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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1-10-28 오후 5: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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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 / 문정희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1-09-18 오전 8:24:03






치마

                      문정희

 

 

벌써 남자들은 그곳에

심상치 않은 것이 있음을 안다

치마 속에 확실히 무언가 있기는 하다

 

가만 두면 사라지는 달을 감추고

뜨겁게 불어오는 회오리 같은 것

대리석 두 기둥으로 받쳐 든 신전에

어쩌면 신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은밀한 곳에서 일어나는

흥망의 비밀이 궁금하여

남자들은 평생 신전 주위를 맴도는 관광객이다

 

굳이 아니라면 신의 후손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은 자꾸 족보를 확인하고

후계자를 만들려고 애쓴다

 

치마 속에 확실히 무언가 있다

여자들이 감춘 바다가 있을지도 모른다

 

참혹하게 아름다운 갯벌이 있고

꿈꾸는 조개들이 살고 있는 바다

 

한번 들어가면 영원히 죽는

허무한 동굴?

놀라운 것은

그 힘은 벗었을 때 더욱 눈부시다는 것이다

 

문정희 시집 < 양귀비꽃을 머리에 꽂고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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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희 시인의 치마는 에로스와 비밀과 남녀 관계, 그리고 인류의 원시성과 생명성을 노래한 재미있는 시입니다. ‘치마 속에 확실히 무언가 있기는 하다로 시작하는, 첫 연부터 독자들의 시선을 자극하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치마 속에 무엇이 있을까? 시인은 차오르고 사라지는 달뜨겁게 불어오는 회오리그리고 신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노래하고 있습니다. 달은 여성성의 상징이요, 회오리는 남성을 끌어들이는 마력이요, 신은 인류 시원의 창조성(생명성)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성의 치마 속에는 자궁으로 이르는 깊은 동굴이 있습니다. 남성들은 그 동굴 앞에서 평생 신전 주위를 맴도는 관광객이. 참 재미있고 신선하며 공감이 가는 표현입니다. 뭇 남성들은 그 신전 앞에서 자신의 족보를 확인하고 후계자를 만들려고 애쓰는종족들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여성들은 함부로 그 신전의 휘장을 걷어 보여주지 않습니다. 여성들은 그 치마 속에 바다를 감추어 두고 살아갑니다. 바다에 이르기까지 참혹하게 아름다운 갯벌이 있고/꿈꾸는 조개들이 살고 있습니다. 갯벌은 여성의 음부를 상징하고 있는데 참혹하게 아름답다고 한 것은 역설적인 표현입니다. 그곳은 아름답기는 하지만 남성의 남근이 들어가면 영원히 죽는 허무한 동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죽음 이후 그 갯벌에는 꿈꾸는 조개들이 살기 시작합니다. 생명의 신비가 싹트는 것이죠.

 

남녀의 에로스적인 성관계를 노래하고 있지만 전혀 천박하지 않고 아름답고 신성한 느낌을 줍니다. ‘대리석 두 기둥으로 받쳐 든 신전은 여자의 매혹적인 두 다리를 말하지만 그것을 신전의 기둥에 비유하면서 신성을 부여하게 됩니다. 육체적이고 관능적인 불같은 정열과 물의 생명성의 결합, 그로 인해 죽음과 생명의 신비를 여성의 상징인 치마를 통해 아름답게 노래한 작품입니다.(*)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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