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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가 더 꽃이다 / 유안진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5-03-29 오전 10:09:59

상처가 더 꽃이다
유안진
어린 매화나무는 꽃 피느라 한창이고
4백년 고목은 꽃 지느라 한창인데
구경꾼들 고목에 더 몰려섰다
둥치도 가지도 꺾이고 구부러지고 휘어졌다
갈라지고 뒤틀리고 터지고 또 튀어나왔다
진물은 얼마나 오래 고여 흐르다가 말라붙었는지
주먹만큼 굵다란 혹이며 패인 구멍들이 험상궂다
거무죽죽한 혹도 구멍도 모양 굵기 깊이 빛깔이 다 다르다
새 진물이 번지는가 개미들 바삐 오르내려도
의연하고 의젓하다
사군자 중 으뜸답다
꽃구경이 아니라 상처 구경이다
상처 깊은 이들에게는 훈장(勳章)으로 보이는가
상처 도지는 이들에게는 부적(符籍)으로 보이는가
백년 못 된 사람이 매화 사백년의 상처를 헤아리랴마는
감탄하고 쓸어보고 어루만지기도 한다
만졌던 손에서 향기까지도 맡아본다
진동하겠지 상처의 향기
상처야말로 더 꽃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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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안진 시인의 「상처가 더 꽃이다」를 읽고 있으면 숙연해진다. 삶의 희로애락이 저 고목 속에 침잠해 있다. 사람들은 어린 매화나무 꽃을 두고 ‘둥치도 가지도 꺾이고 구부러지고 휘어진’ 고목매화나무 앞에 서 있다. ‘4백년 고목은 갈라지고 뒤틀리고 터지고 또 튀어나’왔으며, ‘진물은 흘러내리고 개미들이 오르내리는’ 볼 품 없는 고목나무가 피워내는 몇 송이 꽃을 보고 감탄한다. 사실 감탄은 고목나무가 피워 올린 저 살가운 꽃에 있겠지만 시인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시인의 눈은 꽃에 있지 않고 고목에 머무른다. 그리고 그 고목 앞에 선 구경꾼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간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그 고목매화나무 앞에 선 구경꾼들은 연륜이 꽤 된 사람들이리라.
그리하여 시인은 절창을 쏟아낸다. ‘꽃구경이 아니라 상처 구경이다’라고. 그 고목나무는 내 앞에 선 객체적인 한 그루 꽃나무가 아니라, 바로 수십 년의 상처와 고통을 견뎌낸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그리하여 시인은 노래한다. ‘상처 깊은 이들에게는 훈장(勳章)으로 보이는가/상처 도지는 이들에게는 부적(符籍)으로 보이는가’라고. ‘감탄하고 쓸어보고 어루만지’는 행위는 고생을 견디고 버텨온 자기 사랑이다. 온갖 풍상을 견뎌온 상처와 고통의 끝에 맺힌 꽃송이는 그냥 꽃이 아니다. 더 진한 향기를 뿜는 상처의 꽃이다.(*)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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