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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당신 / 문혜연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19-02-23 오전 8:53:51





당신의 당신

                           문혜연

 

 

새들의 울음은 그들의 이름이 됩니다

우리는, 어떤 이름을 갖게 될까요

원래 인간은 제 이름보다 남의 이름을

더 많이 부르는 종이잖아요

나는 당신의, 당신은 나의 이름을

새들에게 우리는 우리일까요

 

우리를 대신할 말을 찾아요

수많은 단어들이 사라져요

뻐끔거리던 입술들이 짝을 짓습니다

입술을 부딪치며, 서로에게 옮아가는 인간들

새들은 인간과 상관없이 날아다닙니다

새들은 새들이고, 우리는 우리입니다

부리를 부딪치는 새들은

정다운 만큼 가벼운가 봐요

 

자신을 닮은 사람을 세 번 만나면 죽는다는 얘기

들어본 적 있어요

지렁이와, 지렁이 모양 젤리

그걸 공포라 할 수 있나요

머리와 꼬리를 알 수 없는 젤리는

달콤하고 모호한, 주인 모를 관계들

우리는 점점 닮아 가는데

누가 누굴 닮은 건지 모를 때는

어떻게 할까요, 당신은 지금

2%의 당신 자신과, 98%의 당신의 당신

순도 높지 않은 당신, 그리고 나

끝 모를 바닥으로 가라앉아요

 

새들은 언제나 아득한 높이에서 웁니다

그림자도 생기지 않을 물에는

새의 밑면만 지나갑니다

깊이 가라앉은 바닥, 그곳에서 우리는

떠오를 수 없는 낮은 음, 낮은 울음

 

새들의 이름은 그들의 인사가 됩니다

우리의 울음도 우리의 내일이 될까요

안녕, 당신, 안녕

유언 같은 안부를 주고받아요

우리는 새들의 세계에서도, 서로의 이름만 부르고

인간은 역시, 새들에게는 이해받을 수 없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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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시인님, 인간의 고유한 이름은 무엇일까요? ‘새들의 울음이 그들의 이름이 되듯이 우리 인간의 울음도 우리의 이름이 될까요? 얼마나 많은 종들이 이 지구상에 살아가고 있는데 과연 모든 종들이 우리 인간을 바라보면서 인간이라는 이름으로 고유하게 불러 줄까요? 물론 그렇지는 않겠지요? 그들의 언어가 다 다르니 말이죠. 그러나 여기서는 그런 말이 아닙니다. 불러 줄 수 없는 이유가 있죠. 우리 인간은 우리 고유한 존재로 살아가지 못하니 고유한 이름을 그들로부터 얻을 수 없게 된다고 시인은 보고 있습니다. 우리 인간은 지금 ‘2%의 당신 자신과, 98%의 당신의 당신/ 순도 높지 않은 당신이기 때문이죠.

 

자신의 이름을 가지고 있으면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기보다 남의 이름을 더 많이 부르며 사는 종. 그것은 곧 자신의 고유한 속성보다 남을 닮아가려는 인간의 또 다른 속성을 비꼬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 인간을 대신할 적당한 말을 찾아보지만 수많은 단어들이 사라질 뿐이죠. 우리 인간의 종에 걸맞은 적절한 단어는 없는 거죠. 그래서 뻐끔거리던 입술들이 짝을 지을 뿐입니다. 그런데 공중을 나는 새들은 그들의 울음을 울기 때문에 그들의 고유한 이름으로 존재합니다. 우리도 그들처럼 우리의 울음을 울어 우리의 울음이’ ‘우리의 내일이 되기를 바라지만 헛수고일 뿐이죠. 왜냐하면 자신을 닮은 사람을 세 번 만나면 죽는다는인간 종의 전설이 있듯이 모든 인간은 이 전설 속의 주인공처럼 자신도 모르게 닮아가고 있기 때문이죠.

 

인간이 고유한 한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참 어렵다는 생각을 한 번쯤 해 보게 하는 시입니다. 자신의 고유한 존재로 살아간다는 것. 창공을 날아가는 새의 그림자 아래서 낮은 울음을 울면서도 끊임없는 닮음을 향한 인간의 순도 높지 않은 삶에 대한 경계의 노래로 읽혀집니다.




 






 

편집/최상룡(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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