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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타이 / 박성우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19-08-31 오후 2:15:16





넥타이

                                                                                   박성우

 

 

늘어지는 혀를 잘라 넥타이를 만들었다

 

사내는 초침처럼 초조하게 넥타이를 맸다 말은 삐뚤어지게 해도 넥타이는 똑바로 매라, 사내는 와이셔츠 깃에 둘러맨 넥타이를 조였다 넥타이가 된 사내는 분침처럼 분주하게 출근을 했다

 

회의시간에 업무보고를 할 때도 경쟁업체를 물리치고 계약을 성사시킬 때도 넥타이는 빛났다 넥타이는 제법 근사하게 빛나는 넥타이가 되어갔다 심지어 노래방에서 넥타이를 풀었을 때도 넥타이는 단연 빛났다

 

넥타이는 점점 늘어졌다 넥타이는 어제보다 더 늘어져 막차를 타고 퇴근했다 그냥 말없이 살아 늘어진 혀가 없어, 넥타이는 근엄한 표정으로 차창에 비치는 낯빛을 쓸어내렸다 다행히 넥타이를 잡고 매달리던 아이들은 넥타이처럼 반듯하게 자라주었다

 

귀가한 넥타이는 이제 한낱 넥타이에 불과하므로 가족들은 늘어진 넥타이 따위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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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타이를 떠올리면 떠오르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규격, , 격식, 예절, 타이트함, 바름, 흐트러짐이 없는 등, 전형적이고 모범적인 이미지로 다가옵니다. 어느 사회나 넥타이의 상징은 그 모양과 모습만 달리했지 나름대로 그 양식을 견지해 왔습니다. 넥타이는 현대사회가 되면서 공동체 사회에서의 격식을 갖춘 의복의 한 양식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공식적인 자리에 나갈 때는 언제나 예의를 아는 사람이면 넥타이를 매고 나갑니다. 그러나 이 넥타이는 또 얼마나 사람을 얽어매거나 구속하여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부정적인 성격의 단어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이같이 모든 사물이 그렇겠지만 넥타이 역시 이중성을 가진 의미로 우리들의 삶의 한 양식으로 자리 잡아갔습니다.

 

원시인님, 이제 우리는 박성우의 시 한 편을 통해 넥타이를 모티프로 한 현대사회의 샐러리맨이 맨 넥타이의 상징적 의미를 봅니다. ‘늘어지는 혀를 잘라 넥타이를 만들었다라는 구절로 시작하는 이 시는 읽는 이로 하여금 전율과 잔잔한 여운을 남깁니다.

 

혀를 잘라 넥타이를 만들다! 우리는 섬찟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늘어진 혀로 넥타이를 만든다는 발상은 기발하면서도 참신합니다. 넥타이의 아래로 처진 시각적 형상과 혀의 늘어뜨림이 서로 어울리기도 하지만, 혀의 속성 가운데 하나인 말의 상징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혀는 인간의 말을 상징하는 신체의 발성기관 중 하나입니다. 사람의 말이 타이트하고 긴장해야만 젊음의 유지할 수 있는데 시의 화자에 비친 사내는 말이 늘어져만 갑니다. 말이 늘어진다는 것은 곧 혀가 늘어진다는 말입니다. 혀가 늘어진다는 말은 무슨 의미로 다가올까요? 회의 시간, 계약할 때 등 샐러리맨에게는 주요한 시간마다 자신의 말을 할 수 없고 오직 회사와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말이 늘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 늘어진 혀들을 잘라, 오늘도 사내는 그 공동체를 위해 반듯한 넥타이를 매고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시인이 진짜 하고 싶은 말은 2연에 말은 삐뚤어지게 해도 넥타이는 똑바로 매라속에 있지 않을까요? 우리 속담에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라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이 속담을 패러디하여 자신이 하고 싶은 말, 넥타이는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라라는 것을 비꼬아 표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자존심을 다 버리면서 살아온 하루가 막차의 차창에 비친 지친 자신의 모습을 쓸어내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힘들고 고달픈 사내에게 다행인 것은 아이들은 넥타이처럼 반듯하게 자라준것입니다. 그러나 귀가한 넥타이는 이제 한낱 넥타이에 불과하므로 가족들은 늘어진 넥타이 따위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는 구절은 읽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짠하게 합니다. 우리 곁에 흔한 소재인 넥타이를 통해 현대인의 삶의 한 모습과 멀어져 가는 삶의 본령을 시적인 상상력과 함축성을 최대한 살려 표현한 작품입니다.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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