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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19-11-18 오후 4: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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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환 / 깃발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19-04-27 오전 10:10:28





깃발

                            유치환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텔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理念)의 푯대 끝에

애수(哀愁)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아 누구인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아는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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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시인님, 오늘 아침에는 중·고등학교 때 배웠던 유치환의 깃발이라는 시를 한편 읽었습니다.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의 꿈은 무엇일까? 이런 생각을 해보게 하는 아침입니다. 너무나 바쁘고 너무나 갈 길이 많은 도시의 발걸음들, 그들의 발걸음 끝에는 어떤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통영에서 태어나고 자란 유치환 시인은 아마 바닷가에 펄럭이는 깃발을 무수히 보았을 겁니다. 그리고 그 깃발이 펄럭이는 저 푸른 해원을 향해 자신의 꿈도 실어 보내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육풍이 불어 끊임없이 바다를 향해 나부끼는 깃발이야말로 단순히 깃발이 아니라, 우리 인간 존재의 이상향에 대한 동경의 모습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또한 깃발은 그 이상향의 세계를 위해 몸부림치지만 결코 도달하지 못하고 부단히 나부끼기만 하는 인간 존재의 근원적 한계성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또 발견한 것 같습니다. 깃발은 바람에 나부낄 때 생명력이 있는 것입니다. 바람이 불지 않고 축 쳐진 채로 매달려 있다면 누가 깃발이라 말할까요. 이와 같이 또한 깃발이 깃발이 되기 위해서는 또한 깃대(현실)에 매달려 있을 수밖에 없지요. 만약에 깃발이 깃대에 풀려 바람에 나부낀다면 얼마나 날아갈까요? 아마 몇 십 미터도 못가고 내려앉겠지요. 그러면 깃발의 생명성도 거기에서 끝이 날 겁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깃발깃대에 매여 있을 때 깃발이 되고 푸른 해원을 향해 펄럭이게 되는 것이지요. 가야할 곳이 먼 해원이지만 그 꿈의 시원은 육지 위에 있는 깃대라는 현실과 바람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바람은 바로 외부에서 불어오는 물리적 바람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맑고 곧은 이념인 것입니다. 우리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 통찰이 없다면 아마 이런 명시도 나올 수 없었겠지요.

 

꿈을 잃어가고 발 앞의 현실에만 급급해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들의 모습을 다시금 떠올리며, 오늘 아침 깃발을 천천히 낭송해 봅니다. 그 해원 그 바다가 인간이 나아가야할 이상이든 사랑이든 그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서 나올 때 가치가 있겠지요? ‘맑고 곧은 이념그것은 우리 인간 내부에 근원적으로 존재하는 순수가 아닐까요? 인간은 이 순수한 존재로 일어설 때 무한한 이상향에 대한 동경을 지니고 살아갈 수 있겠지요? 이는 또한 우리 현대인들이 다시금 회복하여 찾아야 할 우리의 꿈이기도 하지요. 원시인님, 발만 쳐다보지 말고 가끔씩 하늘의 별들도 쳐다보며 살아가기를.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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