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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1-09-20 오후 1: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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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 / 이육사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1-05-29 오전 8:51:01






광야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나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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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인님, 오늘은 짧지만 우리 민족의 대서사시 같은 울림을 안겨주는 시 한 편을 보고 싶군요. 이육사의 광야194512월에 <자유신문>에 발표되었습니다. 시인이 돌아간 해가 19441월이니 작고 후 약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발표된 셈이군요. 이 시는 우리가 중·고등학교 때 배웠던 시들 중 한 편이었지만 가슴 속에 지워지지 않고 우리의 가슴을 웅얼거리게 하는 시 중 하나입니다. 특히 필자에게는 단연 가장 장대하고 웅장하며 심원한 꿈을 심어주는 시로 남아 있습니다.

 

1연의 까마득한 날에/하늘이 처음 열리고라는 출발부터 인류의 시원을, 숭고함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모든 산맥들이/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라는 2연에 가면 독자로 하여금 이 광야에 마주 서게 합니다. 모든 산맥들이 빚어낸 강물을 받아 길을 열어가는 끝이 보이지 않는 광야는 대륙의 삶이며 군자의 삶을 연상케 하기도 합니다. 자질구레한 것들로부터 초월한 존재, 모든 산맥들이 굽이쳐 흘러가도 이곳을 허락하지 않은 순수한 땅 광야, 우리 민족의 신령스러운 삶의 한 영토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우리 민족의 출발지였던 백두산 넘어 만주 일대는 우리가 다시 찾아 살아야 할 우리의 광야입니다. 이 좁은 땅덩어리 한반도에 갇힌 노래는 분명 아닌 듯 보입니다. 중국은 이 넓은 대륙을 자기 것으로 합리화하기 위해 동북공정을 시도한 지가 벌써 수십 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우리는 잘린 반도 속에서 허덕이고만 있으니....

 

이 노래가 조국 독립의 의지를 노래하고 있지만 또 한 편으로 그 독립을 넘어 우리 민족의 장대한 역사를 되찾는 의미가 깔려 있으며, 우리 민족의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기도 합니다. 광야는 우리의 삶터입니다. ‘모든 산맥들이/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차마 이곳을 범()지 못한 것처럼 우리의 삶 역시 자질구레한 것들에 마음이 빼앗겨 진정 인간이 살아가야할 길을 놓친다면 그 광야는 참다운 광야가 아니겠지요. 광야의 삶은 명분과 대의에 가득 차 있으며 언제나 떳떳하고 공명정대하여 스스로 충만한 삶을 사는 길일 것입니다. ‘매화 향기아득한 삶, 시인이 뿌린 가난한 노래의 씨’,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超人)’은 모두 자기의 이익만 추구하는 소인배의 삶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생각하는 군자의 삶이요, 대인의 삶을 사는 길일 것입니다. 답답한 세상,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이 시를 읽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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