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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신불 / 복효근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4-08-10 오전 10:11:30

등신불
복효근
중앙성당 앞 길가에
졸고 있다
다 팔아도 2만 원어치가 안 될 푸성귀를
늘어놓은 할머니 한 분
양버즘나무가 제 그림자를 끌어당겨 덮어주려 하지만
8월 오후 세시의 햇볕이
속살까지 구워내는 등신불상 하나
- 한 찰나라도 먼저 56억년 저쪽에 이르기 위해
자동차들이 질주해 가는 동안
이미 용화세상에 들었을까
가끔 꿈결에 깨어
경전을 넘기듯 무심히 몇 가닥씩 다듬어 놓는
상추경經 우엉경經 부추경經 쪽파경經······
이 지옥이 저로 하여 눈부시다
시집 『새에 대한 반성문』 (시와시학사.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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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효근 시인의 「등신불」은 길가 가로수 아래 푸성귀를 파는 할머니를 시적 대상으로 삼은 작품이다. 8월 땡볕이 내리쬐어 온몸을 구워내는 여름 더위에도 아랑곳없이 생활을 위해 푸성귀를 내다 팔아야 하는 이승의 지난한 삶을 그리고 있다.
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가 내려다보고 얼마나 안타까웠으면 ‘제 그림자를 끌어당겨 덮어주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녹녹하지가 않다. 쭈그리고 앉아 푸성귀를 다듬는 저 모습이야말로 다름 아닌 ‘등신불’임을 시인은 본 것이다. 미륵불이 현신한다는 56억년 뒤 용화세상이 어쩌면 푸성귀를 팔다 잠깐 졸고 있는 할머니의 꿈 세상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다 ’꿈결에서 깨어/
경전을 넘기듯 무심히 몇 가닥씩 다듬어 놓는/상추경經 우엉경經 부추경經 쪽파경經······‘은
힘든 ‘이 지옥을 그래도 눈부시게 한다’는 시적 발상은 따뜻하면서도 감동적이다.
‘이승과 저승, 현실과 이상, 할머니와 미륵불, 지옥과 용화세상’ 등 대척점에 놓인 세상을 시인은 할머니의 푸성귀 다듬는 행위를 통해 따뜻이 용해시키고 있다.(*)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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