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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 / 김남호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5-02-15 오전 9:22:42

뱀
김남호
깜짝 놀라 내가
짧게
비명을 지르자
그는 얼마나 놀랐는지
기다란
비명을 물고
다음 비명까지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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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뱀은 늘 두렵고 서늘한 존재이다. 김남호 시인의 「뱀」을 읽으면 뱀을 만나 놀란 장면이 육감적으로 기억된다. 풀숲을 거닐 때 아무 소리 없이 스르륵 지나가는 뱀을 보기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그런데 사람만이 그 순간 놀랄까? 뱀 또한 얼마나 놀랄까? 뱀은 땅으로 길게 꿈틀거리는 존재이지만, 뱀의 입장에서 보면 사람은 공중으로 길게 꿈틀거리는 존재이다. 뱀에게 언어가 없어서이지 얼마나 놀랐으면 뱀 저도 혀를 내두르며 풀숲으로 부리나케 달아날까? 우리는 뱀의 모습에 놀라지만 뱀은 우리의 모습뿐 아니라 인간이 지르는 비명에 더욱 놀랐을 것이다. 그래서 시인은 ‘놀란 내가/짧게/비명을 지르자/그는 얼마나 놀랐는지/기다란/비명을 물고/다음 비명까지/가버렸다’라고 읊고 있다.
어릴 때 어른들의 말에 의하면 뱀의 독보도 인간의 독이 더 독하다고 하였다. 뱀을 들고 입을 벌려 사람의 입김을 뿜어 넣으면 뱀 또한 쓰러진다고 하였다. 그래서 그런가? 우리는 ‘짧은 비명’에 그치지만 뱀은 ‘기다란/비명을 물고’ 달아났다는 표현은 새롭다. ‘비명’은 심리적 용어이지만 ‘기다란’이란 말로 수식하면서 회화적 용어로 바꾸어 공감각적 심상을 갖게 한다. 그리고 ‘기다란/비명을 물고/다음 비명까지/가버렸다’란 구절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의미를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 표현도 신선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기다란’이란 시어는 비명이 짧게 끝나지 않고 계속 되어질 것 같은 느낌을 가지게 한다. 인간에게 놀란 뱀은 도망가지만 그 기다란 비명을 물고 가다 또 어디선가 다른 누군가에게 비명을 불러낼 것 같은 상상을 하게 한다. 뱀의 복수랄까? 우리는 모두 역지사지 해 보아야 한다. 삶을 뒤집어 보는 직관의 시다.(*)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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