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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 천양희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1-10-16 오전 8:2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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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천양희
조롱 속에 거울 하나 넣어놓았더니
거울에 비친 제 모양을 제 짝인 양
생이 다하도록 잘 살았다는 문조(文鳥)
사막 속에 오아시스 놓여 있었더니
물에 비친 모랫길을 제 길인 양
생이 다하도록 잘 걸었다는 낙타
그게 혹
내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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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인님, 사람은 얼마나 외로운 존재일까요?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고들 하지만 이 말을 뒤집어 보면 가장 고독하고 외로운 존재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을 듯합니다. 본디 미물일수록 눈 앞에 먹이만을 찾아 헤매는 존재이지만 고등 동물일수록 길을 찾아 헤매는 존재이기 때문이지요.
이 시는 문조(文鳥)라는 새와 낙타라는 동물을 통해 인간 존재의 고독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이 시에서 화자는 자기가 기르던 문조라는 새를 통해 자기 존재의 외로움을 들여다봅니다. 조롱 속에서 짝도 없이 한평생 자신의 생을 영위한다는 것은 고통 그 자체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 문조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제 짝인 양 착각하면서 살아갑니다. 이것이 어쩌면 고독한 인간 존재의 삶의 방식이 아닐까요. 사막 같은 삶을 터벅터벅 걸으면서도 그 언제 보았던 오아시스에 비친 모랫길을 자신의 길인 양 착각하면서 걸어가는 것이, 또한 인간 존재의 삶의 방식이 아닐까요.
우리는 그런 줄 알면서도 사랑을 하고 그런 줄 알면서도 아기를 낳고 그런 줄 알면서도 길을 갑니다. 그것이 인생이니까요. 시시포스의 신화에 나오는 시시포스처럼, 우리는 우리가 어쩔 수 없는 운명 앞에 놓여 있지만, 그 길의 끝에 또 다른 문조가 있고 또 다른 낙타가 있을 것이라 착각하며 사는 존재들이 아닐까요?
그게 혹
내가 아니었을까
라는 시인의 적절한 물음이 우리들의 자화상임을 일깨워 줍니다.(*)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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