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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0-10-22 오후 6: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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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착하게 사랑하기 / 차도하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0-09-20 오전 8:06:34





침착하게 사랑하기

                                                                           차도하

 

몸에 든 멍을 신앙으로 설명하기 위해 신은 내 손을 잡고 강변을 걸었다 내가 물비린내를 싫어하는 줄도 모르고

 

빛과 함께 내려올 천사에 대해, 천사가 지을 미소에 대해 신이 너무 상세히 설명해주었으므로 나는 그것을 이미 본 것 같았다

 

반대편에서 연인들이 손을 잡고 걸어왔다

저를 저렇게 사랑하세요? 내가 묻자

 

신은, 자신은 모든 만물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저만 사랑하는 거 아니시잖아요 아닌데 왜 이러세요 내가 소리치자

 

저분들 싸우나봐, 지나쳤던 연인들이 소곤거렸다

 

신은 침착하게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는 신의 얼굴을 바라보지 않고 강을 보고 걷는다

 

강에 어둠이 내려앉는 것을, 강이 무거운 천처럼 바뀌는 것을 본다

 

그것을 두르고 맞으면 아프지만 멍들지는 않는다

 

신의 목소리가 멎었다 원래 없었던 것처럼

 

연인들의 걸음이 멀어지자 그는 손을 빼내어 나를 세게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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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인님, 신과 인간의 거리는 얼마쯤 될까요? 1아니 1, 아니면 수 억 아니 수 억 광년, 또는 끊어진 다리. 202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인 차도하의 침착하게 사랑하기는 상처받은 인간의 치유와 절망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몸에 든 멍을 치유하기 위해 곁에 신을 모셔왔지만 신은 신의 방식으로 나를 치유하고 있습니다. 자신은 정작 물비린내를 싫어하지만 신은 아랑곳 하지 않습니다.

 

시의 화자는 신에게서 공감과 사랑을 받고 싶은데 신앙과 천사로 또 다른 세계로 자신을 이끌어간다고 생각합니다. 상처의 치유는 상처의 영혼인데 신은 신의 입김으로 나를 치유하고자 한다고 합니다. 그저 아픈 사람에게는 백 마디 말보다 따뜻한 안아줌인데도 우리들은 그 아픈 상처의 원인을 찾고 논리적으로 이해시키고자 합니다. 진정한 사랑은 그 자체를 품어주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너무나 많은 사건 앞에 이치와 법과 정의를 내세웁니다. 우리는 이를 신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따르는 것은 아닐까요?

 

철학자 니체는 신은 죽었다라는 명제를 남겨 인간 역사의 방향을 돌려놓았습니다. 우리가 믿었던 절대적 진리, 고정된 실체, 현실의 부정과 이상의 긍정에서, 그는 현실과 변화, 모든 존재의 관계성과 인간에 대한 사랑을 노래했습니다. 진정한 사랑의 신의 모습은 간 데 없고, 인간이 만든 신의 카테고리 속에 스스로 얽매여 살아가는 인간 존재의 한계성을 바라본 셈이지요. 그는 신을 죽였지만 진정한 신을 찾고 있었습니다. 신은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따뜻이 다가와 손잡고 걸어주는 것만으로 모든 상처가 치유되어야 함에도, 시의 화자 옆에 걷는 신은 설명을 하여 이해시키려 하고 있으며 천사를 보여주려 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마지막엔 아무도 보지 않을 때 그는 손을 빼내어 나를 세게 때리기 까지 합니다. 진정한 사랑의 신의 모습은 아니라는 겁니다.

 

오늘날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빚어진 수많은 갈등과 아픔과 고통을 우리는 이와 같이 처리하고 있지는 않는지 살펴보게 하는 작품입니다. 아주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현대인들의 삶의 모습을 절대적 선인 신의 등장과 아련히 흘러가는 강을 배경으로 애매모호함과 함축의 미를 살린 작품으로 읽혀집니다. 나에게 상처를 준 이여! 당신은 나를 붙들고 강을 걸으며 나를 이해시키려 하지만, 나는 자꾸만 저 강이 흐르는 강이 아니라, ‘무거운 천처럼느껴지는 것은 나의 잘못만이 아니겠지요. ‘그것을 두르고 맞으면 아프지만 멍들지는 않는다는 시구는 너무 차분해 애잔함마저 줍니다.(*)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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