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 전시관
- 글
왕벚나무 - 수성못 10 / 이해리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1-01-23 오전 9:26:32

왕벚나무 - 수성못 10
이해리
꽃가지는 수면에 닿으려다 멈춘다
물은 꽃가지에 닿으려다 멈춘다
나는 휴대전화 번호를 누르려다 멈춘다
닿고 싶을수록 멈춰야 아름다워
물과 꽃 사이를 바람이 치고 간다
물에는 푸른 비늘이 돋고
꽃가지에는 연분홍 꽃이 맺히고
내 마음엔 호수만큼 투명한 아름다움이 고인다
-----------------------------------------------------------------
원시인님, 오늘은 이해리 시인의 수성못 연작시 중 열 번째인 「왕벚나무」를 음미해봅니다. 불과 8행 밖에 되지 않는 시이지만 여운은 여느 시 못지않습니다.
시는 말로 하는 그림이라고 했던가요. 한 폭의 그림이 그려집니다. 바람에 왕벚나무 가지들이 물 위에 출렁거립니다. 물 역시 나뭇가지 아래 찰랑거립니다. 나뭇가지는 그 물 위에 닿을 듯 닿을 듯 손짓을 합니다. 물도 나뭇가지를 향해 자신의 온몸을 솟구쳐 봅니다. 그러나 닿지 않습니다. 못가를 거닐던 여인은 휴대폰을 끄집어냅니다. 누르려다 멈춥니다. ‘닿고 싶을수록 멈춰야 아름’답다는 것을 순간 깨우친 것이겠지요. 우리는 이 구절을 통해 그리움과 절제의 미학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마 찰랑거리는 물살의 햇살만큼, 출렁거리는 나뭇가지의 흔들림만큼, 자신의 휴대폰을 만지작거렸겠지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애탐을 객관적 사물들을 통해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또한 이 시의 매력은 ‘물과 꽃 사이를 바람이 치고 가’는 것을 통해 ‘물에는 푸른 비늘이 돋고/꽃가지에는 연분홍 꽃이 맺힌’다는 사물의 재발견입니다. 참고 견뎌낸 인내의 결과를 이렇듯 아름답게 시화했습니다.
원시인님, 객관적 여백과 주관적 상상을 지닌 한 폭의 동양화를 대한 듯합니다. 모든 것을 다 쏟아내는 것은 동양적 미학이 아니겠지요. 모자란 듯하지만 채우고도 남는 충만함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 내 마음엔 호수만큼 투명한 아름다움이 고인다 -
.jpg)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jpg)
.png)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