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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1-09-17 오전 11: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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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돌아오다 / 사윤수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1-03-13 오전 9:22:54






새가 돌아오다

                                사윤수

 

 

새들은 아침에 울고

아침 조와 새 조의 음이 같다

 

숲 속에 드니 새소리가 푸르렀다

나는 열매를 땄고 그는 어떤 새소리에 대해

풀을 베고 난 뒤에 얘기해 주겠다고 했다

높이 달린 큰 열매를 따려고 나무에 올라

새처럼 노래하며 나는 둥지 하나도 지어 보는데

꿈이 공중에서 흩어지는 새소리와 다르지 않았다

 

열매를 차에 가득 싣고 오다가

우리는 이승의 목이 말랐으므로 커피숍을 찾았다

들어가서 보니 환조당還鳥堂이라는 편액이 걸려 있다

이 도시에 새가 돌아오는 곳이 있구나

내가 전생에 새여서 환조당에 온 것일까

환조당에 들어갔으므로 당신이 새가 된 것일까

 

나는 미황사에는 새들이 주지고

새소리가 목탁 소리고 경전이라고 했고, 그는

젊은 날 어느 암자에서 하룻밤을 묵는데

새벽에 너무나 많은 새가 울어서

깨어 보니 자기도 울고 있더라고 얘기했다

환조당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우리는

새소리 얘기를 깜빡 잊고 헤어졌을까

 

애써 무겁게 가져온 열매를

집에 와서 펼쳐 보니 버려야 할 것이 많았다

눈부신 시절의 열매 뜨거움이라는 열매

각주 같은 열매 바람의 열매들을 골라

그 숲에서 울던 새소리와 함께 병에 넣어

술을 붓고 밀봉했다 병에 날짜를 적고

환조당이라 이름 붙였다

 

<대구문학 160202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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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윤수 시인의 새가 돌아오다라는 시를 읽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시의 길은 저렇듯 고요하고 편안하며 그러면서도 의미를 가득 품고 있는 오솔길을 닮았구나 생각하게 합니다.

 

시인은 지인과 함께 미황사 근처 어느 숲속에서 나무 열매와 푸른 새소리를 따 온 이야기를 잔잔히 하고 있습니다. ‘눈이 달린 큰 열매가 어떤 열매인지 잘 모르겠으나 시의 화자는 나무에 올랐고 새처럼 노래하며 둥지도 하나 지어봅니다. 숲 속에서 나는 새소리를 들으며 어떤 새소리에 대해 얘기해 주겠다고하고선 서로 열매 줍는 일로 깜빡했나 봅니다. 그러다 이승의 목이 말라 커피숍을 찾았다가 그 커피숍의 이름이 환조당還鳥堂이라는 것을 알고는 새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풀어 놓습니다. 이 도시에 새가 돌아오는 곳이 있다니! 반가운 나머지 시인의 눈에 비친 모든 사물들이 신비경에 들어갑니다. ‘미황사에는 새들이 주지가 되고, 새들이 사는 숲은 이승이 아니라 저승이나 전생의 어느 세계로 그려집니다. 환조당還鳥堂에 들어온 시의 화자와 그는 한 마리 새가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젊은 날 어느 암자에서 하룻밤을 묵는데/새벽에 너무나 많은 새가 울어서/깨어 보니 자기도 울고 있더라는 그의 새 이야기는 나와 모든 물상이 다르지 않음을 풀어놓고 있습니다. 또한 숲에서 울던 새소리와 함께 병에 넣어/술을 붓고 밀봉하여 환조당이라 이름 붙이는 시의 화자의 행위 또한 의미를 재생산합니다. 또한 물욕에서 주워온 열매들이 버려야 할 것이 많은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넌지시 암시해 주기도 합니다.

 

하나 아쉬운 것은 1연이 굳이 필요할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새들은 아침에 울고/아침 조와 새 조의 음이 같다는 구절은 뒤의 내용을 살리기 위해 억지스러운 느낌이 드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바로 2연부터 들어가면 깔끔해 보이고 신선해 보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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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unsoo
    2021-06-27 삭제

    2연 3행에 '눈이 달린'이 아니라 '높이 달린'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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