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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예찬 / 장옥관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1-03-20 오전 9:40:26






공기 예찬

                          장옥관

 

 

시인은 공기 도둑이라는 말도 있지만*

공기 한 줌을 거저 얻어서

온종일 넌출넌출 즐거움이 넝쿨로 뻗어간다

물이나 햇빛, 공기 따위를

런닝구 사 입듯 사고팔 수는 없겠지만

눈썹 펴고 건네는 인사조차 이웃 간에 거저 얻기 힘든 터에

허구한 날 지나다니면서도 몰랐던

동네 카센터

이야기 나누던 손님 기다리게 해놓고, 모터 돌리고 호스 연결해 낡은 자전거 앞타이어에 탱탱하게 바람 넣어주고, 시키지 않은 뒷바퀴까지 빵빵하게 공기 채워주는데

삯이 얼마냐 물었더니

옥수수 잇바디 씨익, 그냥 가시란다

, 공짜!

공으로 얻은 공기 채운 마음

공처럼 둥글어져서

푸들푸들 가로수가 강아지처럼 마냥 까부는데

페달 밟으니 바퀴 버팅기고 있던 살대가 모조리 지워지고 동그라미 두 개만 떠오른다

비눗방울처럼 안팎이 두루 한겹 공기로 채워진

무게 없는 것들

발목 잡는 삶의 수고와 중력 벗어나 구름과 나와 자전거는 이미 한 형제가 되었으니

텅텅 속 비운 지구가

공기 품은 민들레 씨앗처럼 한껏

위로 위로

공중에 떠오르는 것이었다

 

 

* 러시아 시인 만젤슈탐(O. Mandel'shtam)의 시구.

?

시집 달과 뱀과 짧은 이야기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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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인님, 생명을 영위하게 하는 것 중에 공기보다 더 귀한 것이 있을까요? 잠시도 그를 들이쉬고 내쉬지 않으면 우리의 육체는 다른 길을 걸어야 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공기인데, 재미있게도 공기空氣의 뜻은 비어 있는 기운이라는 뜻이지요. 비어 있는 기운인 공기가 우리의 몸속에 들어와서 기운을 생성하게 하니 아이러니하지 않나요? 빔 속에 채움이 있고 채움 속에 비움의 미학을 발견하게 하는 좋은 소재이기도 합니다.

 

시의 화자는 말합니다. ‘허구한 날 지나다니면서도 몰랐던/동네 카센터에서 공기 한 줌을 거저 얻어서기뻐하는 모습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내가 필요하지 않을 땐 그곳에 카센터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진정 내가 필요할 때 대상은 인식되나 봅니다. 그곳에서 공기를 공짜로 얻어 자전거 타고 달리는 기분을 다음과 같이 노래하니 읽는 이도 기분이 덩달아 좋아집니다.

 

, 공짜!

공으로 얻은 공기 채운 마음

공처럼 둥글어져서

푸들푸들 가로수가 강아지처럼 마냥 까부는데

 

 

그렇습니다. 공짜로 얻은 공기 때문에 시의 화자에 비친 세상은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세상은 공처럼 둥글어지고 텅텅 속 비운 지구가/공기 품은 민들레 씨앗이 되기도 합니다. 훌훌 날아오르니 무게 없이 가벼워집니다. ‘삶의 수고와 중력 벗어나 구름과 나와 자전거는 이미 한 형제가 되었으니모두 하나가 되는 아름답고 가벼운 세상이 됩니다. 카센터 주인의 넉넉한 인심과 배려의 마음은 바로 공기의 마음인 셈입니다. 각박한 현대인들의 삶이라고들 말하지만, 자전거 타이어 공기 나눔으로 훈훈하고 아름다운 세상임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고 웃음 짓게 하는 아름다운 시입니다.(*)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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