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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쟁이의 사랑 / 전종대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0-10-24 오전 10:48:35





소금쟁이의 사랑

                                           전종대

 

 

 

무슨 깊은 인연이기를 바라지 않겠습니다

그저 물 위에 떠 흐르는 바람처럼

그대 발아래 잠시 머물다 가는 낙엽이었으면 합니다

내 혼신 다하여 한번 스러지면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는

그런 사랑 말고, 스쳐 지나가는 소금쟁이 사랑처럼

사뿐사뿐 아픈 상처 하나 남기지 않고

오직 맨발로 자국 없는 사랑 나누다

이 물가 언제 그대 있었느냐 듯이

바람은 또 불어오고 거짓말 같이 또 가을은 오고

물 한 방울 젖지 않는 발바닥 아래

내 등짝 짊어진 소금 한 짐 내려놓고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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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인님, 소금쟁이를 보셨나요? 연못이나 개울의 수면 위에서 긴 다리로 사뿐사뿐 걸어다니는 곤충. 어쩌면 저렇게 가벼울 수가 있을까? 어릴 때 하굣길 냇가에 헤엄쳐 다니는 소금쟁이를 들여다보며 신기해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죠. 네 개의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걷거나 폴짝폴짝 뛰어다니면서 생활하는 이 벌레를 서양에서는 Jesus bug라고 한다는군요. 물 위를 걷는 기적을 선보였던 예수의 이름을 따서 그렇게 부른다고 합니다. 또 다르게 물 위를 성큼 걷는다고 하여 Water strider라고도 한답니다. 물 위를 걷는 동물로 예수도마뱀이 있는데 그것은 매우 빠르게 물의 표면을 차고 나가지만, 소금쟁이는 물 위에 유유히 떠서 생활을 하죠. 그 이유는 다리에 난 수많은 방수털과 물의 표면장력 때문이라고 합니다만, 공중부양이 아니라 수중부양의 이 곤충이름이 왜 하필 소금쟁이인지도 궁금합니다.

 

이 곤충이 소금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인터넷을 뒤져보니 모습이 마치 소금가마니를 진 소금장수와 비슷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옛날 소금을 팔러 다니는 소금장수가 지게더미에 가득 소금을 싣고 이것을 힘껏 짊어지기 위해 다리를 벌리고 힘을 쓰는 모습이 마치 물 위에서 자신의 체중을 분산시켜 떠 있는 소금쟁이가 다리를 멀리 벌리고 서 있는 형상과 무척이나 흡사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전해옵니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 조상들의 힘겨운 삶과 연관된 이름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어찌되었건 이 시에서 시인은 소금쟁이를 사랑의 대명사로 환치시켜 놓고 있습니다. 시의 화자는 누군가를 깊이 사랑하고 있나 봅니다. 가까이 할 수 없는 사랑 같기도 하고, 사랑을 하면서도 상대를 무척 걱정하고 염려하는 사랑 같기도 합니다. 사랑을 하되 내 혼신 다하여 한번 스러지면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는그런 사랑이 아니라는 대목에서는 이기적인 사랑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애매한 사랑의 이미지는 행이 거듭되면서 더욱 모호하게 만들어 갑니다. 그대 곁에 있으면서 사뿐사뿐 아픈 상처 하나 남기지 않는 사랑을, 때로 오직 맨발로 자국 없는 사랑 나누기도 하다가 이 물가 언제 그대 있었느냐 듯이바람과 같이 계절을 따라 사랑하는 이의 곁을 떠나간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가벼운 듯한 사랑의 이미지를 시인은 물 위에 떠서 삶을 사뿐사뿐 살아가는 소금쟁이의 이미지를 차용하여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시의 이러한 애매모호한 사랑의 이미지를 깨버리는 것은 마지막 두 행에 있습니다.

 

물 한 방울 젖지 않는 발바닥 아래

내 등짝 짊어진 소금 한 짐 내려놓고 가겠습니다

 

지금껏 가벼운 듯한 사랑은 가볍게 스치듯 일회적인 사랑이 아님을 여기에 오면 확연히 드러납니다. 소금쟁이에게는 무엇보다 가장 소중한 것이 소금입니다. 앞에서 보았듯이 소금쟁이와 소금은 아무런 연관이 없지만 소금쟁이라는 이름이 붙여지는 순간 소금쟁이의 생명은 소금에 있다고 시인은 생각한 것이지요. 그리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장 소중하고 가치 있는 소금을 주고 간다는 것은 사랑하는 이에 대한 가장 진실하고 진정어린 깊은 사랑일 것입니다. 사랑하는 이에게 짐이 되거나 아픔이 될까봐 걱정한 것이지 순간적인 감정의 사랑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가장 진실하고 깊이 있는 사랑의 정수를 다 쏟아주면서도 바람처럼 낙엽처럼 자국 없는 사랑을 나누고 싶은 애절하면서도 역설적인 사랑의 노래입니다.(*)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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