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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저 붉은 얼굴 / 이영춘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1-07-10 오전 9:15:17






, 저 붉은 얼굴

                                     이영춘

 

 

아이 하나 낳고 셋방을 살던 그 때

아침 해는 둥그렇게 떠오르는데

출근하려고 막 골목길을 돌아 나오는데

뒤에서 야야! 야야!

아버지 목소리 들린다

 

저어, 한 삼 십 만 원 읎겠니?”

 

그 말 하려고 엊저녁에 딸네 집에 오신 아버지

밤새 만 석 같은 이 말, 그 한 마디 뱉지 못해

하얗게 몸을 뒤척이시다가

해 뜨는 골목길에서 붉은 얼굴 감추시고

천형처럼 무거운 그 말 뱉으셨을 텐데

 

철부지 초년 생, 그 딸

아부지, 내가 뭔 돈이 있어요!”

싹둑 무 토막 자르듯 그 한 마디 뱉고 돌아섰던

녹슨 철대문 앞 골목길,

 

가난한 골목길의 그 길이만큼 내가 뱉은 그 말,

아버지 심장에 천 근 쇠못이 되었을 그 말,

오래오래 가슴 속 붉은 강물로 살아

아버지 무덤 그 봉분까지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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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서의 감동은 아무래도 시적 진실에 있는 것 같습니다. 시의 참신한 기교와 기법이 예술적 감동을 불러일으키지만, 일반적으로 독자들은 시적 내용이 자신의 삶과 동일성을 가지거나 엇비슷하여 공감대를 형성할 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영춘 시인의 , 저 붉은 얼굴은 우리네 삶의 한 단면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아, 많은 독자들에게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작품입니다. 모두가 가난하던 시절, 모처럼 아버지가 딸네 집에 다니러 왔는데 온 목적은 돈이 필요해서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밤새 고민하다가 딸이 출근하는 길 뒷덜미에 대고 차마 나오지 않는 삼십만 원을 이야기 합니다. 그것도 띄엄띄엄, “저어, 한 삼 십 만 원 읎겠니?”라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드릴 돈은 없고 매정하게 아부지, 내가 뭔 돈이 있어요!”라고 한, 한마디 말이 가시가 되어 시적 화자에게는 평생을 따라다닙니다.

 

아버지 심장에 천 근 쇠못이 되었을 그 말,

오래오래 가슴 속 붉은 강물로 살아

아버지 무덤 그 봉분까지 치닫고 있다

 

우리는 모두 남모르는 아픔과 상처를 디디고 살아갑니다. 그 아픔과 상처를 다독이고 녹이고 치유할 시간과 공간이 주어진다면 그래도 조금은 위안이 되겠습니다만, 이미 고인이 되어 기억 속에서만 존재한다면 그것을 보듬을 시간과 공간은 어디에서 찾아야하는지 그저 안타까울 뿐입니다.(*)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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