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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달다 / 정호승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19-05-12 오전 11:45:56

풍경 달다
정호승
운주사 와불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에
그대 가슴의 처마 끝에
풍경을 달고 돌아왔다
먼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 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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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인님, 운주사라는 절에 가 본 적이 있으신지요? 전라남도 화순에 있는 운주사는 다른 어떤 절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지요. 입구도 끝도 울타리도 선명하지 않는 절의 구조, 하나같이 온전하지 못한 수많은 불상 등. 조선 성종 때 편찬된 『동국여지승람』 에는 “운주사는 천불산에 있다. 절의 좌우 산마루에 석불과 석탑이 각각 1,000개 있고, 또 석실이 있는데 두 석불이 서로 등을 대고 앉아 있다”(雲住寺在千佛山寺之左右山背石佛塔各一千 又有石室二石佛相背而坐)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고려시대 몽고군 침입 때 창건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운주사는 오늘날 많은 이들에게 신비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시인의 발걸음은 그 중 운주사의 와불(臥佛)에 멈추었습니다. 일어나 앉지도 못하고 수백 년을 누운 채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 와불은 그 어디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불상이지요. 운주사의 불상들이 하나같이 그렇듯 이 와불 역시 눈과 코와 귀가 선명하지 않습니다. 보는 이로 하여금 두루뭉술한 윤곽을 마음속으로 그려볼 때라야 불상이 되지요. 그리고 마음속으로 불상을 일으켜 세울 때라야 또 온전한 불상이 되지요.
미완의 불상 앞에 시인은 그리움의 풍경을 답니다. 혹시 바람 불어 그 풍경소리 울리면 ‘보고 싶은 내 마음이/찾아간 줄 알아라’라는 구절은 운주사를 돌아오는 길에 끊임없이 들리는 애절한 사랑의 세레나데 같습니다. 그 풍경소리 들리면 누웠던 와불도 일어나 앉으려나? 못다 이룬 내 눈과 코와 귀도 온전해지려나? 시는 말하여진 너머에 아련히 그려지는 또 다른 말을 되새기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음을 이 시를 통해 다시금 느끼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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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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