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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별의 지옥 / 김혜순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5-09-20 오전 9:46:35







어느 별의 지옥

                         김혜순

 

 

무덤은 여기

가슴에 매달린 두 개의 봉분

이 아래 몇 세기 전의 사람들이 아직 묻혀

숨 들이켜고 있는 곳

바다에 달 뜨고 달 지듯

두 개의 무덤 아래

죽은 자들이 모여

망망대해를 펼치고 오므리는

달을 올리고 끌어당기는

여자의 깊은 몸 구중궁궐

또 한 세상

몇 세기 전의 어둠이 아직도

피 흘리며 갇혀 있다가

초승달 떠오를 때

기지개 켜는 곳

뱀과 뱀이 입 맞추고

초록 풀 나무 덩굴이 수천 번

되살아나고 뒈지는 곳

어느 별의 지옥은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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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순 시인의 어느 별의 지옥은 한눈에 의미가 파악되는 시가 아니다. 그런데도 아득히 그 어딘가에서 울려오는 울림의 진폭은 크다. 우리의 언어문화 속에 여인의 젖가슴을 젖무덤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정작 왜 여인의 젖가슴을 젖무덤이라고 했을까에 대한 답을 우리는 명확히 모른다. 여인의 젖가슴은 생명성의 상징이고, 무덤은 죽음의 상징이다. 서로 다른 이질적인 이미지들의 결합은 우리를 적의 당혹하게 한다. 단순한 젖가슴과 무덤의 시각적 이미지만으로 그렇게 부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시는 어쩌면 이러한 의문에 답을 제시해 줄지도 모르겠다.

 

젖은 생명을 키워주는 존재이다. 그런데 생명은 생명이고 죽음은 죽음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의 틀을 이 시는 깬다. 3행의 (여인의 젖가슴) 아래 몇 세기 전의 사람들이 아직 묻혀/숨 들이켜고 있는 곳이라 했으니, 여인의 젖가슴에서 죽은 자들의 숨(생명)을 발견한다. 생명은 죽음을 먹고 산다는 역설적 의미인지도 모르겠다. 죽은 자들의 숨은 모두 무덤(봉분)에 묻혀 사라지고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어머니의 젖가슴 속에 다시 부활하고 있음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그 어딘가 끊임없이 생명과 죽음의 끈이 이어져 나가고 있음을 인식시켜준다. 유구하게 이어져 오는 생명의 역사를 우리는 공감하게 된다. 그리하여 바다에 달 뜨고 달 지듯/두 개의 무덤 아래/죽은 자들이 모여/망망대해를 펼치고 오므리는/달을 올리고 끌어당기는세상을 펼쳐보여 준다. 또한 시인은 여인의 젖가슴 아래에는 몇 세기 전의 어둠이 아직도/피 흘리며 갇혀 있다고 말한다. 모든 존재는 연결되어 있다. 그 어느 것도 개별적이지 않는 우주적 연결성을 암시하기도 한다. 한편, ‘뱀과 뱀이 입 맞추고/초록 풀 나무 덩굴이 수천 번/되살아나고 뒈지는 곳이라 했으니 지구상에 있는 모든 존재들의 화해와 분화의 영속성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또한 시인은 그곳-여인의 젖가슴-에서 초승달 떠오를 때/기지개 켜는 곳이라 했으니, 그곳에서부터 새로운 생명의 세상이 열리는 곳이라 보았다. 그곳은 다름 아닌 어느 별이고, 이 시의 제목처럼 그 별은 삶의 지옥이었고, 뒤집어 삶의 천국이 되기도 할 곳이라는 암시를 주는 것은 아닐까? (*)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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