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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천(母川) / 김철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1-03-06 오전 9:13:46





모천(母川)

                                      김철

 

 

 

청계천 골목 어디쯤

모천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양양의 남대천이 아닌

뜨끈한 국수를 파는 국수 집 근처 어디라고

국수 발 같은 약도 적힌 메모를 들고 찾아간

미물도 명물로 만든다는 그 만물상

주물 틀에서 갓 나온 물고기 몇 마리 사왔지

수백 마리 수천 마리 붕어빵 구워낼 빵틀

파릇한 불꽃 위를 뒤집다 보면

세상의 모천을 찾아오는 물고기들

다 중불로 찍어낸 붕어빵 같지

한겨울 골목 경제지표가 되기도 하는

천원에 세 마리, 구수한 해류를 타고

이 골목 입구까지 헤엄쳐 왔을

따뜻한 물고기들

길목 어딘가에 차려놓으면

오고 가는 발길 멈칫거리는 여울이 되는 것이지

파닥파닥 바삭바삭

 

 

<2021 16회 머니투데이 경제신춘문예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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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인님, 언어에는 지시적 언어와 함축적 언어가 있다지요. 지시적 언어는 개념 언어이며 일반적으로 일상 소통의 언어이고, 함축적 언어는 개념을 넘어 그 언어가 놓인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는 다양성의 언어입니다. 우리는 의사전달의 도구인 지시적 언어보다 새롭게 형성된 함축적 언어에 매료되고 감동을 받습니다. 일차적 언어인 지시적 언어가 지에 해당된다면 이차적 언어는 지에 해당됩니다. 는 이것과 저것의 구분에서 오는 분별적 의미라면, 는 구분의 의미를 넘어 직관하여 서로 관통하고 통합하는 우주적 진리의 의미입니다. 하이데거가 그렇게 찬양한 언어도 지시적 언어가 아니라 모든 존재의 근원을 드러내는 시적인 언어인 함축적 언어인 것입니다.

 

2021년 신춘문예 시 작품을 읽다가 앞의 존재의 근원을 함축적 언어로 잘 표현한 수작을 만났습니다. 오늘날 많은 신춘문예 당선작들이 의미모호성과 난해성의 경계에서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하는데 이 작품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명쾌하면서도 신선하고 새로우면서도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다음 두 가지 측면에서 매우 흥미롭고 깊은 울림의 의미를 줍니다.

 

첫째, 제목 모천(母川)’과 내용의 관계성에서 독자들의 사고를 전회 시킵니다. 일상적으로 우리는 모천(母川)’이라 하면 당연히 물고기가 태어난 강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런데 이 시의 내용은 그런 곳이 아니라 서울 청계천 어느 골목이라 칭하면서 뜬금없이 독자들을 당황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머지않아 그곳은 다름 아닌 붕어빵 빵틀을 구워내는 만물상을 일컫고 있음을 눈치 챕니다. 그리고는 마음 고개를 끄덕입니다. ‘아하, 아 그럴 수 있겠구나!’ 많은 서민들에게 청계천 어느 골목은 모천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남대천이 될 수 있겠습니다. 이 시는 특별나고 특수한 곳이 아니라 흔하고 일상적인 사건이 일어나는 도시의 일상을 다룹니다. 그러면서 그 일상을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사물의 근본 원리를 자연생태계에 대입시킴으로써 우리는 모두 이 함축적인 언어를 통해 존재의 근원에 잠시 경도됩니다.

 

둘째, 시의 마지막 구절 파닥파닥 바삭바삭이 주는 의성어의 의미 연결입니다. 전자의 파닥파닥은 물고기가 꼬리치는 소리를 말하고, 후자의 바삭바삭은 붕어빵이 입안에서 씹히는 소리입니다. 이 둘의 간명한 연결은 단지 두 소리의 나열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바다를 헤엄쳐 돌아다니다 모천에 돌아온 물고기의 그 역동성을 지금 붕어빵을 씹고 있는 이의 입안에까지 끌어다 줌으로써 희망과 약동을 느끼게 해 줍니다. 언어유희가 언어유희로 끝나지 않고 이렇듯 의미를 재생산해낼 때 시적 언어는 존재의 집이 되지 않을까요? 오랜만에 참 아름답고 따스하고 감동적인 시를 대하여 기뻤습니다.(*)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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