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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익을 뻔했네 / 박숙이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0-02-08 오전 10:25:47





하마터면 익을 뻔했네

                                        박숙이

 

맨 처음 나를 깨트려 준 생솔 같은 총각 선생님,

촌 골짜기에서 올라와 혼자 제자리 찾아 서지도 앉지도 못하는

불안 불안한, 갑갑한 이 달걀에게

여러 정신이 번쩍 들도록, 음으로 양으로 깨트려 준 샛별 같은 그 선생님

 

당신이 날 깨뜨렸으므로 혁명의 눈을 초롱초롱 떴네

한번뿐인 생달걀, 생이 한번뿐이라는 걸 가르쳐 준 그후부터 나는

익지 않으려 기를 쓰며 사네. 그러나 하마터면 나 익을 뻔 했네,

익으면 나 부화될 수가 없네

 

깨트려 주는 것과 깨지게 한 것과 망가뜨린다는 것의 차이점을

사전 속 아닌 필생 부딪히면서, 익지 않으려 애쓰면서 에그,

하마터면 또 홀랑 반숙될 뻔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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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숙이 시인의 시는 재밌습니다. 가벼운 듯하면서 결코 가볍지 않은 생활의 이면에 깊은 울림이 있습니다. 또한 짧지만 이 시에는 서사적인 이야기가 잔잔히 녹아 있습니다.

 

시적 화자의 어린 시절 총각 선생님과의 만남 이야기가 그것입니다. 불안한 생달걀 같은 시적 화자에게 정신이 번쩍 들도록, 음으로 양으로 깨트려 준 샛별 같은 그 선생님의 말씀입니다. ‘줄탁동시라는 고사성어를 떠올리게 하는 구절이기도 합니다. 조금 설명적이고 교훈적인 내용입니다만 자신의 존재를 한번뿐인 생달걀에 비유한 것은 신선합니다. 우리는 모두 한번뿐인 생을 살아갑니다. 그래서 익지 않으려 기를 쓰며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마터면 나 익을 뻔한 삶을 우리는 얼마나 위태위태하게 살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합니다. 달걀 프라이처럼 말입니다.

 

익으면 나 부화될 수가 없네그렇습니다. 그래서 익지 않으려 기를 쓰며 사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익지 않으려 애쓰면서 에그,/하마터면 또 홀랑 반숙될 뻔했네라는 표현은 너무 재밌습니다. ‘에그라는 기표 속엔 우리말의 안타깝거나 안쓰러움의 의미의 감탄사이기도 하지만, 영어의 ‘egg()'의 의미도 또한 중의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마지막 구절 하마터면 또 홀랑 반숙될 뻔했네라는 구절은 우리의 일상 삶을 가볍게 터치하면서 반성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원시인님, 혹시 오늘 아침 반숙될 뻔하진 않았나요? ㅎㅎ...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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