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 전시관
- 글
심장을 켜는 사람 / 나희덕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18-04-04 오전 8:47:31

▲ 그림 김수영
심장을 켜는 사람
나희덕
심장의 노래를 들어보실래요?
이 가방에는 두근거리는 심장들이 들어 있어요
건기의 심장과 우기의 심장
아침의 심장과 저녁의 심장
두근거리는 것들은 다 노래가 되지요
오늘도 강가에 앉아
심장을 퍼즐처럼 맞추고 있답니다
동맥과 동맥을 연결하면
피가 돌 듯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하지요
나는 심장을 켜는 사람
심장을 다해 부른다는 게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지만
통증은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지만
심장이 펄떡일 때마다 달아나는 음들,
웅크린 조약돌들의 깨어남,
몸을 휘돌아나가는 피와 강물,
걸음을 멈추는 구두들,
짤랑거리며 떨어지는 동전들,
사람들 사이로 천천히 지나가는 자전거바퀴,
멀리서 들려오는 북소리와 기적소리,
다리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동안
얼굴은 점점 희미해지고
허공에는 어스름이 검은 소금처럼 녹아내리고
이제 심장들을 담아 돌아가야겠어요
오늘의 심장이 다 마르기 전에
-----------------------------------------------------------------------
* 원시인님, 사람에게 심장의 무게는 얼마쯤일까요? 사람에게 심장의 %는 얼마만큼 차지할까요? 만약에 심장이 없다면 우리의 생각과 상상은 어디쯤 갈까요? 우리가 세상모르고 자는 그 한밤에도 심장은 홀로 깨어 먼 길을 갑니다. 멈추지 않는 심장이 노래하고 있기에 아침은 저렇듯 싱그럽고 아름답습니다.
어느 강가 저물 무렵, 자신의 두근거리는 심장을 꺼내 놓고 다리 위에서 지나가는 행인들의 발걸음을 불러 세우고 심장이 켜는 음악을 들려주는 이의 모습은 처연합니다. 한때 건기의 심장에는 목마름의 갈증이, 한때 우기의 심장에는 목 놓아 부르던 눈물이 담겨 있을 것입니다. 그것을 내 가방 속에만 둘 수 없어, 아니 누군가 나누고 싶어 가방을 풀고 심장을 다해 부르는 노래를 꺼내 놓습니다.
지나가는 발걸음들이 하나 둘씩 모이고 자전거 바퀴살이 천천히 움직이며 심장이 켜는 소리를 듣습니다. 심장 앞에 짤랑짤랑 떨어지는 동전소리를 들으며 서로 공유하는 시간이 되면 심장과 심장들이 서로 퍼즐을 맞추어 갑니다. 퍼즐들이 맞추어지면 웅크린 조약돌들이 살아납니다. 피가 돌고 강물이 노을처럼 흐릅니다. 돌아가는 노을의 뒷모습이 왜 붉은지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jpg)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jpg)
.png)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