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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 나막신 / 송찬호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18-05-29 오전 8:48:46

▲ 그림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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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시인님, 어제는 영화 같지 않은 영화를 보고 눈물을 찔끔 흘렸습니다. -<노무현입니다>- 한 시대를 불꽃 같이 살다 별똥별처럼 사라져간 민중이 꽃피운 캄캄한 들판의 촛불! 그 들판의 촛불에는 진실과 정의와 투박한 농부의 호흡이 깃들어 있었기에 시대를 비추는 한 줄기 빛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엔 송찬호 시인의 <분홍 나막신>을 읽었습니다. ‘님께서 사 오신 나막신’에 ‘자신의 발톱을 깎고 발뒤꿈치와 복숭아뼈까지 깎고 신에 발을 맞추’는 행위는 어리석기 그지없는 짓입니다. 누가 신발에 발을 맞출까요? 그리스 시대도 아닌데 말이죠?
그리스 신화에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는 끔찍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프로크루스테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로, 힘이 엄청나게 센 거인이자 노상강도였습니다. 그는 아테네 교외의 언덕에 살면서 길을 지나가는 나그네를 상대로 강도질을 일삼았는데, 특히 그의 집에는 철로 만든 침대가 있었습니다. 프로크루스테스는 나그네를 붙잡아 자신의 침대에 눕혀 놓고 나그네의 키가 침대보다 길면 그만큼 잘라내고, 나그네의 키가 침대보다 짧으면 억지로 침대 길이에 맞추어 늘여서 죽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의 침대에는 침대의 길이를 조절하는 보이지 않는 장치가 있어, 그 어떤 나그네도 침대의 길이에 딱 들어맞을 수 없었고 결국 모두 죽음을 맞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기의 기준이나 생각에 맞춰 타인의 생각을 바꾸려 하거나,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면서까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횡포나 아집, 독단을 이르는 인간 심리를 대변한 신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송찬호 시인의 <분홍 나막신>의 이야기는 자신의 살과 뼈를 깎아 그 ‘분홍 나막신’에 자신을 맞추고 있습니다. ‘분홍 나막신’이 어떤 존재이기에 이렇듯 하려고 하는 것일까요? ‘님’이 사 오신 ‘분홍 나막신’을 보고 시적 화자는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을 깎고 다듬은 발에서 피가 배어 나와도 기쁨의 춤을 멈추지 않을 것 같은 예감에 들떠 있습니다. ‘님’은 뉘시기에? 그리고 그 사온 ‘분홍 나막신’은 또 어떤 존재이기에? 이렇듯 기뻐하고 있을까요? 그에 대한 답은 마지막 행에서 찾을 수 있을 듯합니다.
- 님께서는 오직 사랑만을 발명하셨으니 -
‘님’이 발명한 것이 오직 ‘사랑’밖에 없으니 ‘님’은 ‘절대적 사랑의 존재’일 것입니다. 절대적 존재인 ‘님’이 선물한 ‘분홍 나막신’은 ‘사랑’의 구체적 형상화요, 시적 화자가 걷고 싶은 길이기도 합니다. 모든 것이 파편화되고 상대주의적 길만이 진리인 세계에서 ‘사랑’이라는 절대적 존재를 향해 걸어가고자 하는 구도적 자세를 우리는 이 시에서 발견하는 기쁨을 얻을 수 있습니다.
원시인님, 절대적 존재에 대한 귀의는 절대적 존재가 있는지 없는지의 문제에 앞서는 소중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존재가 사랑이라면 더욱 불타오르게 하겠지요. 자신의 전존재를 깎는 아픔이 있을지라도 사랑과 정의와 진리를 위한다면 그 불꽃은 타오를만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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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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