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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널의 키스 / 윤제림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19-09-29 오전 11:10:52





터미널의 키스

                            윤제림

 

 

터미널 근처 병원 장례식장 마당 끝

조등 아래서

두 사람이 입을 맞추고 있었다.

그것은 아무래도 죽음과 관계 깊은 일,

방해될까봐 빙 둘러 지하철을 타러 갔다.

 

휘적휘적 걸어서 육교를 건너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입맞춤은 끝났을까,

돌아가 내려다보니

한 사람만 무슨 신호등처럼 서서

울고 있었다.

 

그런데 알 수 없는 일은

그 사람이 나를 쳐다보며 울고 있었다는 것이다

오라는지 가라는지 손수건을 흔들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사람은 나밖에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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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인님, 장례식장 마당 조등 아래 입을 맞추고 있는 두 사람은 누구일까요? 사랑하는 연인인가요? 시의 화자는 분명 처음엔 그렇게 생각한 모양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방해될까봐 빙 둘러 지하철을 타러 갔겠지요. 그런데 좀 묘한 데가 있습니다. 육교를 건너다 돌아보니 그곳에는 분명 한 사람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시의 화자 쪽으로 쳐다보며 울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시의 화자는 그와는 모르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둘러봅니다. 곁에 누가 있는가하고, 그러나 주변에는 사람이라고는 없으니 참 모를 일입니다. 황당한 일입니다. 점점 까마득한 비밀의 정원에라도 들어가듯 시인은 독자들을 이끌고 갑니다. 알 듯 모를 듯 묘한 구절들을 섞어가며 시의 길을 갑니다.

 

그런데 혼자 남은 이의 행동은 계속 울면서 손을 흔들고 있다고 했습니다. 자기 곁으로 오라는 건지 아니면 잘 가라는 건지 애매한 손짓을 한다고 했습니다. , 그렇습니다. 장례식장 마당 조등 아래서 입맞춤하는 두 사람은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의 마지막 이별의 장면을 상상하여 형상화한 장면이었습니다. 누가 이 슬프고 애잔한 장례식장에서 눈치도 없이 사랑의 키스를 나누겠습니까. 시인은 죽어 이별하는 애틋한 아픔을 한 쌍의 남녀가 키스하는 장면으로 치환하여 나타내고 있습니다. 돌아가 14행을 보면 시적 상황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아무래도 죽음과 관계 깊은 일이라고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승으로 가는 임과 마지막 이별을 하고 때마침 내 곁을 걸어 저승으로 가는 임에게 그는 마지막 송별의 예식을 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보내는 이가 나를 보고 손짓하는 것처럼 표현한 것은 왜 일까요? 어쩌면 내일이면 그 일이 나의 일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라는 걸 넌지시 말해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요? 지금 이 순간에도 터미널에는 떠나는 이와 남아 안타깝게 바라보는 이가 있겠지요. 터미널이란 늘 그런 곳이니까요.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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