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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길 / 문정희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18-12-24 오전 9:10:03

돌아가는 길
문정희
다가서지 마라
눈과 코는 벌써 돌아가고
마지막 흔적만 남은 석불 한 분
지금 막 완성을 꾀하고 있다
부처를 버리고
다시 돌이 되고 있다
어느 인연의 시간이
눈과 코를 새긴 후
여기는 천년 인각사 뜨락
부처의 감옥은 깊고 성스러웠다
다시 한 송이 돌로 돌아가는
자연 앞에
시간은 아무 데도 없다
부질없이 두 손 모으지 마라
완성이란 말도
다만 저 멀리 비켜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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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시인님, 경북 군위군 고로면에 있는 인각사에 가보셨는지요? 인각사에는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339호인 석불좌상이 있습니다. 이 석불좌상은 세월의 흐름에 코와 눈과 입이 닳고 문드러져 그 불상의 형상만 겨우 간직하고 있습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하지만 시인은 이 석불좌상을 통해 새로운 삶의 깨달음을 발견하고 있습니다. 눈과 코가 뭉개져 다시 돌로 돌아가는 그 형상에서 시인은 ‘완성을 꾀하고 있다’라고 하고 있습니다.
중생들은 ‘부처’를 향해 기도하고 발원하며 완성을 향해 나아가고자 합니다. 그런데 시인은 오히려 ‘부처’에서 감옥을 발견하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돌’에서 완성의 의미를 발견합니다. 인간은 제 각각 부처의 형상을 만들고 그 형상 속에 자신의 이상을 심어놓고 자신이 또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인위가 진정한 부처의 모습이면 얼마나 좋으련만 시의 화자는 그것이 오히려 자신을 가두는 감옥으로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 ‘감옥이 깊고 성스러웠다’라고 함으로써 그 중생의 마음을 숭고함으로 이끌어 올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더 숭고한 것은 어쩌면 두 손을 모으는 행위가 아니라 가만히 흘러가는 자연에 모든 것을 내맡기는 자세인지도 모릅니다. 인위 안에는 시간이 존재하지만 자연 안에는 시간까지 존재하지 않는 무념무상의 거룩함과 숭고함을 발견합니다. 완성은 끊임없이 변하는 자연 그 자체임을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요?
원시인님, 진정한 부처의 모습은 돌로 형상화된 것에 있지 않겠지요. 노자의 ‘道可道非常道’처럼 형상 속에 가둘 때 어찌 부처나 예수의 참모습을 발견할 수 있겠습니까? 꾸밈이 없는 자연스러움을 향한 순수한 마음의 작용이 완성을 향한 돌의 모습과 닮은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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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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