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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이 잘 맞을 때 / 토머스 머튼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18-11-02 오전 9:07:24

신발이 잘 맞을 때
토머스 머튼
도안가인 공수는
맨손으로 원을 그리는데
그림쇠로 그리는 것보다 더 완벽했다.
그의 손가락은
어디서 왔는지 모르게 저절로 형태를 만들어냈다.
그 동안 그의 마음은
그가 하는 일에 대해
자유롭고 근심이 없었다.
아무런 적용이 필요 없었다.
그의 마음이 완벽하게 단순해서
어떤 장애도 몰랐다.
하여 신발이 잘 맞을 때는
발을 잊고,
허리띠가 잘 맞을 때는
허리를 잊으며,
마음이 올바를 때는
'찬성'과 '반대'를 잊는다.
추구도 없고 충동도 없고,
욕구도 없고 유혹됨도 없으면,
그대의 모든 일이 순조롭다.
그대는 자유로운 사람이다.
쉬운 것이 알맞다.
알맞게 되면 쉬워진다.
계속 쉬우면 알맞은 사람이다.
쉬움으로 가는 알맞은 길은
알맞은 길을 잊는 것이다.
그러니 가는 것이 쉽다는 것도 잊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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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시인님, 오늘 아침엔 토마스 머튼(Thomas Merton, 1915~1968) 신부의 「신발이 잘 맞을 때」라는 시를 읽어보고 싶군요. 머튼 신부는 엄격한 금욕주의 전통을 지닌 트라피스트 수도회의 신부였습니다. 27년 동안 수도원에서 생활하면서 묵상생활을 통하여 풍부한 말씀을 길어 올리는 아름다운 시를 쓰기도 했습니다.
가끔가다 보면 텔레비전에서 달인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는데 그곳에 소개되는 달인들은 하나같이 기계보다 더 정확하게 그리고 빠르게 일을 처리해내고 있었습니다. 이 시에 나오는 ‘도안가인 공수’가 아마 여기에 해당되는 것 같습니다. 이 시에서는 공수가 그린 완벽한 원에 감탄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그 완벽한 원이 어디에서 오는가 하는 문제에 집중합니다. 그것은 그가 그림을 그릴 때 ‘그의 마음은/ 그가 하는 일에 대해/ 자유롭고 근심이 없었다.’에 이르고 있습니다. ‘자유롭고 근심이 없음’의 상태는 마치 어린 아이들이 놀이에 집중하는 그 순간과 같은 것으로, 그 순간에는 그 놀이 밖에 없으며 마음 또한 매우 단순하고 다른 어떤 것도 개입되지 않는 순수의 세계에 이릅니다. 이런 순수의 세계에서는 ‘추구도 없고 충동도 없고, 욕구도 없고 유혹됨도 없’어 ‘모든 일이 순조롭’게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가장 온전한 자유 속에 빚어지는 그릇은 가장 완벽한 상태에 이른다는 동양적 노장사상의 모습을 이 시에서 맛볼 수 있습니다.
- 그대는 얼마만큼 자유로운 사람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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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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