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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18-02-08 오전 9:10:35

 

▲ 그림 김수영  



 

 

* 원시인님, 이 한겨울에 사랑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 따뜻한 이야기일겁니다. 백석이란 시인에 대한 이미지는 낭만을 넘어 환상에 가까울 정도로 멋있는 사람으로 기억됩니다. 본명이 기행(夔行)인 백석은 1912년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나 일본 유학 후 북한에 거주하면서 문학 활동을 하다 만주를 거쳐 해방 후 다시 북한에서 1996년에 생을 마친 토속성과 모더니티를 함께 겸비한 천재 시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현대적 감각과 잘생긴 외모 때문인지 그에게는 여러 여인들이 있었는데, 그 중 자야(김영한)’라는 여인과의 사랑은 인구에 회자되고 있습니다. 부모가 맺어준 본부인과의 인연은 달콤한 사랑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술집에서 만난 자야와의 사랑은 이 시의 시적 배경으로 더욱 아름답고 애틋하게 합니다.

 

첫눈에 반한 기생 김영한에게 자야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만주에 가 살 것을 제의하고 먼저 만주로 갔지만, 끝내 자야는 따라가지 않았지요. 후에 자야의 고백으로 알게 되었지만, 그분(백석)이 매우 높고 고상한 분으로 여겨져 자신이 그분의 행복을 깨뜨릴 것 같아 차마 따라가지 못했답니다. 외롭게 떠돌던 만주에서의 생활은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시게 하였을 것이고 그녀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강해 갔을 것입니다. 그 후 김영한은 요정 대원각의 주인이 되었고 말년(1990연대 중반)에 가서 그녀는 당시 시가로 1,000억 원이나 되는 대원각(요정)을 법정 스님에게 시주였습니다. 그 당시 기자들이 아깝지 않느냐?’라고 질문했을 때, ‘1,000억의 재산이 그 사람 시 한 줄만도 못해라고 하였다고 하니, 두 사람의 사랑은 시공간을 초월한 영원한 사랑의 아일랜드로 자리매김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원시인님, 사랑은 아픔이기도 하지만 행복하게 하고, 허허롭기도 하지만 모든 것을 낳는 원천이기도 한가 봅니다. 아름다운 나타샤에 대한 그리움은 온천지에 눈을 내리게 하고, 그녀와 함께 자신들만의 아름다운 천국-산골 마가리-에로의 길을 만들기도 합니다. 비록 움막 같은 오두막살이행이지만 시적 화자는 내 안에 와서 조곤거리는 나타샤의 입을 통해 세상한테 져서 떠나는 것이 아니라,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라고 사랑하는 이를 끌어들여 당당히 자기 확신을 확인하는 묘한 발화 형태를 보여줍니다. 서로의 사랑 속에 걸림돌이 된 세상의 풍파, 그는 얼마나 헤쳐 나가고 싶었을까요. 또한 마지막 남은 마가리를 향해 시적 화자는 둘만이 떠나는 것이 아니라 흰 당나귀도 함께 데리고 갑니다.

 

우리는 이 시의 분위기를 신비스럽고 낭만적으로 이끄는 것이 만이 아니라 흰 당나귀가 아닌가 생각하게 합니다. ‘흰 당나귀는 단순히 이 두 사람을 마가리로 데려다 주는 운송 수단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옛날부터 흰색의 짐승들은 매우 상서로운 짐승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흰 말, 흰 염소, 흰 소 등 모두 신비스럽고 귀한 영물로 취급받아 왔지요. 또한 이 흰 당나귀의 울음- ‘응앙응앙은 묘하게도 아기 울음을 연상시켜 새로운 탄생과 행복한 미래로까지 상상하게끔 합니다. 그러나 시인에게 있어 나타샤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고, 남북분단이라는 민족적 비극 앞에 사랑하는 자야와는 서로 영원히 이별하여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원시인님, 새해가 또 밝아왔습니다. 모든 이에게 사랑의 아일랜드가 펼쳐지기를 소망해 봅니다. 사랑하는 나타샤가 나타나기를 소망해 봅니다. 비록 사람이 아닐지라도 모두 하나의 나타샤를 갖고 세상을 살아가길 소망해 봅니다. 세상이 춥고 바람 불어 우리를 휘청거리게 할수록 사랑의 존재는 우리를 마가리로 이끌 것입니다. 세상에 지지도 말고 그렇다고 세상을 버리지도 말고, 세상 속에서 우리들의 가슴 속에, 사랑의 눈을 푹푹 내리게 하여 흰 당나귀처럼 응앙응앙 울어볼 일입니다.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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