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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19-12-12 오후 3: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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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 / 이하석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19-11-16 오전 11:47:53





                         이하석

 

 

쥐가 내 마음의 틈서리를 넓히며

세월의 자국을 그려낸다.

그들의 통로는 어둠 속에 묻힌 케이블선보다

확실한 전언을 갖고 있다.

 

그들은 내가 벽에 둘러싸여 있음을 알려주고

내 체취를 이루는 음식과 욕망과 그리움들이

그들과 무관하지 않음을 깨닫게 해준다.

 

나는 그들의 통로에 덫을 놓을 생각이 없다.

쥐는 어디든 다니며 이곳과 저곳을 연결한다.

 

(언젠가 대구 중심가에서 대낮에 4차선 대로를 가로지르는 쥐를 본적이 있다. 그 털은 곤두서고 그 눈은 광체로 번쩍였다. 그때 나는 길 이쪽과 저쪽 건너편이 도시적 구획이 아닌 어떤 삶터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았다.)

 

그들에게 자기만의 구역이란 무의미하다.

그들은 삶과 자연의 소통이 있는 곳이면 어느 곳이건 출몰한다.

그들이 싸놓은 오줌의 네트워크로 내가 사는 도시는 여전히 연결되어 있고,

그러한 한 나의 미래는 아직도 낙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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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인님, 오늘날의 삶의 한 단면을 그리라면 아마 벽으로 단절된 세계일 것입니다. 기계문명의 발달로 인간과 인간의 관계망은 더욱 가까워져 있지만 실상은 더욱 멀어져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더욱이 통신의 발달로 더욱 가까워진 것 같지만 서로의 얼굴을 대하고 마주하기는 어려운 세상이 되었습니다. 자기만의 공간에서 스마트 폰으로 세상과 이야기하는 우리들은 열린 세계에 살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닫힌 벽 속에 살고 있기도 합니다.

 

이하석 시인의 는 바로 오늘날 우리 인간들의 단절된 삶을 비판하면서 라는 동물을 등장시켜 관계망을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쥐는 우리 인간들로부터 저주받으며 산 동물입니다. 그러한 쥐를 시인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공동체적 삶을 회복하게 하는 존재로 보았습니다.

 

어느 날 시인은 대낮에 동성로 4차선을 가로지르는 쥐를 본 것입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로드 킬을 상상하겠지만 시인은 이 모습을 통해 쥐의 모습과 인간의 관계망을 확인합니다. 그 쥐는 털은 곤두서고 그 눈은 광체로 번쩍였다. 그때 나는 길 이쪽과 저쪽 건너편이 도시적 구획이 아닌 어떤 삶터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았다.’라고 고백합니다. 찰나의 순간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것입니다. 도시가 구획되어 있고 그것을 건너다닐 수 없도록 가드레인까지 쳐져 있지만 이곳을 건너는 쥐를 통해 우리 인간이 인간과 소통해야 한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준 것입니다. ‘는 바로 우리 현대인의 저 내면에 잠재해 있는 무의식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마지막 구절에 가면 다음과 같이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싸놓은 오줌의 네트워크로 내가 사는 도시는 여전히 연결되어 있고, 그러한 한 나의 미래는 아직도 낙관적이다.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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