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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1-09-17 오후 2: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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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나무 / 하덕규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1-06-05 오전 8:31:46






가시나무

                                           하덕규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엔 헛된 바램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

내 속엔 내가 이길 수 없는 어둠

당신의 쉴 자리를 뺏고

내 속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

무성한 가시나무 숲 같네

바람만 불면 그 메마른 가지

서로 부대끼며 울어대고

쉴 곳을 찾아 지쳐 날아온

어린 새들도

가시에 찔려 날아가고

바람만 불면 외롭고 또 괴로워

슬픈 노래를

부르던 날이 많았는데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엔 헛된 바램들

당신의 쉴 곳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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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촌장>의 하덕규 음유시인이 부른 가시나무는 한 편의 서정적이고 애절한 노랫말을 지니고 있어 한때 많은 이들의 가슴을 적셨습니다. 외롭고 힘든 세상에서 우리네 이웃을 생각하게 하는, 그리고 자기 안에 있는 또 다른 자기를 생각하게 하는 외로움과 애잔함의 노래였습니다. 어렵지 않고 쉬우면서도 대중들에게 의미의 함축성을 다양하게 전한 가시나무는 여는 시 못지않게 아름다운 서정시입니다.

 

이 시의 화자는 가시나무이고 가시나무타자와의 만남을 통해 자기 안에 있는 또 다른 자기를 발견합니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다는 것, 그리고 그것 때문에 당신의 쉴 곳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당신이 내 안에 쉬지 않을 때 내가 편안하거나 행복했으면 아마 이러한 자기반성에 이르지 않았겠지요. 그런데 당신이 없는 내가 얼마나 외롭고 힘든지 스스로 깨달음으로써 나의 있음은 당신이 내 안에 사는 것임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내 안에 살 수 없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나의 헛된 바램들때문이라고 고백합니다. 그렇습니다. 가시나무가 가시가 너무 많으면 새들이 날아와 쉬기가 힘들 듯, 내 안에 나를 성장시키고 나를 보호하고 방어하기 위해 많은 가시를 지니고 있으면 당신은 불편하고 힘들 것입니다.

 

여기서 나의 헛된 바람들이란 무엇일까요? 우리는 삶을 살면서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헛된 바람들때문에 자신도 이웃도 무너뜨리고 있지만 대부분 그것이 진정 자신의 길인 줄 알고 살아갈 때가 많습니다. ‘자신의 헛된 바람들은 처음부터 아마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자신의 욕망은 아니었을 겁니다. 세상을 살면서 자기도 모르게 타인이 추구하고 타인이 욕망하는 부와 명예와 권력에 자신의 발을 담가보고 맛을 들여 그만 그것이 자신의 욕망인 것으로 착각하게 되었을 겁니다. 이것을 프랑스 철학자 자크 라깡은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 금언을 남겼습니다. 우리가 우리의 순수한 욕망에 살 때 우리는 우리 이웃의 순수 욕망을 이해할 수 있고 받아들이고 서로 교감하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겁니다. 인간은 서로 다른 존재이기도 하지만 인간이라는 고유한 속성이 가지는 보편적 고유성은 같기 때문입니다. 내가 외로우면 남도 외롭고, 내가 기쁘면 남도 기쁠 때 진정한 기쁨일 것입니다. 내가 진정 바라는 것은 남도 진정 바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노랫말에 나오는 가시나무는 누구보다 외로운 존재입니다. 어쩌면 그래서 더 많은 가시를 지니고 있는지 모릅니다. 정작 하고자 하는 말은 나의 이 가시 많은 나를 좀 안아 달라는 역설의 노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이렇듯 가시가 많듯이 나 아닌 다른 외로운 존재들도 나와 같이 가시가 많을 것이며 그들 또한 남을 품을 여유가 없는 존재들이니까요. 이런 점에서 가시나무는 자기반성의 차원을 넘어 타인의 처지를 이해하게 하고 서로 따듯이 안아 주려는 사랑의 노래인 것입니다. 또한 자신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다시금 이정표를 세워보게 하는 함축적 의미를 지닌 한 편의 아름다운 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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