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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 / 정현종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0-03-07 오전 9:16:41





안부

                       정현종

 

도토리나무에서 도토리가

툭 떨어져 굴러간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도토리나무 안부가 궁금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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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시인님, 안부가 궁금해지는 아침입니다. 나를 떠받치고 살았던 지구의 안부가, 그리고 나를 한시도 빠뜨리지 않고 내려다보았을 하늘의 안부와 거기 그렇게 있어 나를 평온케 했던 산의 안부와 내가 안락에 빠져 뒹굴 때 파도치던 바다의 안부가 그리워지는 날입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더 그리워지는 것은 나를 기억하고 나를 생각하고 나를 사랑했던 사람들에 대한 안부가 궁금해지는 아침입니다.

 

온 나라가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유령의 도시가 된 이 땅에서 나는 오늘 내가 아는 친지들에게 안부를 전할 생각입니다. 다행히 소통은 인간의 이기로 만들어진 휴대폰에는 아직 유령이 침범하지 않았으니까요. 몸은 괜찮은지, 마음은 제자리에 있는지, 일상의 소소했던 행복들을 점검하면서 우리에게서 멀어져 갔던 도토리나무를 떠올려 볼 생각입니다.

 

몇 행 안 되는 이 작은 시구들이 오늘 나 아닌 타자에게로 나를 이끌어 갑니다. 얼마나 오랫동안 나는 도토리로 굴러갔을까요? 한 알의 도토리가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하늘과 땅과 바람의 만남이 있었을까요? 우리는 그 모든 것을 잊고 굴러가는 데만 정신이 없었습니다. 도토리나무를 기억할 때가 아닐까요? 이제 이 시의 화자처럼 우리는 우리의 도토리나무를 돌아보고 안부를 전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인간이 인간인 것은 자연 속에 머무를 때가 아닐까요? 나에게서 굴러갔던 그 많은 것들이 물고기 뱃속에서 소화되지 않을 때, 내가 머무를 땅이 어디일까요?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도토리나무 안부가 궁금해서.’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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