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최종편집일 2020-09-26 오전 8:40:00

  • i 전시관

공항에서 쓸 편지 / 문정희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0-02-29 오전 11:20:34





공항에서 쓸 편지

                                문정희

 

 

여보, 일 년만 나를 찾지 말아주세요

나 지금 결혼 안식년 휴가 떠나요

 

그 날 우리 둘이 나란히 서서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함께하겠다고

혼인서약을 한 후 여기까지 용케 잘 왔어요

 

사막에 오아시스가 있고

아니 오아시스가 사막을 가졌던가요

 

아무튼 우리는 그 안에다 잔뿌리를 내리고

가지들도 제법 무성하게 키웠어요

 

하지만, 일 년만 나를 찾지 말아주세요

병사에게도 휴가가 있고

노동자에게도 휴식이 있잖아요

 

조용한 학자들조차도

재충전을 위해 안식년을 떠나듯이

 

이제 내가 나에게 안식년을 줍니다

여보, 일 년만 나를 찾지 말아주세요

내가 나를 찾아 가지고 올 테니까요

 

---------------------------------------------------------------------------

 

 

* 원시인님, 결혼 생활 한 이삼십 년 한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시 한 편이군요. 남편에게는 한 마디 말도 없이 훌쩍 떠나 공항에서 비행기 타기 전 남편에게 보내는 공항의 편지. 아마 이 편지를 받은 남편의 모습은 어떨까 상상하는 것도 재미있군요. ‘이 사람 미쳤나?’, ‘허허 웃는 사람’, ‘내일 아침밥부터 걱정하는 사람등 다양하겠지요. 그러나 다행이도-남편의 입장- 이 시의 제목이 공항에서 쓴 편지가 아니라 공항에서 쓸 편지이니 떠나진 않았네요.

 

겁먹은 남편들이여! 이 시를 보고 오늘 당장 아내의 안식년을 먼저 주선해 주어야겠습니다. 그러면 비행기 티켓을 무르고 오히려 남편의 품안으로의 티켓을 끊을지 모르잖아요. ㅎㅎㅎ 그렇습니다. 아내뿐 아니라 남편인들 휴가나 안식년이 필요 없겠습니까? 사막 같은 세상 팍팍한 오늘을 살아내는 것은 힘겨운 일입니다. 어쩌면 안식년은 힘든 우리의 일상을 오아시스로 바꿔 주리라 생각합니다.

 

이 시의 가장 매력은 마지막 연에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삶 속에 파묻혀 스스로 헤어나지 못한 채 살고 있습니다. 자기를 구원해 줄 사람은 다른 사람이나 다른 곳에 있지 않고 나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시는 말해 줍니다. ‘이제 내가 나에게 안식년을 줍니다’. 수많은 일들도 모두 나에게서 비롯되고 나에게서 결실을 맺습니다. 내가 나의 주인이 되지 않을 때 그 누가 나의 주인이 될 수 있을까요. 나를 잃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이 시에서 봅니다. ‘여보, 일 년만 나를 찾지 말아주세요/내가 나를 찾아 가지고 올 테니까요’. 그렇습니다. 바쁜 세상, 허허로운 세상, 모두 자기를 찾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자기를 찾는 것그것이 바로 인생의 오아시스가 아닐까요?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댓글

스팸방지코드
 [새로고침]
※ 상자 안에 있는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0/200
<a href="/black.html">배너클릭체크 노프레임</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