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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공 성자 / 고윤석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0-02-22 오전 10:47:05





고무공 성자

                                 고윤석

 

 

어라, 쪼그만 녀석 여간내기 아니었네

엉덩이 뻥 내질러도, 허리를 작신 밟아도

도무지 쓰러지지 않네,

두 손 들 줄 모르네.

 

누르면 꼭 그만큼 이 악물고 튀어 올라

가슴속 숨긴 깃발 하늘 높이 흔들다가

다시금 지상에 내려

낮은 곳을 살피네.

 

마음조차 둥글어서 각진 세상 품은 걸까?

진자리 마른자리 아래로만 길을 찾는

속 텅 빈 고무공 성자,

걸음마저 탱탱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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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시인님, 인간이 만들어낸 오락 중 가장 많은 도구를 사용한 것이 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공은 둥글고 탄력성이 있어 역동적이게 합니다. 만약 공이 둥글지 않고 각이 져 있다면 어떨까요? 그리고 탄력이 없다면 아마 공의 생명성은 사라지겠지요. 그런데 이러한 공이 스스로의 힘에 의해 역동적인 게 아니라, 누군가의 작용에 의한 역동적이기 때문에 공을 다루는 주체를 더욱 주체답게 만들어준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고윤석의 고무공 성자는 이 고무공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깨달음을 환기시켜 줍니다. 공을 바라보는 시의 화자는 공에 대해 억압적이며 함부로 다룰 수 있는 존재로 여기고 그렇게 대합니다. 그런데 공은 차분히 있다가도 상대의 힘에 의한 반작용으로 더욱 더 세차게 저항하며 튀어 오르고 달려갑니다. 강한 힘에 의해 주눅 들어야 하는데 도무지 쓰러지지 않으니 어라, 쪼그만 녀석 여간내기 아니었네라고 말하겠지요. 그런데 이 시에서 중요한 것은 작용과 반작용의 문제가 아닙니다. 단순한 저항의 문제가 아니라, 그 공이 저항하고 난 뒤의 모습을 시인은 본 것입니다. ‘이 악물고 튀어 올라갔지만 종국엔 다시금 지상에 내려/낮은 곳을 살피는 공의 모습을 발견한 것입니다.

 

스스로 낮은 자세를 취하는 공의 자세는 어쩌면 물의 모습이고 바다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스스로 겸손하고 낮아지면서 각진 세상을 품는 공은 안으로 속 텅 빈모습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고 또 한 번 깨달음을 가집니다. 상대를 통해 겸손과 포용을 배우는 시적 주체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삶이 어떠해야 할지를 또 한 번 생각하게 하는 동시입니다. 진정 그러한 삶을 살 때 우리의 삶은 걸음마저 탱탱하네.’라는 소리를 듣게 되겠지요.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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