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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물 / 원시인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0-06-06 오전 11:11:45





마중물

                                김정아

 

 

물이 물을 마중 나간다.

혼자선 어쩔 수 없는

지하 속 깊은 물

마중 나가, 함께

뿜어져 나온다.

 

너의 가슴 깊이 들어가

함께 살고 싶다.

 

얼마큼 다가가 손 내밀면

가까이 올까

비록 작은 손이지만

오늘도 마중 나간다.

 

소중한 것

기꺼이 던져 넣고

너와 함께 살 수 있다면

잘 살았노라고 웃을 수 있을 텐데

어렵게 다가간 손

내 죽어서, 다시 살 수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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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인님, 오늘은 김정아 시인의 마중물이라는 시를 다시 읽어 봅니다. 자명한 삶의 철학을 떠올리게 하는 작지만 진정어린 삶의 노래입니다.

 

어릴 때 우리는 상수도의 혜택을 받지 못해 마을 우물물로 식수를 해결하곤 했지요. 가끔 좀 살기가 괜찮은 집에서는 지하수를 파 펌프로 물을 끌어올려 손쉽게 식수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동네 저 아래 가서 물지게에 물을 지고 올라오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 펌프 있는 집을 은근히 부러워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 후 몇 년이 지난 후 대부분 펌프가 유행했지만 이내 또 상수도가 들어오면서 이마저도 사라진 문명의 이기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이 펌프를 통해 물을 끌어올리려면 먼저 물을 한 바가지 정도 채워 넣고 빠르게 저어 올려야만 저 땅 속에 있는 물들이 올라옵니다. 이때 먼저 물을 집어넣는 그 물을 우리는 마중물이라고 합니다. 아마 과학적으로 설명한다면 펌프 관 속에 있는 공기를 밖으로 빼 내어 압력의 차이에 의해 그 아래 있는 물을 위로 끌어올리게 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겠지요. 그러니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꼭 해야 할 일은 먼저 한 바가지의 마중물을 펌프 속에 넣어주는 일입니다.

 

김정아 시인의 마중물은 바로 그 점에 착안해 우리의 삶 역시 누군가에게 마중물이 될 때 우리의 목마름과 끝없는 삶의 갈증을 달래줄 수 있다고 노래합니다. ‘물이 물을 마중나가 듯이 너의 가슴 깊이 들어가/함께 살고 싶은 시인의 아름답고 따뜻한 마음이 전해옵니다. 지상으로 올라와 생명수가 되지 못하고 다시 까마득한 지하로 떨어져야하는 죽음의 길로 나아가는 마중물이지만, 그 마중물 때문에 더 많은 이들이 생명을 누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기다리지 않고 먼저 손 내밀어 마중물이 될 때 우리의 삶은 더욱 풍성해지고 살기 좋은 곳으로 바뀌게 되겠지요. 한 바가지의 물로 우리의 힘든 삶을 희망의 노래로 잔잔히 바꾸어 읊고 있습니다.

 

소중한 것/기꺼이 던져 넣고/너와 함께 살 수 있다면/잘 살았노라고 웃을 수 있을 텐데/어렵게 다가간 손/내 죽어서, 다시 살 수 있으리.’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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