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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 한 알 / 장석주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1-08-23 오전 8:42:02

대추 한 알
장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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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 있어서
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
저게 혼자서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별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 게다
대추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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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인님,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창문을 닫는다는 것은 가을이 오고 있다는 몸의 기호입니다. 머지않아 파란 대추알도 붉게 물들어가겠지요.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을 음미하고 있으면 온 우주의 울림을 듣고 있는 듯합니다.
미당 서정주 시인은 「국화 옆에서」라는 시에서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봄부터 소쩍새는/그렇게 울었나 보다//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천둥은 먹구름 속에서/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라고 읊었습니다. ‘한 송이 국화꽃’이나 ‘한 알의 대추’나 그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우주적 관계성의 발견시라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그렇습니다. 이 세상 모든 존재는 혼자 있을 수는 있지만 홀로 존재할 수는 없습니다. 촘촘한 우주적 생명의 그물 속에서 존재합니다. 아무 관계없을 듯하지만 그 거리가 멀고 가까움의 정도일 뿐이지 모두 유기적으로 관계되어 있음을 자연은 말해줍니다. 우리의 삶 역시 다를까요? 가족만이 나와 관계성을 띠고 존재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이웃과 그 이웃과 그 그 이웃들과 모두 바람처럼 보이지 않는 연의 끈들로 맺어져 있습니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저 안에 태풍 몇 개/저 안에 천둥 몇 개…”
시인은 보이지 않는 우주적 고리를 찾는 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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