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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오세영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17-10-06 오전 11:40:03

눈물
오세영
물도 불로 타오를 수 있다는 것은
슬픔을 가져본 자만이
안다.
여름날
해 저무는 바닷가에서
수평선 너머 타오르는 노을을
보아라.
그는 무엇이 서러워
눈이 붉도록 울고 있는가.
뺨에 흐르는 눈물의 흔적처럼
갯벌에 엉기는 하이얀
소금기 슬픔의 숯덩이다.
사랑이 불로 타오르는
빛이라면
슬픔은 물로 타오르는 빛.
눈동자에 잔잔히 타오르는 눈물이
어둠을
밝힌다.
원시인님, 『지구별 여행자』라는 류시화 시인의 인도 기행 수상집이 있습니다. 이 책 끝머리에 사두 어록이 나오는데 그 중 물질의 최소 단위에 대한 이야기가 짤막하게 실려 있지요.
‘만물의 근원은 물이다’라고 한 탈레스의 이야기에서부터 현대 물리학의 소립자 이론을, 류시화 시인으로부터 다 들은 한 늙은 사두(탁발 고행승)는 고개를 저으며, ”그렇지 않소, 만물은 물, 불, 공기 등으로 이뤄진 게 아니오, 물질의 최소 단위는 다름 아닌 사랑이오. 사랑이 없으면 모든 물질이 결합력을 잃어버린다는 사실을 최고의 철학자와 과학자들이 몰랐단 말이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물도 불도 공기도 사랑이 없으면 흐를 수도 탈 수도 없습니다. 모든 만물의 생성 소멸의 근저에는 신의 사랑의 손길이 내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 삶에 있었어도 사랑은 역시 알파요 오메가입니다. 사랑을 뺀 삶은 빈 소라껍질에 불과하지요.
원시인님, 오세영 시인의 <눈물>은 물과 불의 상극의 원리를 깨뜨리는 비범함에서 출발합니다. 즉 오세영 시인에게서 ‘눈물’은 ‘사랑’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사랑이 불로 타오르는 / 빛이라면 / 슬픔은 물로 타오르는 빛’인 것이죠. ‘물’도 ‘불’처럼 타오를 수 있다는 발상, 신선하지 않습니까?
불만이 타오르는 것이 아니라, 눈물도 타오를 수 있는 것이죠. 지금 어딘가에서 세상을 사랑하여 눈물 흘리는 이가 있다면 그의 눈물은 빛이 되는 것이겠죠. 김요섭 시인도 <꽃>이라는 시에서 ‘이슬이 떨어지면 더욱 놀라는/ 그 불은 / 꽃’이라고 명징하게 표현한 적이 있습니다. 이슬은 물인데 그 이슬 때문에 더욱 꽃이 불타오르는 발상도 또한 신선하지 않습니까?
물과 불의 상극의 원리를 상생의 원리로 재탄생시키고 있습니다. <꽃>이나 <눈물>이나 지극한 사랑 끝에 맺힌 절정 순간은 모든 이에게 빛으로 타오를 수 있지 않을까요? 오세영의 ‘눈물’은 바로 그런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눈물’은 ‘갯벌에 엉긴 하이얀 소금기이고 다 타버린 숯덩이’이지만, 그 하이얀 소금기가 누군가의 가슴을 썩지 않게 하고 그 숯덩이가 어둠을 밝히는 존재로 부활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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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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