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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을 지나며 / 문무학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5-09-13 오전 9:36:34

우체국을 지나며
문무학
살아가며 꼭 한 번은 만나고 싶은 사람
우연히 정말 우연히 만날 수 있다면
가을날 우체국 근처 그쯤이면 좋겠다.
누군가를 그리워하기엔 우체국 앞만 한 곳 없다.
우체통이 보이면 그냥 소식 궁금하고
써 놓은 편지 없어도 우표를 사고 싶다.
그대가 그립다고, 그립다고, 그립다고
우체통 앞에 서서 부르고 또 부르면
그 사람 사는 곳까지 전해질 것만 같고
길 건너 빌딩 앞 플라타너스 이파리는
언젠가 내게로 왔던 해묵은 엽서 한 장
그 사연 먼 길 돌아와 발끝에 버석거린다.
물 다 든 가로수 이파리처럼 나 세상에 붙어
잔바람에 간당대며 매달려 있지만
그래도 그리움 없이야 어이 살 수 있으랴.
『누구나 누구가 그립다』, 학이사,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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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리움 없이야 어이 살 수 있으랴.’로 끝맺는 문무학 시인의 시조 「우체국을 지나며」를 읽으면 마음이 애잔해진다.
이 시에는 시의 화자가 만나고 싶은 누군가가 구체적이지 않다. 그저 막연히 누군가이다. 그 누군가는 시를 읽는 독자들이 채워갈 대상으로 남겨둔 것 같다. 시인은 그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으로 이끄는 길손 역할을 한다. 우체국과 우체통과 우표 등을 통해 궁금한 사연을 보내고 받고 싶어지게 한다.
어찌 사람만이 그리움을 간직한 채 살아가랴. 후반 부에 가면 ‘길 건너 빌딩 앞 플라타너스 이파리’가 ‘해묵은 엽서 한 장’으로 읽힌다. ‘발끝에 버석거리’는 ‘이파리처럼 나 세상에 붙어’ 살아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에 오면 구체적인 남녀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의 차원을 넘어섬을 알 수 있다. 인간이 가지는 근원적인 존재의 그리움이랄까? 존재의 귀착점이랄까? 우리를 숙연하게 한다.(*)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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