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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놓치다 / 윤제림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19-09-07 오전 10:44:55





사랑을 놓치다

                                윤제림

 

 

...... 내 한때 곳집 도라지꽃으로

피었다 진 적이 있었는데,

그대는 번번이 먼 길을 빙 돌아다녀서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내 사랑!

쇠북 소리 들리는 보은군 내속리면

어느 마을이었습니다.

 

또 한 생애엔,

낙타를 타고 장사를 나갔는데, 세상에!

그대가 옆방에 든 줄도

모르고 잤습니다.

명사산 달빛 곱던,

돈황여관에서의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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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림 시인의 시 사랑을 놓치다를 읽고 있으면 시란 개별적 이미지의 긴장된 연결고리의 떨림으로 빚어지는 통일된 화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시에는 두 개의 개별화된 이미지가 등장합니다.

 

처음은 충북 보은군 내속리면 어느 마을의 이미지입니다. 그곳에서 그는 어느 곳집(상엿집) 앞에 도라지꽃으로 피었다 진 적이 있다고 합니다. 두 번째는 중국 서북쪽 실크로드의 관문인 간쑤성 돈황시에서의 이미지입니다. 그곳에서 그는 돈황여관에서 묵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먼 거리고 아무 연관이 없는 것 같은 두 개의 다른 이미지를 통해 만나지 못하는 사랑의 이미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 이미지는 각기 다른 개별적 이미지입니다만 또 그 속성상 너무나 닮은 두 공간이기도 합니다. 둘 다 불교적 색채를 가지고 있으며 윤회 사상을 통한 묘한 만남과 이별의 공간으로 다가옵니다. 쇠북소리 울리는 법주사가 떠오르고, 바람에 구르며 울리는 모래산 명사산(鳴砂山)과 돈황석굴이 떠오릅니다. 서로의 다른 이미지이지만 두 이미지에는 서로 유기적 연결고리가 있어 인간의 보편적 속성인 인연의 끈이 먼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1연에서는 먼저 시적 화자인 가 곳집 앞 도라지꽃으로 피어서 사랑하는 그대를 기다리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그대는 를 찾지 못하고 비켜가기만 했습니다. 그대를 위한 나의 사랑애절하게 피었지만 그대는 젊어서 곳집 같은 곳을 찾아다니지는 않은 것이겠지요. 2연에서는 정반대로 시적 화자인 그대를 찾아 헤매었지만 그 먼 이국땅까지 가서도 옆방에 잠든 줄도 모르고 찾지 못하였습니다. ! 사랑은 그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그토록 헤맬 때 그대는 보이지 않고 그대가 나를 찾을 때 나 또한 숨어 있는 것. 그래서 시인은 이 시의 제목을 사랑을 놓치다라고 했겠지요. 한평생 살면서 진정한 사랑을 이루기보다 어쩌면 수많은 기회를 놓치고 사는 건지도 모릅니다.

 

원시인님, 비켜가는 사랑의 애절함을 아득하고 고절한 개별적 이미지들의 결합으로 읽는 이들로 하여금 먹먹하게 합니다.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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