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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1-09-17 오전 11: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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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흔적 / 유하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0-12-05 오전 9:34:42






사랑의 흔적

                        유하

 

 

생선을 발라 먹으며 생각한다

사랑은 연한 살코기 같지만

그래서 달콤하게 발라 먹지만

사랑의 흔적

생선가시처럼 목구멍에 걸려

넘어가질 않는구나

나를 발라 먹는 죽음의 세상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내 열애가 지나간 흔적 하나

목젖의 생선가시처럼

기억해 주는 일

소나무의 사소한 흔들림으로

켁켁거려 주는 일

그러나 이 밤의 황홀한 순간이여,

죽음의 아가리에 발라 먹히는

고통의 위력을 빌려,

그대의 웃음소리로 잎새 우는

서러운 바람을 만들고

그대의 눈빛으로

교교한 달빛 한 올 만들어 냈으니

이 지상 가득히

내 사랑의 흔적 아닌 것 없지 않는가

땅의 목젖 내 한 몸으로

이다지도 울렁거리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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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인님, 사랑보다 더 부드럽고 사랑보다 더 독한 것이 있을까요? 시인 유하의 사랑의 흔적을 읽고 있으면 이런 생각이 떠오릅니다. 사랑은 더 없이 부드러워 연한 살코기 같지만’, 그 사랑의 흔적은 생선가시처럼 목구멍에 걸려있으니 독할 수밖에. 모든 사랑의 끝은 이렇듯 삶의 길목에 서서 삶의 고개를 넘어가기 힘들게 합니다. 그렇듯 나의 삶을 발라 먹는 죽음의 세상을 향해 시인은 외칩니다. 나의 삶을 기억해 달라고, 사소한 일상의 삶들이지만 세상을 향한 열애의 삶이었음을 생각해주어 그냥 스쳐지나가지 않고 한번쯤은 켁켁거려달라고.

 

그렇습니다. 우리네 삶은 사랑의 열병 때문에 우리의 삶에 옹이를 박으며 살아갑니다. 그렇듯 모든 삶은 세상의 길에 자신의 옹이를 박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옹이를 세상이 기억해 준다면 삶은 외롭거나 허무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사랑하는 그대 때문에 이 밤은 황홀하고 서러운 바람이 일고 교교한 달빛 한 올 만들어 냈으니이 세상 삶 모두 그대를 향한 내 사랑의 흔적 아닌 것 없다고 선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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