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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 안에는 배고픈 고래가 산다 / 조효복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1-07-31 오전 8:56:11






붕어빵 안에는 배고픈 고래가 산다

                                                       조효복

 

 

아이의 웃음에선 생밀가루 냄새가 났다

접시 위에 수북이 담긴 고기를 자랑하는 아이

가쁜 숨을 내쉬며 조그마한 얼굴이 웃는다

콧등을 타고 오른 비음이 아동센터를 울린다

 

해를 등지고 앉은 언니는 아빠를 닮았다

그늘진 탁자에는 표류 중이던 목조선 냄새가 비릿하게 스친다

구운 생선을 쌓아두고 살을 발라낸다

분리된 가시가 외로움을 부추긴 친구들 같아 목안이 따끔거린다

흰 밥 위에 간장을 붓고 또 붓는다

짜디짠 바람이 입 안에 흥건하다

 

훔쳐 먹다 만 문어다리가 납작 엎드린 오후

건너편 집 아이가 회초리를 견딘다

튀어나온 등뼈가 쓰리지만 엄마는 버려지지 않는다

매일 다른 가족이 일기 속에 산다

 

레이스치마를 입은 아이가 돈다

까만 유치幼齒를 드러낸 아이가 수틀을 벗어난 실처럼 돌고 있다

귀퉁이를 벗어난 아이들이 둘레를 갖고 색색으로 돈다

 

먹어도 먹어도 허기진 뱃구레 속에 고래가 산다

골목은 높낮이가 다른 파동들이 그려놓은 바다 놀이터

제자리가 두려워 아래로만 내달리는 모난 고래들

풍덩 골목 아래로 제 몸을 던진다

 

가라앉은 먼지위로 고래가 헤엄친다

팥물 묻은 고래 비탈을 구른다

천막 아래 등이 굽은 엄마가 붕어빵을 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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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효복의 붕어빵 안에는 배고픈 고래가 산다라는 시는 2021년 무등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입니다. 최근 들어 신춘문예가 새로움과 실험성을 강조하다보니 점점 시가 개인적인 상징성이 난무하여 독자들과 괴리감을 주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위의 시는 신선함과 새로움을 지니면서도 난해함에 빠지지 않고 독자들의 감성을 울리고 교감이 쉽게 되는 작품입니다.

 

전반적으로 시의 주된 정서는 쓸쓸함과 외로움과 소외의 감정을 지니고 있습니다. 끝까지 읽기까진 조금 이해심을 요구하는데 마지막 행을 읽고 나면 이 시의 서사적 드라마가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히면서 가슴을 아리게 하는 시입니다.

 

천막 아래 등이 굽은 엄마가 붕어빵을 굽고 있고, 아이 둘은 아동센터에 맡겨져 있습니다. ‘접시 위에 수북이 담긴 고기는 어제 팔다 남은 붕어빵이라 생각합니다. ‘아버지는 목조선을 타고 바다를 표류 중이라 하니 실종이거나 그와 비슷한 상황을 짐작해 볼 수 있게 합니다. 남은 두 식구를 책임지고 인생길을 걸어가야 하는 어머니는 붕어빵을 구워 파는데 등이 굽었다하니 더욱 애절함을 가져다줍니다. 그러나 이러한 애절하고 쓸쓸한 감정을 이 시는 철저하게 감정을 내재화하고 객관화합니다. ‘아이의 웃음에선 생밀가루 냄새가 났다’, ‘그늘진 탁자’, ‘흰 밥 위에 간장을 붓고 또 붓는다’, ‘훔쳐 먹다 만 문어다리가 납작 엎드린 오후등 매우 많은 부분에서 신선하면서도 낯선 시구들이 등장합니다. 또한 매일 다른 가족이 일기 속에 산다는 행을 통해 아이는 다른 아이들을 부러워하며 살아갑니다. ‘먹어도 먹어도 허기진 뱃구레 속에 고래가살고 있습니다. 때로 구운 생선을 쌓아두고 살을 발라내지만 분리된 가시가 외로움을 부추기기고 합니다. 이 모든 외로움과 서러움을 가지고 아이들은 커 갑니다. 그렇지만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무너뜨리지 않습니다. ‘튀어나온 등뼈가 쓰리지만 엄마는 버려지지 않는다는 묘한 아이들의 내면의식을 피동형의 표현으로 간접화하여 더욱 애잔하게 합니다.

 

원시인님, 세상은 천차만별입니다. 그 높낮이는 우리의 생각보다 깊고 높습니다. 그렇지만 제 각각의 울타리 속에서 자신의 울타리를 갈무리하면서 살아가는 가난한 서민들의 삶은 눈물겹도록 아름답기도 합니다.

 

- 골목은 높낮이가 다른 파동들이 그려놓은 바다 놀이터 -(*)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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