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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달팽이의 사랑 / 유하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0-11-07 오전 9:09:26





느린 달팽이의 사랑

                               유하

 

 

달팽이 기어간다

지나는 새가 전해준

저 숲 너머 그리움을 향해

어디쯤 왔을까, 달팽이 기어간다

달팽이 몸 크기만한

달팽이의 집

달팽이가 자기만의 방 하나 갖고 있는 건

평생을 가도, 먼 곳의 사랑에 당도하지 못하리라는 걸

그가 잘 알기 때문

느린 열정

느린 사랑,

달팽이가 자기 몸 크기만한

방 하나 갖고 있는 건

평생을 가도, 멀고 먼 사랑에 당도하지 못하는

달팽이의 고독을 그가 잘 알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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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인님, 쌍둥이도 세대 차이가 난다는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입니다. 특히 한국인들은 더 바쁘게 그리고 급하게 생활하는 민족으로 소문나 있습니다. 그 덕분에 세계에서 유일한 경제 기적을 이룬 나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바쁨의 생활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삶의 여유와 행복을 찾기는커녕 긴장과 불안과 경쟁이 연속되는 삶을 살고 있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와서는 역설적이게도 도시인들이 시골 한적한 곳이나 절간이나 섬 등에서 조용히 지내는 삶을 찾아 떠나는 이들이 많아졌습니다. 몇 년 전에는 느림의 철학책들이 서점가를 유행한 적이 있기도 했습니다.

 

유하 시인의 느린 달팽이의 사랑도 우리들의 삶 속에 여유와 깨달음을 선물하는 시입니다. 오세아니아주에 가면 나무늘보나 코알라 등이 느린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들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달팽이가 그 주인공입니다. 달팽이가 기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세상만사가 평화롭기만 합니다. 바쁜 일상을 내려놓고 잠시나마 삶의 철학을 배우게 합니다. 아무리 바쁘게 생활해도 이 지구상에서 벗어날 길이 없음에도 무엇이 그렇게 급한지 우리는 빨리빨리를 외치며 달려갑니다.

 

시인은 이러한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성찰의 시간을 제공해 줍니다. 느리게 기어가는 달팽이도 저 숲 너머당도해야 할 그리움의 세계가 있는 듯 말합니다. 그러나 그 목적지를 향해 줄곧 정신없이 달려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평생을 가도, 먼 곳의 사랑에 당도하지 못하리라는 걸/그가 잘 알기 때문이라고 보았습니다. 그것은 시에서처럼 달팽이가 자기 몸 크기만한/방 하나 갖고 있기 때문이지요. 진정 우리가 도달해야 할 세계는 우리가 서두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무지개를 찾아 떠난 아이가 끝내 무지개를 찾지 못하고 집으로 되돌아오는 이야기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무지개는 어디에도 없으면서 어디에도 있습니다. 우리의 삶 자체의 목적은 그 어디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삶 자체 그것이 목적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가 도달해야 할 집은 저 산 너머 어디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짊어지고 가야 할 우리의 삶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는 달팽이의 느린 열정/느린 사랑을 배워야 할 때입니다.

 

달팽이가 자기 몸 크기만한

방 하나 갖고 있는 건

평생을 가도, 멀고 먼 사랑에 당도하지 못하는

달팽이의 고독을 그가 잘 알기 때문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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