥냉채 중에서>


 

반곡지에서 내려다본 포도 비가림시설, 들판이 온통 포도와 복숭아 재배단지다.

 




경산에는 9천여 농가, 22천여 명이 농업에 종사하고 2900에서 농산물을 생산한다. 1970년대에는 대구 능금의 대표 산지로 대부분 사과를 재배했으나 80년대 들어서면서 사과는 줄고 포도와 복숭아 비중이 높아졌고, 90년대부터는 대추 생산이 증가했다.

 

봄날 자동차를 타고 조금만 외곽지로 나가면 복사꽃밭이 펼쳐진다. 시설 포도를 재배하는 비닐하우스가 눈 덮인 들판 같다. 대추와 묘목은 전국 1, 복숭아는 2, 포도는 4위의 생산량을 자랑한다. 품질의 우수성도 인정받고 있다. 명장, 마이스터, 명인이라 불리는 농업 전문가들이 신품종 개발에 노력하고 농업기술센터에서 아카데미를 열어 새로운 재배 기술을 교육한다. 동호회와 작목반을 만들어 정보를 교환하고 우수 농산물 생산에 심혈을 기울인다. 토양이 비옥하고 일조량이 풍부하며 기상재해가 적은 천혜의 자연환경에서 자라 이름 그대로 옹골찬 과일이다.

 


신선이 먹던 신비의 복숭아

 



 

 

복숭아는 신선이 먹던 신성한 과일로 여겨 예로부터 자주 그림의 소재가 되었고, 먹으면 오래 산다고 한다. 그만큼 맛이 있고 영양이 풍부하기에 생긴 말이 아닐까 싶다. 경산에서 생산되는 복숭아는 대부분 털이 없는 천도복숭아다. 암킹, 천홍, 선광, 수봉, 선프레이, 레드골드, 환타지아, 신선, 신비 등 종류가 여럿 있다. 수확 시기도 6~8월까지 품종에 따라 다르다.

 



 

 

올해 특히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끈 복숭아는 신비다. 재배한 지 오래되지 않은 신품종으로 6월 말~ 7월 초에 짧게 출하되고, 맛과 향이 좋아 젊은 층에서 즐겨 찾는다. 조생종이라 크기가 굵지 않지만, 겉모양은 천도인데 백도 맛을 내는 신비한 품종이라고 한다.

 

▲ 2019년 경산도도데이 행사~

 

 

경산복숭아연구회영농조합법인 주관으로 복숭아가 가장 많이 출하되는 시기 에 '경산 복숭아의 날'을 정해 경산도도(都桃)데이행사가 열린다. 직거래 장터가 열리는 이날은 소비자들에게 최고 품질의 복숭아를 선보인다. 올해는 코로나19 상황이라 전시와 무료시식은 하지 않고 중산지 공원에서 드라이브 스루를 통한 직판행사만 한단다.

 



 

 

몇 해 전 경산 남매공원에서 진열 중인 상품을 친절히 설명해 주던 청년을 만났다. 적당히 그을린 건강한 피부와 서글서글한 눈매, 웃는 모습이 인상적인 그는 단연 눈에 띄었다. 그가 생산한 복숭아도 우수 상품으로 전시됐다.

 

요즘이 한창 복숭아 수확기입니다. 잘 익은 과일을 따내는 것은 농사를 짓는 보람입니다. 현금이 들어오니 더 즐겁지요. 무더위도 견딜 만합니다.”

 



 

 

그는 2006년 귀농해 남산면 흥정리에서 부모와 함께 2만여과수원에 복숭아와 자두 농사를 짓고 있다. 젊은이들이 모두 농촌을 떠나는데 결혼도 하지 않은 총각이 귀농한다니 부모와 주변 사람은 모두 반대했다. 부모를 설득했다. 어릴 때는 부모가 시키는 대로 따라 했지만, 지금은 그가 앞장서서 농사를 이끌고 있다. 농업기술센터와 복숭아 작목반에서 공부하며 재배 기술을 배우고, 어떻게 하면 좋은 품질의 과일을 수확할 수 있을지 연구하고 있다. 농한기인 겨울에도 영농계획서를 작성하고 효율적인 농사방법을 찾고 있다. 이제는 결혼도 하고 머지않아 아기도 태어날 거란다. 멋쩍게 웃는 그의 모습이 잘 익은 복숭아만큼 싱그러웠다.

 

 

씨 없고 껍질째 먹는 포도

 



 

 

경산 포도는 당도가 높고 색상이 뛰어나 최고의 품질을 인정받는다. 시설 포도 최대산지인 남산면의 거봉 포도와 맥반석 토양의 남천 산전 MBA 포도, 최근에는 샤인머스켓 포도 생산이 늘고 있다.

 

40대에 귀농해 25년 동안 포도 농사를 짓고 있다는 그는 여유로워 보였다. 한여름 더위를 피해 새벽 일찍 일하고 낮에는 휴식시간을 보낸다. 그가 재배하는 품종은 샤인머스켓, 청포도다. 씨가 없고 껍질째 먹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당도가 높아 인기 품종으로 한 송이에 만 원을 호가한다. 그가 생산한 포도는 농민들 사이에서도 인정받는 우수 상품이다. 대를 이어 아들도 포도 농사를 짓는다.

 



 

 

자인면 서부리에서 농자재 판매점을 운영하며 농사를 짓고 있는 부부는 거봉포도와 샤인머스켓, 복숭아를 홍콩으로 직수출해 매출을 올린다.

 

항공으로 농산물을 보내야 하니 포장을 어떻게 해야 할지, 포장에 필요한 자재를 어디서 사야 할지 막막한 게 한둘이 아니었다.”며 초기의 고충을 털어놨다. 포장을 위해 새벽부터 구슬땀을 흘린다. 우여곡절 끝에 얼마간의 상품을 홍콩으로 보냈고, 그곳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거래가 성사됐다. 가격도 지역에서 판매할 때보다 훨씬 좋게 받았다.

 

사인머스켓 재배농장

 

 

 

농사를 잘 지어도 국내에서는 과일값을 종잡을 수 없다. 출하 시기와 날씨에도 민감하다. 그러나 수출은 상품에 대한 신뢰만 얻게 되면 가격 변동이 없어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설명한 부부는 포도는 국내 생산도 많지만, 수입도 많다. 우리 농산물도 수출해야 한다. 수출이 늘면 홍수 출하로 인한 가격폭락을 막을 수 있어 국내 과일값도 안정될 수 있다.”고 했다.

 

 

옹골찬 대추

 



 

 

대추는 임산물이라고 한다. 산림청 지리적 표시제 제9호 등록상품인 경산 대추는 알이 굵고 당도와 무기질이 풍부하며, 전국 최대 생산량과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고향마을, 마당이 있는 집에는 대추나 감나무가 한두 그루씩은 있었다. 대추는 크기가 작지만, 제사상에 빼놓을 수 없는 과일이다. 탕약을 달일 때 감초와 함께 약재로 쓰였고, 음식을 만들 때 고명으로 많이 사용했다.

 






말린 대추는 일 년 내내 쓰임새가 많았다. 80년대 들어 대추 효능이 알려지면서 값이 올랐고 과수원에 대추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대량생산 되면서 건대추로 말리는 과정이 기계화되고 노동력이 그쪽으로 몰렸다. 대추를 가공한 식품과 대추를 이용한 요리도 많이 출시됐다. 지역에서 대추나무는 한때 대학나무라고 불렀다. 대추 농사로 자식들 대학등록금을 댈 정도로 수익이 괜찮았기 때문이다. 가을이면 경산에서는 대추 축제가 열린다. 생산자는 홍보할 수 있고, 소비자는 싸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다.

 

▲ 압량 부지에 조성 중인 경산명품대추테마공원

 

 

압량읍 갑제동 감못을 중심으로 경산 명품 대추 테마공원이 조성 중이다. 대추를 테마로 산책로와 홍보관을 건립하여 시민들의 휴식과 체험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산책로에는 대추나무를 형상화한 거대한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홍보전시관은 2022년 준공예정이다.


 

마치 정원처럼 잘 가꾼 경산대추밭

 




올해 농림축산식품부가 공모하는 농촌융복합산업지구 조성사업경산 대추지구가 선정되어 2024년까지 4년간 국비 15억원(총사업비 30억원)을 확보했다고 한다. 대추 생산 농가는 안정적인 소득기반을 마련하고 대추 가공제품 부가가치 증대, 지역연계 관광상품 개발로 농촌융복합을 통한 대추 산업 및 지역 관광산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두, 참외, 만감류

 



 

 

팔공산 기슭의 맑은 공기와 비옥한 토양에서 키운 와촌 자두, 압량면 현흥리 일대를 중심으로 유기물 함량이 높고, 토심이 깊은 사질토양에서 재배하여 육질이 단단하고 아삭아삭한 압량 참외도 경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특산물이다.

 



 

 

제주도에서나 재배되는 줄 알았던 만감류를 재배하는 농가도 생겼다. 자인면 원당리에서 복숭아, 샤인머스켓, 자두, 사과대추, 루비사과, 살구 등 다양한 과일을 재배하는 부부, 그 농장에는 한라봉, 레드향 등 만감류도 있다. 500여 평 스마트팜 농장에 450그루의 만감류가 심겨 있다. 봄부터 한 그루에 10만 원씩, 나무째 판매됐다. 부부는 열매가 열리고 자라서 수확할 때까지 관리해 준다. 나무를 구매한 고객은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고, 자라는 모습을 모두 관찰할 수 있다. 그러다 수확기가 되면 직접 따 간다. 이 농장에서 만감류를 재배하기 시작한 지는 벌써 5년이 됐다. 제주도에서 직접 묘목을 구해다 심었다. 처음 2년은 적응기였고, 3년째부터 수확을 하기 시작했다. 기후의 변화로 지역에서 생산하는 과일 품목도 변하고 있다.

 

 

능금밭 집 딸, 복숭밭 집 며느리

 

남산면 거봉포도 시설재배단지

 

 

 

어느 수필가는 그리운 시절들은 다 여름에 있다고 했다. 그의 그리운 여름날 추억은 동네 반점에 새로 온 색시에게 반한 어릴 적 동무의 무모한 모험심을 불러오지만 내게도 여름은 그리운 것들이 많다.

 

경산에서 나고 자라 경산 남자를 만나 지금도 경산에 사는 나는 어쩔 수 없는 경산사람이다. 젊은 시절 도시로 나가 공부하고 직장을 따라 떠나 산 적도 있지만, 귀향하고 대부분 시간을 경산에서 보냈다.

 



 

 

아버지는 평생 과수 농사를 지었다. 어린 나의 놀이터도 자주 과수원 언저리였다. 일하러 간 부모님을 따라가 혼자 놀 때가 많았다. 제비꽃과 민들레, 뱀딸기를 따다가 소꿉놀이도 하고, 나리꽃에 찾아드는 호랑나비, 능금나무에서 울어대는 매미와 웅덩이 주변을 맴도는 잠자리를 쫓아다녔다. 새벽녘 과수원길을 따라가면 이슬에 날개가 젖은 잠자리가 가시 울타리에 앉아 있어 쉽게 잡을 수 있었다. 능금밭에는 초여름부터 먹을거리가 많았다. 이와이, 홍옥, 골덴, 스타킹, 인도, 국광이라 부르던 능금 수확이 가을까지 이어졌다.


여름은 무엇보다 맛난 과일을 실컷 먹을 수 있어 좋았다. 크고 굵은 상품은 내다 팔았지만 썩은 부분을 도려낸 흠다리 능금도 맛있었고, 태풍에 떨어진 낙과도 먹을만했다. 물러서 팔 수 없는 복숭아는 더욱 먹음직했다. 지금도 과일이라면 종류를 가리지 않고 좋아한다. 지나친 과일 사랑이 과체중을 불러오고 건강까지 위협하지만 달콤새콤한 유혹을 쉽게 떨쳐버리지 못한다.

 



 

 

낡은 오토바이를 타고 온 그 남자는 어느 달 밝은 여름밤, 느닷없이 복숭아 서리를 하러 가자고 했다. 싫다는 내 손을 잡고 그는 과수원으로 내달렸다. 주인을 잘 알고 있으니 들키더라도 봐줄 거라고 했다. 망을 보라고 시킨 키 큰 그 남자는 울타리 너머 손을 내밀고 알이 굵은 복숭아 2개를 땄다. 남의 복숭아를 주저 없이 따는 이 남자, 인생의 동반자로 살아도 될지 도덕성 검증을 할 겨를도 없이 공범이 된 나와 그는 강가로 가서 대충 씻고 손으로 쓱 문질러 닦은 후 입으로 베어 먹었다. 그때의 그 향긋함이라니. 주인 몰래 따먹은 복숭아는 금단의 열매처럼 달디달았다.

 

이듬해 나는 그 동네로 시집을 갔고, 서리했던 복숭아밭 주인이 시아버지라는 것을 알았다. 아들이 예비 며느리를 데려와 당신 밭의 복숭아 맛을 보여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시아버지는 두고두고 복숭아값을 내놓으라고 농담하셨지만, 덕분에 맛난 복숭아를 실컷 먹을 수 있었다.

 

와촌면 강학리 일원의 자두 주산지 전경

 

 

 

복숭아와 포도 농사를 지으시던 시아버지도 세상을 떠나시고, 능금밭 주인 아버지도 이제 봄이면 복사꽃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언덕배기 산으로 가 누우신 지 오래다. 복숭아가 제철이다. 작열하는 태양을 받은 포도와 대추가 최선을 다해 옹골차게 익어간다. , 그리운 시절, 그 여름날들.
 


<글 / 천윤자 수필가>
< 사진 / 무철 양재완>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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