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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얼굴 / 홍명순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5-11-29 오전 10:20:12

물 얼굴
홍명순
아파트가
호수 속에서 쉰다.
편안하다.
홍명순, 『그게 무슨 말이야』, 2025, 학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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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하루를 보낸 가족들의 온갖 희로애락의 번잡함이, 저녁이 되면 한 곳에 모여 따뜻한 불빛을 밝혀두고 쉬는 곳이 또한 아파트이다.
시인은 어느 날 아파트 앞 호수를 걸으며 물속에 비친 아파트를 보게 되었을 것이다. 아침이면 나가고 저녁이면 들어와 잠들며 쉬는 곳. 그곳을 나와 호수를 거닐며 시인은 자기를 쉬게 하는 아파트를 보며, 아파트 역시 누군가에 기대어 쉰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아파트를 쉬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호수였다. 출렁이든 낮의 호수가 밤이 되면서 고요해져 그 속에 아파트의 불빛을 잠재우고 있었다. 시인은 이를 ‘물얼굴’이라 했다. 물의 속성은 생명이고 재생이고 새로운 탄생이니, 시인은 호수 속에 잠긴 아파트를 통해 ‘물의 얼굴’을 본 것이다.
참 따뜻하고 선명하고 간명한 동시이다.(*)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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